[ 소의경전 ]
[대승장엄보왕경] 대승장엄보왕경은 불교총지종의 소의경전입니다.
1. 번역한 사람
중인도(中印度)의 야란타라국(惹爛馱 國) 밀림사(密林寺) 삼장사문(三藏沙門) 천식재(天息災)는 송(宋)나라 태종(太宗) 흥국(興國) 5년(서기 980년) 2월에 오전나국(烏塡나國) 삼장 시호(施護)와 함께 송나라에 와서 임금의 부름을 받고 자의(紫衣)를 하사(下賜)받았다. 7년 6월에는 또 명교대사(明敎大師)라는 호(號)를 받았다. 때에 역경의식(譯經儀式)을 상술(上述)하여 역주(譯註), 증의(證義), 증문(證文), 서자범학승(書字梵學僧), 필수(筆受), 철문(綴文), 참역(參譯), 간정(刊定), 윤문(潤文) 등의 위차(位次)를 정했다.
2. 본경의 내용
본경(本經)은 네 권으로 되어 있으며, 밀교의 관음법(觀音法)을 설한 것인데, 부처님께서 사위국급고독원(舍衛國給孤獨園)에 계실 때 제개장보살(除蓋障菩薩)의 청(請)에 의하여 설하신 것이다.
(1) 제1권의 내용
제개장보살이 천(天)·용(龍)·언달박(彦達縛)·긴나라(緊那 )·천녀(天女)·왕녀(王女)·긴나라녀(緊那 女)·근사남녀(近事男女) 등의 무리들과 함께 불전(佛前)에 있을 때 대아비지옥으로부터 여러 가지 상서로운 상(相)이 나타나서 기타림원(祇陀林園)을 장엄케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이 상서로운 상은 관자재보살이 지옥을 화도(化度)하므로 연유한 것이라고 하시며, 관자재보살의 지옥구제의 상과 염마왕(閻魔王)이 관자재보살을 찬탄함을 설하시고, 다음에 과거 비바시불(尾鉢尸佛)의 세상에 장자의 아들로 태어나서 이름이 묘향구라고 할 때에 비바시불로부터 들었던 관자재보살의 위신력의 상을 설하셨다. 또 시기불(式棄佛)로부터 들으신 관자재보살의 말할 수 없는 복덕과 이십신(二十身)으로 화현하여 중생을 제도하는 상과 관자재보살이 과거세에 이미『대승장엄보왕경』을 설한 까닭과 이 경의 공덕을 설하시고, 만약 이 경을 듣고 독송(讀誦)하면 오무간(五無間)을 소멸하고 목숨을 마칠 때에 십이여래(十二如來)가 와서 영접하여 반드시 극락에 왕생한다고 설하신 것이 제1권의 줄거리이다.
(2) 제2권의 내용
부처님께서 미사부여래(尾舍浮如來)의 세상에 인욕선인(忍辱仙人)이 되었을 때, 그 여래로부터 관자재보살이 이 경을 설했다는 것을 들었고, 또 관자재보살은 부처님을 위하여 보시의 공덕과 지옥의 고상(苦相)을 설하였다. 이 때에 관자재보살은 기타림(祇陀林)에 오는 도중에 천궁에 이르러 묘엄이천자(妙嚴耳天子)를 제도하고, 다음은 사자국(獅子國)에 가서 나찰녀를 제도하고 바라내대성(波羅奈大城)에 들어가서 충류(蟲類)를 화도(化度)한 다음 마가타국(摩伽陀國)에서 기근(飢饉)의 고통을 구제하고 나서, 기타림의 미사부여래의 앞에 이르러 화도한 일을 아뢰었다는 등, 부처님께서 과거세의 일을 말씀하실 때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이 불전에 나아가 관자재보살의 위신력이 광대함을 찬탄하고, 부처님은 이 보살을 위하여 육바라밀을 설하셨다.
(3) 제3권의 내용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을 위하여 관자재보살이 구족한 67삼마지(三摩地)와, 화현으로 사자국의 오백 상주(商主)를 나찰녀의 재난으로부터 구제한 일과, 구족한 공덕 및 이 경의 공덕을 설하셨다. 즉 관자재보살의 덕은 광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이라, 이 보살은 무자성(無自性)인 연고로 본 이도 없고 들은 이도 없다. 보현보살이라도 그 변화하는 바를 사의(思議)치 못한다. 그러나 그 덕은 일체 유정으로 하여금 극락세계에 왕생케 하여 무량수여래를 예배하고 법을 듣게 한다. 또 관자재보살이 사바세계를 화도(化度)할 때는 무시로 와서 일체유정을 위해서 부모가 되어 무외(無畏)를 베풀고 열어서 인도한다. 또 그에게는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가 있어서 이 진언을 칭념(稱念)하면 원적지(圓寂地)를 증득(證得)한다고 설하셨다. 이 육자대명다라니의 공덕은 광대하여서 사량(思量)할 수 없는 것이니, 이 진언은 얻는 곳을 모르더라도 이것을 지송(持誦)하기만 하면 무수한 여래와 보살과 삼십이천 등이 모이고, 사대천왕과 모든 용왕과 약차(藥叉)·허공신(虛空神) 등이 지송하는 사람을 호위하며, 이 사람은 다함 없는 변재(辯才)와 청정지혜와 대자비를 얻고 육도(六度)를 구족하나니, 만약 이 사람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기식(氣息)이 닿는 자는 보살의 위(位)를 얻고 혹은 손이 닿거나 혹은 이 사람을 보는 사람은 보살의 위에 이른다고 설하셨다.
(4) 제4권의 내용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을 위하여 육자진언을 얻는 인연을 설하셨다. 즉 부처님께서 과거세에 보상여래(寶上如來)가 있는 곳에 이르러 육자대명을 얻으려 하였으나 얻지 못하고, 다음에 연화상여래(蓮華上如來)에게 구하였으나 이 여래는 육자진언의 공덕이 무량함을 밝히고 관자재보살만이 이 대명(大明)에 주(住)함을 설하시고, 이에 여래는 무량수불(無量壽佛)에게 이 진언을 구하자 무량수불은 또 관자재보살에게 이 진언을 설하기를 구하셨다. 이 때에 관자재보살은 '아직 만다라를 보지 못한 자에게는 이 진언을 설하여 줄 수 없다' 하고, 먼저 만다라를 설하여 이르되 '오주사방(五 四方)의 단(壇) 중앙에 다섯 가지 빛깔의 보말(寶 )로써 무량수불을, 그리고 그 오른쪽에 지대마니보보살(持大摩尼寶菩薩), 왼쪽에는 육자대명[즉, 관자재보살]을 그리는 것이다. 이 존(尊)은 팔이 네 개로서 왼손에는 연화를 가지고, 연꽃 위에는 마니보를 얹고, 오른 손에는 수주(數珠)를 가졌으며, 밑의 두 손은 일체왕인(一切王印)을 결하고, 육자대명의 발아래에는 천인(天人)을 그리되 그 오른손에 향로, 왼손에는 발우를 들었으며, 만다라의 네 귀에는 사대천왕이 있고 밖의 네 귀에는 사현병(四賢甁)을 안치한다'고, 관자재보살이 이와 같이 만다라를 말하고 나서《옴마니반메훔》의 육자대명다라니를 설하니, 연화상(蓮華上)여래께서는 관자재보살을 찬탄하고 많은 보물로써 공양하셨다. 관자재보살은 공양물을 받아서 무량수불에게 드리고 무량수불께서는 이것을 또 연화상여래에게 드리니, 이에 연화상여래께서는 육자대명을 수지(受持)하고 본토(本土)인 연화상세계로 돌아 가셨다.
부처님께서는 옛날에 이 연화상여래로부터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들었다고 말씀하시고, 다음에 제개장보살을 위하여 이 진언의 공덕을 설하시며 '지금 바라나대성(波羅奈大城)에 이 진언을 가진 법사가 있으나, 이 법사는 처자(妻子)가 있고 계행을 결범(缺犯)하여 가사(袈裟)를 더럽혀서 위의(威儀)가 없다'고 설하셨다. 그 때에 제개장보살은 이 법사가 있는 곳에 이르러 여러 가지로 공양하고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청하니, 허공에서 관자재보살의 소리가 나며 법사로 하여금 제개장보살을 위하여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주게 하였다. 제개장보살은 명(明)을 받고 나서 석가모니여래가 계신 곳에 이르렀다.
그 때에 칠십칠구지(七十七俱胝)의 여래가 모두 모여서 칠구지불모준제다라니(七俱胝佛母准提陀羅尼)를 설하시자 관자재보살의 몸의 모공(毛孔)으로부터 여러 가지 기적적인 상서로운 상(相)이 나타났다. 이는 준제진언과 육자진언의 공덕이 상승적(相乘的)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게 한다.
최후에 부처님께서는 아난(阿難)에게 승(僧)을 경만하거나 부처님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에 대한 업인과(業因果)의 상(相)을 말씀하셨다.
3. 육자대명왕진언
본 경은 관자재보살의 위신력이 광대한 것과 이 보살의 미묘본심(微妙本心)인《옴마니반메훔》의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설함으로써 시종(始終) 그 공덕의 무량함을 찬탄하였다. 요컨대 육자대명왕진언을 설한 경전은 밀장(密藏) 중에 오직『대승장엄보왕경』밖에 없으며, 이 진언을 지송하는 의궤(儀軌)로서는 송(宋)나라 도액(道액) 찬집(撰集)의『현밀원통성불심요집(顯密圓通成佛心要集)』4권이 있다. 이『심요(心要)』에서 밀교심요(密敎心要)를 설한 가운데 이 육자진언을 일백팔편 염송하는 것과 그에 의하여 얻는 공덕을『대승장엄보왕경』에 설한 바에 의하여 설시(說示)하고 있다.
또한 육자대명은 티벳불교에서는 일본불교에서의 광명진언(光明眞言), 미타명호(彌陀名號), 일련종(日蓮宗)의 경명(經名)과 같이 일반에 쓰여지고 또 크게 위덕이 있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라마교에서는 이 육자대명을 전륜기(轉輪器)에 새겨서 관세음보살의 공덕을 찬탄하고 그 공덕을 얻기 위하여 매일 전륜기를 돌리며 육자의 하나 하나를 다음과 같이 관상(觀想)하고 있다.
옴 --- 명심관(明心觀) = 마음을 밝게
마 --- 견성관(見性觀) = 자성을 깨치고
니 --- 위생관(衛生觀) = 생을 보위하여
반 --- 양기관(養氣觀) = 기상을 기르고
메 --- 입도관(入道觀) = 도에 들어가
훔 --- 수도관(守道觀) = 도를 지킨다
이와 같이 관하며 또 한 자 한 자에 불(佛)을 관하고, 이 부처는 자기 자신에 구족하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다라니는 티벳불교에서도 신앙의 중심이 되고 있다. 혹은 '마니'는 남성을 나타내고 '반메'는 여성을 나타내어 만다라의 연화(蓮華) 위에 마니보(摩尼寶)를 얹는다고 설한 것은, 이것이 곧 음양이 회합(會合)하여 조화(調和)를 이루고 만물이 생성함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설을 세워서 이 다라니로써 생식의 근본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본 경이 관음신앙의 주축(主軸)을 이루는데 기본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4. 십이여래의 내영(來迎)
본 경에 설한 '명(命)을 마칠 때에 열두 부처가 와서 영접해 간다'함은 『무량수경(無量壽經)』에 설한 십이광불(十二光佛)과는 뜻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즉 십이광불은 아미타불 한 부처의 광명의 덕을 찬탄한 것으로서 십이광불이라고 하지마는 하나 하나 다른 부처를 말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승장엄보왕경』제1권에는 '만약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능히 독송하면, 이 사람은 오무간(五無間)의 업(業)이 있더라도 다 소멸함을 얻고 명을 마칠 때에는 열두 부처님이 오셔서 이 사람을 영접한다'고 한 것은 십이여래가 각각 다른 부처로서 한 여래의 덕을 표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에 본 경은 십이여래의 사상(思想)에 관해서 좋은 자료를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중인도 야란타라국 밀림사 삼장 천식재 역(中印度 惹爛馱 國 密林寺 三藏 天息災 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세존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 대중 천 이백 오십 인과 함께 계셨다. 또한 여러 보살마하살 대중이 함께 있었으니, 그 이름은 다음과 같다.
(1) 여러 보살(菩薩)들의 이름
금강수(金剛手)보살마하살, 지견(智見)보살마하살, 금강군(金剛軍)보살마하살, 비밀장(秘密藏)보살마하살, 허공장(虛空藏)보살마하살, 일장(日藏)보살마하살, 무동(無動)보살마하살, 보수(寶手)보살마하살, 보현(普賢)보살마하살, 증진상(證眞常)보살마하살, 제개장(除蓋障)보살마하살, 대근용(大勤勇)보살마하살, 약왕(藥王)보살마하살, 관자재(觀自在)보살마하살, 집금강(執金剛)보살마하살, 해혜(海慧)보살마하살, 지법(持法)보살마하살 등 팔십 구지(俱 )의 보살들이 모두 다 와서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2) 여러 천신(天神)들의 이름
이 때 또한 서른 두 분의 여러 천자(天子)들이 있었는데, 모두 부처님께 와서 모였다. 대자재천(大自在天) 및 나라연천(那羅延天)을 상수(上首)로 하여, 제석천왕(帝釋天王),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大梵天王), 일천(日天), 월천(月天), 풍천(風天), 수천(水天) 등의 이와 같은 여러 천계(天界)의 무리가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3) 여러 용왕(龍王)들의 이름
또 수많은 용왕(龍王)이 있었는데, 이른바 아발나라(阿鉢邏羅)용왕, 에라발달리( 라鉢 )용왕, 저명의예(底銘의 )용왕, 주지(主地)용왕, 백두(百頭)용왕, 호로이나(虎虜이拏)용왕, 득차계(得叉計)용왕, 우두(牛頭)용왕, 녹두(鹿頭)용왕, 난타(難陀)용왕, 발난타(跋難陀)용왕, 어자(魚子)용왕, 무열뇌(無熱惱)용왕, 사벽리나(娑蘗 )용왕 등으로, 이와 같은 여러 용왕들이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4) 여러 언달박(彦達박)들의 이름
또 수많은 언달박왕(彦達박王)이 있었는데, 이른바 고음(鼓音)언달박왕, 묘성(妙聲)언달박왕, 천비(千臂)언달박왕, 천주(天主)언달박왕, 신환희(身歡喜)언달박왕, 종종낙음(種種樂音)언달박왕, 장엄(莊嚴)언달박왕, 현동자신(現童子身)언달박왕, 묘비(妙臂)언달박왕, 법락(法樂)언달박왕 등으로, 이와 같은 여러 언달박왕이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5) 여러 긴나라(緊那 )들의 이름
또 수많은 긴나라왕(緊那 王)이 있었는데, 이른바 묘구(妙口)긴나라왕, 보관(寶冠)긴나라왕, 희이(熙怡)긴나라왕, 환희(歡喜)긴나라왕, 윤장엄(輪莊嚴)긴나라왕, 주보(珠寶)긴나라왕, 대복(大腹)긴나라왕, 견고정진(堅固精進)긴나라왕, 묘용(妙勇)긴나라왕, 백구(百口)긴나라왕, 대수(大樹)긴나라왕 등으로, 이와 같은 여러 긴나라왕이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6) 여러 천녀(天女)들의 이름
또 수많은 천녀가 있었는데, 이른바 최상(最上)천녀, 묘엄(妙嚴)천녀, 금대(金帶)천녀, 장엄(莊嚴)천녀, 문지(聞持)천녀, 감로월(甘露月)천녀, 청정신(淸淨身)천녀, 보광(寶光)천녀, 화신(花身)천녀, 천면(千面)천녀, 구연오악음(口演五樂音)천녀, 쾌락(快樂)천녀, 금만(金 )천녀, 청련화(靑蓮華)천녀, 선법음(宣法音)천녀, 묘락(妙樂)천녀, 낙생(樂生)천녀, 묘엄상(妙嚴相)천녀, 엄지(嚴持)천녀, 보시(布施)천녀, 결이(潔已)천녀 등으로, 이와 같은 여러 천녀가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7) 여러 용왕녀(龍王女)들의 이름
또 수많은 용왕녀가 있었는데, 이른바 묘엄지(妙嚴持)용녀, 모자린나(母 隣那)용녀, 삼계(三 )용녀, 화용(和容)용녀, 승길상(勝吉祥)용녀, 전안(電眼)용녀, 전광(電光)용녀, 묘산(妙山)용녀, 백권속(百眷屬)용녀, 대약(大藥)용녀, 월광(月光)용녀, 일수(一首)용녀, 백비(百臂)용녀, 수지(受持)용녀, 무번뇌(無煩惱)용녀, 선장엄(善莊嚴)용녀, 백운(白雲)용녀, 승차(乘車)용녀, 미래(未來)용녀, 다권속(多眷屬)용녀, 해복(海腹)용녀, 개면(蓋面)용녀, 법좌(法座)용녀, 묘수(妙手)용녀, 해심(海深)용녀, 묘고길상(妙高吉祥)용녀 등이 그들이다. 이와 같은 여러 용녀가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8) 여러 언달박녀(彦達박女)들의 이름
또 수많은 언달박녀가 있었는데, 이른바 애면(愛面)언달박녀, 애시(愛施)언달박녀, 무견(無見)언달박녀, 묘길상(妙吉祥)언달박녀, 금강만(金剛 )언달박녀, 묘만(妙 )언달박녀, 수림(樹林)언달박녀, 백화(百花)언달박녀, 화부(花敷)언달박녀, 보만(寶 )언달박녀, 묘복(妙腹)언달박녀, 길상왕(吉祥王)언달박녀, 고음(鼓音)언달박녀, 묘장엄(妙莊嚴)언달박녀, 풍례(豊禮)언달박녀, 법애(法愛)언달박녀, 법시(法施)언달박녀, 청련화(靑蓮華)언달박녀, 백수(百手)언달박녀, 연화길상(蓮華吉祥)언달박녀, 대연화(大蓮華)언달박녀, 체청정(體淸淨)언달박녀, 자재행(自在行)언달박녀, 시지(施地)언달박녀, 시과(施果)언달박녀, 사자보(師子步)언달박녀, 거모나화(炬母那花)언달박녀, 묘의(妙意)언달박녀, 혜시(惠施)언달박녀, 천어언(天語言)언달박녀, 애인욕(愛忍辱)언달박녀, 낙진적(樂眞寂)언달박녀, 보아(寶牙)언달박녀, 제석락(帝釋樂)언달박녀, 세주권속(世主眷屬)언달박녀, 녹왕(鹿王)언달박녀, 변화길상(變化吉祥)언달박녀, 염봉(焰峯)언달박녀, 탐해탈(貪解脫)언달박녀, 진해탈(瞋解脫)언달박녀, 치해탈(癡解脫)언달박녀, 선지식권속(善知識眷屬)언달박녀, 보좌(寶座)언달박녀, 왕래(往來)언달박녀, 화광(火光)언달박녀, 월광(月光)언달박녀, 변조안(遍照眼)언달박녀, 금요(金耀)언달박녀, 낙선지식(樂善知識)언달박녀 등이 그들이다. 이와 같은 여러 언달박녀가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9) 여러 긴나라녀(緊那 女)들의 이름
또 수많은 긴나라녀(緊那 女)가 있었는데, 이른바 일의(一意)긴나라녀, 심의(深意)긴나라녀, 풍행(風行)긴나라녀, 수행(水行)긴나라녀, 승공(乘空)긴나라녀, 신질(迅疾)긴나라녀, 재시(財施)긴나라녀, 묘아(妙牙)긴나라녀, 무동길상(無動吉祥)긴나라녀, 염계(染界)긴나라녀, 치성광편(熾盛光遍)긴나라녀, 묘길상(妙吉祥)긴나라녀, 보협(寶 )긴나라녀, 관재(觀財)긴나라녀, 단엄(端嚴)긴나라녀, 금강면(金剛面)긴나라녀, 금색(金色)긴나라녀, 수묘장엄(殊妙莊嚴)긴나라녀, 광액(廣額)긴나라녀, 위요선지식(圍 善知識)긴나라녀, 주세(主世)긴나라녀, 허공호(虛空護)긴나라녀, 장엄왕(莊嚴王)긴나라녀, 주계(珠 )긴나라녀, 총지주(總持珠)긴나라녀, 명인위요(明人圍 )긴나라녀, 백명(百名)긴나라녀, 시수(施壽)긴나라녀, 호지불법(護持佛法)긴나라녀, 법계호(法界護)긴나라녀, 상장엄(上莊嚴)긴나라녀, 찰나상(刹那上)긴나라녀, 구법상지(求法常持)긴나라녀, 시상견(時常見)긴나라녀, 무외(無畏)긴나라녀, 취해탈(趣解脫)긴나라녀, 상비밀(常秘密)긴나라녀, 사총지( 總持)긴나라녀, 검광염(劒光焰)긴나라녀, 지행(地行)긴나라녀, 호천주(護天主)긴나라녀, 묘천주(妙天主)긴나라녀, 보왕(寶王)긴나라녀, 인욕부(忍辱部)긴나라녀, 행시(行施)긴나라녀, 다주처(多住處)긴나라녀, 지전기(持戰器)긴나라녀, 묘엄(妙嚴)긴나라녀, 묘의(妙意)긴나라녀 등이 그들이다. 이와 같은 여러 긴나라녀가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또 백천의 오바색가[우바새]와 오바사가[우바이] 또한 그 자리에 함께 하였으며, 더불어 나머지 무수한 재가출가(在家出家) 대중과 이견외도(異見外道), 니건타(尼乾他) 등 또한 모두 와서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이 때, 대아비지옥으로부터 크고 밝은 빛이 솟구쳤다. 그 빛은 기타림원(祇陀林園)을 두루 비추었고, 그 기타림원은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 청정해졌다. 하늘의 마니보(摩尼寶)로 장엄된 기둥을 나타내었는데 미묘하며 원만(圓滿)하였고, 큰 누각을 나타내었는데 금과 보배로 장식되어 있었다. 또 여러 방들을 나타내었는데, 황금방(黃金房)을 나타내어 백은(白銀)으로 문을 만들었고, 백은방을 나타내어 황금으로 문을 만들었으며, 금과 은이 뒤섞인 방을 나타내어 금과 은이 뒤섞인 것으로써 그 문을 만들었다. 금과 은이 뒤섞인 보장엄전(寶藏嚴殿)을 나타내어 금과 은이 뒤섞인 미묘한 보배로써 장엄하여 그 기둥을 만들었다. 황금전(黃金殿)을 나타내어 백은으로 그 기둥을 만들었고, 백은전(白銀殿)을 나타내어 황금으로 그 기둥을 만들었다. 혹은, 백은전에서는 하늘의 여러 가지 묘한 보배로써 그 기둥을 장엄하였으며, 기타림(祇陀林)의 나무 위에는 하늘의 여러 가지 보배로써 장엄하였다.
또 황금 겁수(劫樹)를 나타내어 백은으로 잎을 삼았으며, 그 나무 위에는 여러 가지의 장엄이 있었는데 여러 종류의 극히 묘한 의복과 교사야(嬌奢耶) 등이 걸려 있었다. 또한 수많은 진주(眞珠)로 된 영락(瓔珞)이 보배로 된 그물 위에 있었다. 또 수많은 극히 미묘한 보관(寶冠)·귀걸이·비단허리띠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의 영롱한 보배들이 그것을 훌륭하게 장식하였다. 또한 극히 미묘한 여러 종류의 꽃들과 극히 미묘한 와구(臥具)와 미묘한 보석 상자로 훌륭하게 장식하였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장엄된 겁수(劫樹)가 나타났는데 그 숫자가 무수하였다. 그 기타림(祇陀林)의 많은 문과 누각은 금강묘보(金剛妙寶)로 계단을 만들었으며, 그 누각의 위에는 수없이 뛰어나고 미묘한 비단·진주로 된 영락(瓔珞)으로써 장엄하고 있었다. 또한 수많은 극히 미묘한 보배로 이루어진 못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팔공덕수(八功德水)가 가득하였으며, 극히 미묘하고 원만한 여러 종류의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이른바 우발라화(優鉢羅華), 구모나화(矩母那華), 분나리가화(奔拏 迦華), 만나라화(曼那 華), 마하만나라화(摩訶曼那 華), 우담발라화(優曇鉢羅華) 등인데 못 속에 가득하였다. 또 여러 종류의 극히 미묘한 꽃나무들이 있었다. 이른바 첨파가화수(瞻波迦華樹), 가라미라화수(迦 尾 華樹), 파타라화수(波 羅華樹), 묘해탈화수(妙解脫華樹), 향우화수(香雨華樹), 묘의화수(妙意華樹) 등과 같이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꽃나무들이 있었다. 그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은 이와 같이 극히 보기 힘들고 맑고 신묘한 장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때, 이 모인 대중 가운데 제개장보살마하살(除蓋障菩薩摩訶薩)이 계셨는데,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서[偏袒右肩 右膝著地] 합장 공경하며,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 쳐다보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매우 드문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마음에 무척 궁금한 것이 있어 여래(如來)께 여쭙고자 합니다. 세존이시여, 오로지 바라옵건대 제가 여쭙는 것을 들어 보소서. 세존이시여, 방금 이곳에서는 크고 밝은 빛이 있었사온데,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떤 연유로 이와 같이 매우 보기 드문 기이한 모습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까?"
그 때, 세존께서 제개장보살에게 이르셨다. "선남자여, 너희들은 자세히 듣거라. 내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이 크고 밝은 빛은 성관자재보살마하살(聖觀自在菩薩摩訶薩)이 대아비지옥(大阿鼻地獄) 속에 들어가서 모든 큰 고뇌에 시달리는 여러 중생들을 구제하여 제도코자 하기 때문이니라. 그 중생들을 고뇌로부터 구제한 다음에는, 또다시 큰 성(城)에 가서 모든 아귀(餓鬼)들을 고뇌로부터 구제하여 제도할 것이니라."
이 때, 또 제개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대아비지옥은 주위가 철(鐵)로 된 성(城)이며 땅바닥 또한 철이요, 그 성의 사방 주위에는 끊임없이 맹렬한 불길과 더불어 연기와 불꽃이 항상 치열하게 타오릅니다. 이와 같은 악취 지옥에는 죄인을 삶아 죽이는 커다란 가마솥이 있는데, 그 물은 항상 펄펄 끓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도 끝도 없이 수많은 유정(有情)들을 모두다 빠짐없이 가마솥의 끓는 물에 던져 넣는 것이, 비유하면 마치 노구솥에 콩을 삶고 달이는 것과 같아서, 왕성하게 끓을 때이면 어떤 때는 위로 올라오고 어떤 때는 밑으로 내려가기도 하는 것이 끊임없이 이것들을 삶아대어 푹 퍼져 문드러지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비지옥에서 그 속의 유정(有情)들은 이러한 고통을 받습니다. 세존이시여, 성관자재보살께서는 어떤 방편으로써 그 가운데 들어가셨습니까?" 세존께서 다시 제개장보살마하살에게 이르셨다. "선남자여,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천마니보원(天摩尼寶園)에 들어가는 것과 같느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성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아비지옥에 들어갈 때, 그 몸에 아무런 장애(障 )되는 것이 없느니라. 그 때 아비지옥에 모든 고통이 구비되어 있어도 보살의 몸을 핍박할 수 없으며, 그 대지옥의 맹렬한 불길은 모두 꺼져 청량한 대지가 되느니라. 이 때, 지옥의 염마옥졸(閻魔獄卒)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무슨 연고로 이 곳이 홀연히 이와 같이 이상한 모습으로 변했단 말인가?'하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놀라고 의아해 하며 괴이하게 여기느니라.” 이 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그 지옥 가운데 들어가서 그 끓는 가마솥을 파괴하니, 맹렬한 불길이 모두 꺼지고 그렇게 커다랗던 불구덩이가 보배로 된 연못으로 변하였으며, 못의 연꽃의 크기는 수레바퀴와 같았다. 그러자 염마옥졸(閻魔獄卒)이 이러한 일들을 보고 나서, 여러 가지 형구(刑具)와 곤장·칼·철추·몽둥이·활·화살·철륜(鐵輪)·삼고차(三股叉) 등을 모아 가지고 염마천자(閻魔天子)에게 갔다. 이르러 말하기를, "대왕께서는 틀림없이 우리들의 업보(業報)의 땅이 무슨 까닭으로 모두 다 멸하여 없어졌는지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때, 염마천자가 물었다. "너희들이 말하는 바의 업보의 땅이 모두 다 멸하여 없어졌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다시 옥졸이 염마천자에게 말했다. "저 대아비지옥(大阿鼻地獄)이 청량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때 용모가 단정하고 엄숙한 사람이 있었는데, 머리와 상투 위에는 천상의 신묘한 보관(寶冠)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몸을 그렇게 장엄하고 지옥에 들어와서, 끓는 가마솥을 파괴하니 불구덩이는 연못으로 변하였고, 연못 속의 연꽃의 크기는 수레바퀴 만하였습니다." 이 때, 염마천자가 곰곰이 생각하기를, '이 어떤 천인의 위력이 이러할까? 대자재천(大自在天)인가, 나라연천(那羅延天)들인가? 저 지옥에 이르러 이와 같이 모습을 바꾸어 나타내는 것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 이것이 머리가 열 개나 된다는 굉장히 힘이 센 악귀(惡鬼)[大力十頭羅刹]의 위신력의 변화인가?' 그 때, 염마천자가 천안통으로써 천상세계(天上世界)를 관하여, 여러 천상세계를 관찰하고 나서, 그리고 다시 아비지옥을 관찰하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보았다. 이와 같이 보고 나서, 급히 서둘러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계신 곳으로 가서는 관자재보살의 발 밑에 얼굴을 조아려 예배하고, 성실한 말로 게송으로써 찬탄하였다.
연화왕(蓮華王)께 목숨 바쳐 귀의합니다.
대비(大悲)하신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님께서는 대자재(大自在) 길상(吉祥)으로 유정(有情)의 원(願) 능히 들어주시고 대위신력(大威神力) 갖추시어 포악(暴惡)함을 항복 받고
어두운 중생계(衆生界)에 밝은 등불 되시니 바라보는 중생들 두려움이 없어지고 중생 구제하시려 수많은 팔 나타내 보이시고 그 눈 또한 그러하시어 십 일면(十一面)을 구족하셨습니다.
지혜(智慧)는 사대해(四大海)와 같으며 미묘한 법(法) 애락(愛樂)하시어 여러 유정(有情)과 거북·물고기 등 물 속 중생들을 구제하시며 최상(最上)의 지혜(智慧)는 산(山)과 같고
보배를 베푸시어 뭇 중생들 제도하시고 최상의 대길상(大吉祥)으로 복덕(福德)과 지혜(智慧) 갖추어 장엄하시며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들어가시면 지옥은 청량(淸凉)한 곳으로 변하니
여러 천인(天人)들이 모두 공양 올리고 시무외(施無畏;관세음보살)님의 발에 머리를 닿게 하여 예배를 올립니다.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설하시어 항상 불법(佛法)의 횃불을 밝히시며 법안(法眼)은 해나 달보다 밝으시고 단정하고 엄숙하며 신묘한 색신(色身)의 모습, 몸의 모습이 마치 금산(金山)과 같사오며
묘복(妙腹)의 깊은 법(法)의 바다는 진여(眞如)의 뜻에 상응(相應)합니다.
오묘한 덕(德)은 말씀 중에 나타나서 삼마지(三摩地)를 적집(積集)하여 무수 무량한 쾌락(快樂)이 있습니다.단정 엄숙한 최상선(最上仙)은
악도(惡道) 중에서 두려워하는 칼과 쇠사슬로부터 벗어나게 하시고 일체의 무외(無畏)를 베풀어서 권속들이 위요(圍繞)하며 원(願)하는 바가 모두 뜻과 같이 되고 마니보(摩尼寶)를 얻음과 같습니다.
아귀(餓鬼)의 성(城)을 파괴하고 적정도(寂靜道)를 열어 세간(世間)의 병(病)을 구도(救度)하심은 당기(幢旗)를 덮개로 덮는 것과 같습니다.
난타(難陀)와 발난타(跋難陀)의 두 용왕(龍王)이 항상 받들어 모시며 손에는 불공색(不空索)을 쥐고 한량없는 위엄과 덕(德)을 나타내시어 삼계(三界)의 두려움을 능히 부수어 버리니
금강수(金剛手)·야차(藥叉)·나찰(羅刹) 및 보다(步多)·미다(尾多)·나지니(拏枳 )와 공반나( 畔拏)와 더불어 아발사마라(阿鉢娑 )들은 모두 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우발라화(優鉢羅華)의 눈을 가지신 명주(明主)께서는 무외(無畏)를 베풀어서 일체(一切)의 번뇌(煩惱)로부터 모두 해탈(解脫)케 하시고
수없이 많은 삼마지(三摩地)에 드시어 일체의 악도(惡道) 중에 여러 가지 경계(境界)를 열어 보이시어 모두 해탈을 얻고 보리도(菩提道)를 성취케 하시옵니다.
이 때, 염마천자는 여러 가지로 관자재보살마하살을 찬탄하고 공양을 올리고 나서, 예법(禮法)에 맞추어 관자재보살의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 때, 제개장보살(除蓋障菩薩)이 또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나서 이곳 모임에 되돌아오십니까?”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이르셨다. "선남자여, 저 관자재보살은 대아비지옥에서 나와서는 다시 아귀대성(餓鬼大城)에 들어가느니라.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아귀가 있는데, 입에서 화염(火焰)이 나와 얼굴을 태우고, 몸은 여위어 바짝 말랐으며, 머리카락은 봉두난발(蓬頭亂髮)이고, 체모(體毛)는 모두 억세다. 배는 크기가 산(山)과 같은데, 그 목구멍은 바늘과 같다." 이 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아귀대성(餓鬼大城)에 이르자, 그 성(城)은 치열(熾烈)하게 타오르던 업화(業火)가 모두 다 꺼져 맑고 시원하게 되었다. 그 때 문을 지키던 귀신(鬼神) 수문장이 있었는데, 뜨거운 철봉을 들고 추악한 몰골에다 커다란 몸집이며 두 눈은 깊고 붉었다. 그런데 그 수문장도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고서, '나는 이제 이와 같은 악업(惡業)의 땅을 수호(守護)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비심(大悲心)을 일으켜, 열 손가락 끝에서 각각 냇물이 흘러나오게 하고, 또 발가락에서도 역시 냇물이 흘러나오게 하였으며, 하나 하나의 털구멍마다 모두 큰 냇물이 흘러나오게 하여서, 이 모든 아귀들이 그 물 속에서 물을 마실 수 있었으며, 이 물을 마실 때 목구멍이 넓어지고 커져서 몸의 형상이 원만하여 졌느니라. 또 여러 가지 맛좋은 음식을 얻어 모두 다 배불리 만족하게 먹었느니라. 이 모든 아귀들은 이미 이러한 이익과 안락(安樂)을 얻어, 각각 마음 속으로 자세히 살피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남섬부주(南贍部洲)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연유로 항상 청량하고, 안은(安隱)한 쾌락을 즐기고, 그 중에는 항상 부모님을 잘 공경하고 효도·봉양하는 사람이 있으며, 혹은 선지식(善知識)에게 물질과 은혜를 베풀고 잘 받들어 섬기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총기가 있고 지혜가 밝으며 사리에 통하여 항상 대승의 가르침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여덟 가지의 성스러운 가르침[八聖道=八正道]을 잘 행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법(法)의 건추( 椎)를 잘 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파괴된 사원(寺院)을 잘 고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오래된 불탑을 잘 수리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파손된 탑의 상륜(相輪)을 잘 수리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법사(法師)를 잘 공양하고 존중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여래께서 경행(經行)하시던 장소를 잘 돌보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보살께서 경행하시던 장소를 잘 돌보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벽지불( 支佛)께서 경행하시던 장소를 잘 돌보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아라한(阿羅漢)께서 경행하시던 장소를 잘 돌보는 사람도 있는가?' 남섬부주(南贍部洲)에는 이와 같이 수행을 하는 일들이 있느니라. 이 때에『대승장엄보왕경(大乘莊嚴寶王經)』으로부터 저절로 미묘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 모든 아귀들은 그 소리를 듣고서 집착한 바의 신견(身見)과 번뇌들이 산봉우리 같았지만, 금강지(金剛智)의 항마저(降魔杵;破陣刀)로 남김없이 파괴하고, 문득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모두 보살이 되고 이름을 수의구(隨意口)라 하였다.
이 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러한 고통을 구제하고 나서, 또 다른 곳의 여러 세계로 가서 유정들을 구제하여 피안에 이르게 하였다.
이 때, 제개장보살(除蓋障菩薩)이 다시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이곳에 와서 유정들을 구제하시어 피안에 이르게 하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관자재보살은 수없이 많은 백천 구지 나유다(那庾多)의 중생들을 구제하여 피안에 이르게 하는데 항상 쉴 틈이 없고, 대위력(大威力)을 갖춤이 여래(如來)보다 훌륭하느니라."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어찌하여 이와 같은 대위신력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선남자에게 이르셨다.
"과거겁(過去劫)에 부처님이 계시어 세상에 나오시니, 미발시여래(尾鉢尸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佛)·세존(世尊)이라 했다. 나는 그 때 한 장자(長子)의 아들이었는데, 이름을 묘향구(妙香口)라 하였으며, 그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서 이 관자재보살의 위신공덕(威神功德)에 대해 들었느니라."
그 때, 제개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들으셨다는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공덕은 그 내용이 어떠합니까?"
세존께서 이르셨다.
"관자재보살은 그 눈에서 해와 달을 내고, 이마에서 대자재천(大自在天)을 내고, 어깨에서 범왕천(梵王天)을 내고, 심장(心臟)에서 나라연천(那羅延天)을 내고, 치아(齒牙)에서 대변재천(大辯才天)을 내고, 입에서 풍천(風天; 風神)을 내고, 배꼽에서 지천(地天; 地神)을 내고, 배(腹)에서 수천(水天; 水神)을 낸다. 관자재보살의 몸은 이와 같이 여러 천신(天神)들을 내느니라."
그 때에 관자재보살이 대자재천자(大自在天子)에게 말했다.
"미래의 말법시대(末法時代)에 유정세계의 중생들이 사견(邪見)에 집착하여, 그대가 무시이래(無始已來)로부터 대주재자(大主宰者)가 되어 능히 일체의 유정들을 만들어 낸다고 말할 것이다. 그 때에 중생들은 보리도(菩提道)를 잃고 어리석고[愚癡] 미혹(迷惑)하여, 이와 같이 말할 것이니라.
'이 허공과 같이 큰 몸은 대지(大地)를 자리로 삼고,
경계(境界;인식 대상)와 유정은 모두 그대의 몸으로부터 나온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내가 미발시여래(尾鉢尸如來)가 계신 곳에서 이것을 듣고 난 후, 다시 어떤 부처님께서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를 시기여래(式棄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佛)·세존(世尊)이라 했다. 나는 이 때 용시보살마하살(勇施菩薩摩訶薩)이 되어 그 부처님의 처소에서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공덕(威神功德)에 대해 들었노라."
제개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들으신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공덕은 그 내용이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그 때, 시기여래(式棄如來)의 회중(會中)에는 일체의 천(天)·용(龍)·야차(藥叉)·아소라(阿蘇 )·가로나(蘖 拏)·마호라아(摩護 아)·인간(人間) 및 비인(非人)들이 모두 와서 모였느니라. 그 때 저 세존께서 이 무리 중에서 법(法)을 설하시려고 하였을 때, 입에서 여러 가지 색깔의 광명을 내었으니, 이를테면 푸른색의 푸른 광명·누런 색의 누런 광명·붉은 색의 붉은 광명·흰색의 흰 광명·선명하게 붉은 색은 선명하게 붉은 광명·파지가( 迦)색은 파지가색의 광명·금색은 황금색의 광명이었다. 그 광명들이 두루 시방(十方)의 모든 세계를 비추고, 그 광명들이 되돌아 와서,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서는 도로 입으로 들어갔느니라.”
그 때 그 모임에 보수보살마하살(寶手菩薩摩訶薩)이 있었는데, 자리로부터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공경하며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因)과 연(緣)으로 이러한 상서로운 광경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선남자에게 이르셨다.
"극락세계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있는데, 이곳에 오려고 하는 까닭에 이러한 상서로움이 보이느니라. 저 관자재보살이 이곳에 올 때, 여러 가지의 겁수(劫樹)·화수(華樹)·구모나화수(矩母那華樹)·첨파가화수(瞻波迦華樹)를 나타내고, 다시 잡화(雜華)와 보배로 이루어진 연못(寶池)과 나무를 나타내며, 여러 가지 미묘한 꽃비를 내리고, 또 여러 가지 보배의 비를 내리니 곧 마니(摩尼)·진주(眞珠)·유리(琉璃)·나패(螺貝)·벽옥(璧玉)·산호(珊瑚) 등의 보배이다. 또한 천의(天衣)를 마치 구름과 같이 내리느니라."
그 때,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일곱 가지 보배가 나타났으니, 이른바 금륜보(金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여보(女寶)·주장보(主藏寶)·주병보(主兵寶)이다. 이러한 칠보(七寶)가 나타날 때 그 땅은 모두 금빛으로 변하였다. 이 때가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저 극락세계를 나오시는 때이니,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震動)하였느니라.”
그 때, 보수(寶手)보살마하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어떤 인연(因緣)으로 이러한 상서로움이 나타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이것은 관자재보살마하살(觀自在菩薩摩訶薩)이 이곳에 오려고 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서로움이 나타나느니라."
이 때에 또한 마음에 드는 묘한 꽃과 묘한 연꽃의 비가 내렸다. 그러자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이 손에 금빛 광명의 천엽연화(千葉蓮華; 잎이 천 개나 되는 연꽃)를 손에 잡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며, 잡고 있던 연꽃을 세존(世尊)께 바치고 나서 "이 꽃은 무량수불(無量壽佛)께서 저로 하여금 가지고 오게 하였습니다"라고 하니, 세존께서는 이 연꽃을 받아서 왼쪽에 두시었다.
부처님께서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지금 이러한 위신력(威神力)과 공덕(功德)의 장엄(莊嚴)을 나타내는 것은 무슨 뜻이오?"
관자재보살(觀自在)이 말했다.
"제가 모든 악취(惡趣) 중생들을 구제(救濟)하여 피안(彼岸)으로 인도코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모든 아귀(餓鬼)·아비지옥(阿鼻地獄)·흑승지옥(黑繩地獄)·등활지옥(等活地獄)·소연지옥(燒燃地獄)·당외지옥( 地獄)·확탕지옥( 湯地獄)·한빙지옥(寒氷地獄) 등, 이와 같은 대지옥(大地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 제가 다 구제하여 온갖 악취(惡趣)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 多羅三 三菩提)를 얻도록 할 것입니다."
관자재보살은 이와 같이 말씀드리고 나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는데, 마치 화염(火焰)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그 때, 보수보살(寶手菩薩)이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지금 의문이 있어서 묻고자 하오니, 원하옵건대 여래(如來)께서는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관자재보살은 어떠한 복덕(福德)이 있어 능히 이러한 신력(神力)을 나타냅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긍가하( 伽河)의 모래 수와 같이 많은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에게 천묘의(天妙衣)와 가사(袈裟), 음식과 탕약(湯藥), 그리고 좌와구(坐臥具) 등으로써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하여 얻은 복덕이 관자재보살의 한 털끝만한 복과 그 양에 있어서는 다름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대주(四大洲)에 일년 열 두 달 동안 밤낮으로 쉬지 않고 큰비가 내리더라도,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빗방울의 수를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큰 바다의 깊고 넓음이 팔만사천 유선나(踰繕那)가 된다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대해의 물은 내가 능히 그 한 방울 한 방울의 수를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사대주에 있는 네발 가진 유정(有情), 사자·코끼리·말·호랑이·늑대·곰·사슴·소·양 등, 이와 같은 모든 네발 가진 종류들은 내가 능히 각각의 몸에 있는 털의 수를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어떤 사람이 하늘의 금과 보배로써 미세한 먼지 숫자만큼이나 많게 여래의 형상을 만들고, 하루에 여러 가지의 공양을 성취하여 얻는 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모든 숲에서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나뭇잎의 수를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사대주에 있는 남자와 여인, 동남(童男)과 동녀(童女), 이와 같은 사람들이 모두 예류과(預流果)·일래과(一來果)·불환과(不還果)·아라한과(阿羅漢果)·연각(緣覺)·보리(菩提)를 성취하더라도, 이와 같이 하여 얻게 되는 복덕은 관자재보살의 한 털끝의 복덕(福德)과 그 양에 있어 다름이 없느니라.” 이 때, 보수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는 옛적부터 모든 부처님 중에 이러한 복덕을 지니신 분이 있다는 것을 일찌기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은 보살위(菩薩位)에 있으면서 어떻게 이와 같은 복덕을 지니고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홀로 이 세계에 오직 나 한 몸만이 아니라, 내지 타방에 계시는 무수한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이 모두 한 곳에 함께 모이더라도, 또한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의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 세계에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명호를 억념(憶念)한다면, 그 사람은 내세에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윤회의 고통을 멀리 떠나서, 마치 거위 왕이 바람을 따라 가는 것처럼 속히 극락세계에 왕생하여서 무량수여래를 만나 뵙고 미묘한 법을 듣게 되느니라. 이와 같은 사람은 길이 윤회의 고통을 받지 않고, 탐(貪)·진(瞋)·치(癡)가 없으며, 늙고 병들어 죽는 것도 없으며, 굶주림의 고통도 없으며, 태포(胎胞)에 태어나는 고통을 받지 않으며, 법의 위력을 받아 연화세계(蓮華世界)에 화생(化生)하느니라. 항상 그 국토에 거주하며,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만나 모든 중생이 구도(救度)되며, 모두가 해탈하게 되며, 견고하게 서원(誓願)이 원만하게 되느니라.”
이 때, 보수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이 관자재보살이 어느 때에 모든 유정들을 구도하여, 모두가 해탈을 얻어 견고한 서원이 원만하게 성취되겠습니까?" 세존께서 이르셨다. "유정들은 무수하며 항상 생사윤회를 받아 쉬는 일이 없느니라. 이 관자재보살은 이러한 유정들을 구도하려고 하기 때문에 보리도(菩提道)를 증득하고, 유정의 부류에 따라 몸을 나타내어 설법을 하느니라. 마땅히 부처의 몸[佛身]으로 득도(得度)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부처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보살의 몸[菩薩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보살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연각의 몸[緣覺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연각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성문의 몸[聲聞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성문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을 하며, 마땅히 대자재천의 몸[大自在天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대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나라연천의 몸[那羅延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나라연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범천왕의 몸[梵王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범천왕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제석천의 몸[帝釋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제석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일천자의 몸[日天子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일천자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월천자의 몸[月天子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월천자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화천의 몸[火天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화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수천의 몸[水天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수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풍천의 몸[風天身]으로 득도시켜야 자에게는 곧 풍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용(龍)의 몸[龍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용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빈나야가의 몸[頻那夜迦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빈나야가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야차의 몸[藥叉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야차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다문천왕의 몸[多聞天王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다문천왕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인왕의 몸[人王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인왕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재관의 몸[宰官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재관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마땅히 부모의 몸[父母身]으로 득도시켜야 할 자에게는 곧 부모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느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그 유정들에 대해 마땅히 득도(得度)시켜야 할 자들에 따라서 이와 같이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고, 모든 유정들을 구제하여 모두가 마땅히 여래의 열반경지를 증득(證得)하게 하느니라."
이 때, 보수보살이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아직 일찌기 이와 같이 불가사의(不可思議)하고 희유(希有)한 일을 보거나 듣지 못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는 이와 같은 불가사의함이 있으니, 실로 아직 일찍이 없었던 일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선남자에게 이르셨다. “이 남섬부주(南贍部洲)를 금강굴(金剛窟)로 삼아,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百千萬俱 那庾多)의 아소라(阿蘇 )가 그 안에 살고 있었느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아소라의 몸(阿蘇 身)을 나타내어, 이 아소라들을 위하여 이『대승장엄보왕경(大乘莊嚴寶王經)』을 설하니, 아소라(阿蘇 )들은 이 경전을 듣고서 모두가 자비스럽고 착한[慈善心] 마음을 내어, 손바닥으로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발을 받들었으며, 이 정법(正法)을 듣고 모두 안락함을 얻었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경 중에서 으뜸이 되는 이러한 경전의 가르침을 듣고 능히 독송(讀誦)한다면, 그 사람은 오무간업(五無間業)을 지었더라도 모두 소멸(消除)되며, 목숨이 끝날 때에는 십이여래(十二如來)가 와서 맞이[來迎]하면서, 이 사람에게 말하기를, '선남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는 이미 이 『대승장엄보왕경(大乘莊嚴寶王經)』이 드러내는 여러 가지 도를 들었으므로, 극락세계에 왕생(往生)하면 미묘한 천개(天蓋)와 천관(天冠)과 이당(珥 )과 뛰어나게 미묘한 의복 등 이러한 것들이 나타날 것이며, 목숨이 다해서는 반드시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될 것이다.'라고 할 것이니라. 보수보살(寶手菩薩)이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가장 뛰어나 비할 데가 없어서, 아소라의 몸(阿蘇 身)을 나타내어 그 아소라들로 하여금 마땅히 열반의 경지를 얻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보수보살은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어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나서 물러갔다.
"이 시기불(式棄佛) 다음에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명호를 미사부여래(尾舍浮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佛)·세존(世尊)이라고 하였느니라. 제개장보살(除蓋障菩薩)이여, 나는 그 때 인욕선인(忍辱仙人)이 되어 깊은 산 속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곳은 척박하고 가파른 곳이어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거기에 머무를 수가 없었느니라. 이 때에 나는 그 여래가 계신 곳에서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력(威神力)과 공덕(功德)에 대해 들었느니라. 이 관자재보살은 금지(金地)에 들어가 몸을 나타내어 그 얼굴을 가리고 있는 유정들을 위하여 미묘법(微妙法)을 설하고, 팔성도(八聖道)를 가르쳐서, 모두가 열반의 경지를 얻게 하였느니라. 이 금지(金地)로부터 나와서는 또 은지(銀地)에 들어갔는데, 그곳의 유정들은 모두 네 발로써 그 안에서 살고 있었느니라."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그 유정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설법하기를,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은 정법(正法)을 자세히 들어서, 모름지기 발심(發心)하여 자세하게 잘 살펴 사유(思惟)할지니라. 내 이제 너희들에게 열반(涅槃)의 자량(資糧)을 가르쳐 주겠노라." 이 유정(有情)들은 관자재보살의 앞에 서서, 관자재보살에게 말했다. "안목(眼目)이 없는 유정들을 구제하여 지혜를 열어서[開明], 그 도(道)를 볼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의지할 사람이 없는 자에게는 부모가 되어 의지하게 하시고, 캄캄하게 어두운 길에는 밝은 횃불을 밝혀 해탈(解脫)로 가는 바른 길을 열어 보여 주소서. 유정들이 만일 보살님의 명호(名號)를 생각하면, 곧 안락(安樂)을 얻게 하옵소서. 우리들은 항상 이와 같은 고난(苦難)을 받고 있습니다.” 이 때에 이 유정들은『대승장엄보왕경』을 듣고 나서 모두가 안락함을 얻고 불퇴지(不退地)를 얻었느니라.
그리하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은지(銀地)로부터 나와서 또다시 철지(鐵地)로 들어갔는데, 이곳에는 대력아소라왕(大力阿蘇 王)이 머물고 있었으며, 보살이 이곳에 갈 때는 부처와 같이 몸을 나타내었느니라. 이 때에 대력아소라왕이 먼 곳으로부터 와서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을 영접하였느니라. 아소라왕의 궁중에는 무수한 권속이 있었는데, 그 중에 많은 권속들이 꼽추와 난장이들이었느니라. 이러한 권속들이 모두 와서, 친히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뵙고 발에 예(禮)를 올리고 나서 게송(偈頌)을 읊어 말했다.
내 금생에 묘과를 얻어 소원이 모두 원만하게 성취되었네. 바라는 바 뜻대로 이루어짐은 내가 정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로다.
아소라왕이 말했다."이미 보살님을 뵈옵고, 나와 모든 권속들은 모두 안락(安樂)을 얻었습니다."
(1) 아소라왕이 관자재보살에게 구도(救度)를 호소함
이에 관자재보살에게 보좌(寶座)를 헌공(獻供)하고 공경(恭敬)하게 합장(合掌)하며 말했다. “우리 권속들은 예로부터 사음(邪 )을 즐기고, 항상 성내는 마음을 품었으며, 생명(生命) 죽이기를 좋아하였습니다. 이러한 죄업을 지어 저의 마음은 근심스러웠으며, 늙어 죽는 윤회(輪廻)가 두렵고, 여러 가지 고뇌를 받으며 주(主)가 없고 의지할 곳도 없습니다. 가엾이 여기시어 구도(救度)하여, 얽매임에서 해탈하는 길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2) 관자재보살이 부처님 공양의 복덕을 설함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선남자여,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께서는 항상 걸식(乞食)을 하시는데, 만일 음식을 보시하면 그 얻게되는 복덕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노라. 선남자여, 오직 내 한 몸뿐만이 아니라 아소라굴(阿蘇 窟)에서도 다 설할 수 없을 것이며, 내지 12긍가하( 伽河)의 모래 수와 같은 여래응정등각이 한곳에 모여서도 역시 이와 같은 복덕의 수량을 다 말하지 못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티끌은 있는 대로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여래께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 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큰바다의 물은 내가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 수를 다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여래께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사대주(四大洲)에 있는 남자와 여자, 동남(童男)과 동녀(童女)들이 모두 다 사대주에 가득차게 밭에 종자를 심되, 다른 것은 심지 않고 오직 겨자씨(芥子)만을 심어서, 용(龍)이 때를 맞추어 비를 내려 겨자가 성숙하여, 한 주(洲)안을 그 마당으로 삼아 두들겨 털어서 함께 큰 무더기를 이루었더라도, 선남자여,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낱알의 수를 다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여래에게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묘고산왕(妙高山王)은 물 속에 잠긴 부분이 팔만 사천 유선나(踰繕那)이고, 물 밖으로 나온 부분이 팔만 사천 유선나인데, 선남자여, 이러한 산왕(山王)과 같이 종이를 쌓아 두고, 대해(大海)에 가득 채워져 있는 바닷물을 모두 먹물로 삼아, 사대주(四大洲)에 있는 모든 남자와 여자, 동남(童男)과 동녀(童女)들이 모두 다 묘고산(妙高山)의 量만큼 써서 쌓은 종이 무더기가 다 쓰여져 남은 것이 없더라도,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글자의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여래에게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글을 쓴[書寫] 사람들이 모두 십지(十地)의 보살위(菩薩位)를 얻더라도, 이러한 보살들이 지닌 복덕은 여래에게 한번 음식을 보시한 것과 그 양에 있어 다름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긍가하( 伽河)의 모래 수만큼 많은 바다에 있는 모래의 수는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모래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여래에게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3) 보시를 잘못한 아소라왕의 참회
이 때에 대력아소라왕(大力阿蘇 王)은 이러한 말씀을 듣고 슬피 울어 흐르는 눈물이 얼굴에 가득 하였느니라. 마음으로 원통하여 번민하고, 목이 메여 탄식하며,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사뢰었다. "제가 옛적에 보시를 행하였으나, 보시한 곳이 더럽고 나빠서 법(法)에 맞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보시로 말미암아 지금 저와 저의 모든 권속들은 도리어 금박(禁縛)을 받아 악취(惡趣)에서 이러한 업보(業報)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조금의 음식으로라도 여래에게 받들어 보시하여 감로(甘露)로 변하게 하겠습니까? 제가 옛적부터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외도(外道) 바라문의 법을 익혀 행하였습니다. 그 옛적에 키가 작고 얼굴이 못 생긴 한 사람이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쓸 것을 구걸하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여러 가지 보관과 금은 귀걸이, 좋은 의복, 보배로 만든 장엄구(莊嚴具)와 물그릇 등을 갖추고, 또한 백 천의 코끼리와 말과 보배 수레를 진주로 된 영락(瓔珞)과 보배 그물로 장엄하고, 여러 가지의 오묘한 장식용 끈을 달아 그것을 장식하였으며, 여러 가지의 보개(寶蓋)와 보망(寶網)과 비단으로 그 위를 둘러치고, 온갖 보령(寶鈴)들을 매달아 댕그랑 댕그랑 소리가 울리게 하여 보시하였습니다. 또한 천 마리의 황소가 있었는데 털빛이 아름다웠으며, 백은(白銀)으로 발굽을 장엄하고 황금으로 뿔을 장식하고서는 또, 진주와 여러 보배로써 장엄하게 꾸며서 보시하였습니다.
(4) 복전(福田)이 아닌 곳에는 보시를 많이 할수록 재앙이 크다
또한 일 천명의 동녀(童女)가 있었는데,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용모가 단정 엄숙하며, 모양이 천녀(天女)와 같이 머리에 천관(天冠)으로 장식하고, 금과 보배로 된 귀걸이, 여러 가지의 묘한 의복, 여러 가지가 섞인 보배 허리띠와 반지, 보배 팔가락지, 영락(瓔珞), 영롱하고도 미묘한 꽃다발[華 ]과 같은 이러한 여러 가지로써 그 몸을 장엄하게 장식하였습니다. 또한 무수한 백 천의 여러 가지 보석들로 된 좌석이 있고, 또 금은과 여러 가지 보배를 무수하게 쌓아 두고, 또한 소 떼의 수가 백 천만이고 소치는 사람들이 무수하게 있었습니다. 또 천상의 음식처럼 맛과 향기가 좋은 음식이 있고, 또한 무수한 보배 방울(寶鈴), 무수한 금은의 사자좌(獅子座), 무수한 자루가 금으로 된 오묘한 털이개(拂子)와 무수한 칠보(七寶)로 장엄한 일산(日傘)과 번개(幡蓋)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갖추어 큰 보시를 했을 때, 백 천의 작은 왕들이 모두 와서 모였고, 백 천의 바라문(婆羅門)도 또한 모두 와서 모였으며, 무수한 백 천만의 찰제리(刹帝利)들도 또한 와서 모였습니다.
(5) 외도(外道)의 법으로 악업(惡業)을 짓고
그 때에 저는 그것을 보고 나서 마음에 의심과 괴이함을 품었습니다. 그 때에는 오직 제가 가장 높고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대지를 통할하여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바라문의 법에 의해 오로지 숙세(宿世)의 악업(惡業)을 참회하기 위하여, 모든 찰제리들과 그 처자 권속들을 죽여 그 심장과 간을 떼어내 갈라서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냄으로써 그 죄가 소멸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 천만 찰제리의 작은 왕들을 큰 칼[枷鎖]을 씌워 동굴에 가둬두고, 또 무수히 많은 백 천의 변방의 사람들을 모두 다 그 동굴에 가두고서는 쇠말뚝을 위에 치고 쇠사슬로 모든 찰제리들의 손발을 묶었습니다. 그 때 저는 굴에 문을 만들어 세웠는데, 상목(常木)으로써 첫 번째 문을 만들고, 구이라목( 木)으로써 두 번째 문을 만들고, 또 쇠로써 세 번째 문을 만들고, 또한 잘 정련(精鍊)된 동(銅)으로써 네 번째 문을 만들고, 또 채 정련(精鍊)되지 않은 동(銅)으로써 다섯 번째 문을 만들고, 또 백은(白銀)으로써 여섯 번째 문을 만들고, 또한 황금으로써 일곱 번째 문을 만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곱 겹의 문 위에는 각각 오백 개의 빗장으로 그것을 견고하게 잠그고, 또 하나 하나의 문 위에다가 각각 산(山) 하나씩을 올려놓았습니다. 그 때에 나라연천(那羅延天)이 있었는데, 홀연히 하루는 파리의 몸으로 변신하여 와서 살펴보고, 또 하루는 벌의 모습으로 몸을 변신하여 왔으며, 또 하루는 돼지의 몸으로 변신하여 오고, 또 하루는 비인(非人)의 형상으로 변신하여, 이와 같이 날마다 몸의 형상을 다르게 바꾸어서 찾아와 엿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때 마음 속으로 '이것은 바라문의 法을 행하는 것이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라연천이 이러한 법(法)을 행하는 것을 다 보고 나서는 동굴에 와서 모두 파괴하여 버렸습니다. 문 위에 있는 일곱 개의 산(山)을 일일이 다른 곳으로 던져 제거하고서는, 큰 소리로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무승천자(無勝天子)들이여, 그대들의 몸은 큰 고뇌(苦惱)를 받고 있구나! 그대들의 목숨은 살아있는가, 이미 죽었는가?'하고 물으니, 이 사람들이 그 고함쳐 묻는 소리를 듣고 대답하여 말하기를, '우리들의 목숨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나라연천존(那羅延天尊)이시여, 크게 정진(精進)하시어 우리들을 고난으로부터 구하소서'라고 하였습니다. 그 천신(天神)은 곧바로 일곱 겹의 동굴 문을 파괴하니, 그 때에 여러 작은 왕들은 굴속에서 계박(繫縛)의 고난으로부터 벗어나서 나라연천을 만났습니다. 이 때에 각각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그 대력아소라왕은 이미 죽었는가, 아니면 이제 바야흐로 죽을 때가 되었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찰제리들 또한 이와 같이 말하기를, '우리들은 차라리 그와 싸워 적으로 서로 죽이고 죽더라도 죽을 땅이 있는데, 하물며 이렇게 갇혀서 죽을 수는 없다. 우리들은 이제 마땅히 찰제리의 법에 따라 그와 싸워 서로 죽일 것이며, 설령 그곳에서 죽더라도 천상(天上)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때에 모든 작은 왕들은 각각 자기가 있는 곳에서 수레를 타지 않고 말에 안장을 얹어 타고서 무기를 들고 크게 싸우려고 하였습니다. 그 때에 나라연천이 바라문의 모습으로 변신하였는데, 그 몸은 키가 작고 얼굴이 못생겼으며 사슴가죽으로 겨드랑이 밑을 두르고, 손에 세 갈래로 벌어진 지팡이를 쥐고, 좌구(坐具)까지 가지고 제가 있는 곳의 문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 문지기가 그에게 고하여 말하기를, "이 문으로 들어오지 말라. 너와 같이 작고 못생긴 사람은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 바라문이 말하기를, "나는 지금 먼 곳으로부터 여기까지 왔소." 문지기가 바라문에게 묻기를,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바라문이 말하기를, "나는 월씨국왕이 있는 곳의 큰 선인(仙人)인데, 거기에서 오는 길이오." 그 때, 문지기가 대력아소라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지금 몸이 작고 못생긴 어떤 바라문이 이곳에 왔습니다." 대력아소라왕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지금 무슨 일로 왔는가?" 문지기가 말하기를, "저도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력아소라왕이 일러 말하기를, "너는 가서 그 바라문을 불러 오라." 문지기가 분부를 받들어, 드디어 바라문을 데리고 그 안으로 들어왔다. 대력아소라왕은 그를 보고 보좌(寶座)를 주어 앉게 하였다. 대력아소라왕이 스승으로 받들어 섬기는 금성(金星)은 이미 먼저 그 안에 있다가, 대력 아소라왕에게 일러 말하기를, "이제 이 바라문은 악인(惡人)이므로, 여기에 와서 반드시 그대의 스승을 해칠 것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여 그것을 알게 되었는가 하면, 나는 지금 변하여 나타난 몸을 잘 알고 있소. 이는 나라연천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내가 은혜시(惠施)를 베풀어도 반복하여 계속하지 않았으므로, 이제 마장(魔障)이 와서 나를 파괴하려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력아소라가 묻기를,"나의 변재(辯才)로써 마땅히 바라문에게 묻겠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온 의도가 무엇인가?" 바라문이 대답하기를, "나는 왕으로부터 두 걸음의 땅을 빌고자 합니다." 아소라가 바라문에게 고하여 말하기를, "그대가 필요로 하는 땅이 두 걸음이라고 하지만, 나는 마땅히 그대에게 세 걸음의 땅을 주겠소"하고, 먼저 금병(金甁)으로써 깨끗한 물을 주면서 말하기를, "필요로 하는 땅을 그대에게 줄테니 마땅히 받도록 하라"라고 하였습니다.바라문은 받고 나서 주문(呪文)으로 안락하고 장수하기를 기원(祈願)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바라문의 작고 못생긴 모습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 금성(金星)이 아소라왕에게 고하여 말하기를, "그대는 이제 당연히 악업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그 때에 나라연천이 홀연히 몸을 나타내었는데, 양어깨 위에 해와 달을 짊어지고, 손에는 날카로운 검과 바퀴와 몽둥이와 활과 화살 등 이러한 무기들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력아소라왕은 홀연히 나타난 모습을 보고서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면서 몸은 엎어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한참을 지나 일어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차라리 독약을 먹고 죽어버려야 하나?'하고 있는데, 이 때에 나라연천이 그 땅을 걸음으로 헤아리니, 단지 두 걸음에 이르자 다시 더 나아갈 여유가 없어 세 걸음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먼저 허락 받았던 것과 달랐기 때문에, 아소라왕은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나라연천(那羅延天)이 아소라왕에게 말하기를, "이제 마땅히 내가 가르치는 대로 따르라." 그 때 대력아소라왕이 말하기를, "저는 가르치는대로 하겠습니다." 나라연천이 말하기를, "그대는 진실로 그렇게 하겠는가?" 대력아소라왕이 말하기를, "저는 진실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말은 진정한 것으로, 마음에 조금도 후회가 없습니다." 이 때에 제가 바라문교의 법에 의하여 만든 것은 모두 다 파괴되고, 거기에 있던 금은(金銀)과 진귀한 보배(珍寶)로 장엄한 동녀(童女), 의복과 보령(寶鈴), 산개( 蓋)와 훌륭한 불자(拂子), 사자보좌(師子寶座)와 보배로 장엄한 누른 소 및 여러 보배 장엄구(莊嚴具)들은 그 때의 여러 작은 왕들이 모두 다 그것들을 받아 가지고, 문득 이 대력아소라왕이 작법하던 땅을 벗어났습니다.”
(6) 아소라왕이 관자재보살에게 구탈(救脫)을 애원하고 공덕을 찬탄함
대력아소라왕이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사뢰어 말했다. "제가 이제 깊이 생각하오니, 옛적에 바라문의 법에 의하여 광대(廣大)한 보시의 모임(布施會)을 베풀었지마는, 보시한 것은 더럽고 청정하지 못하였으므로, 지금 저와 저의 모든 권속들은 이 때문에 금박(禁縛)되어 이 철굴(鐵窟) 속에서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님이시여, 제가 이제 귀의(歸依)하오니, 원하옵건대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들을 이와 같은 고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구원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하면서, 찬탄하여 말하기를, 대비연화수(大悲蓮華手), 대연화왕(大蓮華王), 대길상(大吉祥)님께 목숨 바쳐 귀의하옵니다. 여러 가지로 장엄한 미묘한 색신(色身)은 머리에는 천관(天冠)과 많은 보배로 장엄하고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일체지(一切智)를 받들어 이고서 무수한 유정(有情)들을 구도(救度)하시네. 병고(病苦)에 시달리는 사람이 안락(安樂)을 구하니 보살님께서 의왕(醫王)으로 현신(現身)하시네. 대지(大地)가 눈이 되니 밝음이 햇빛보다 더하고 최상으로 청정(淸淨)하고 미묘한 눈이 유정들을 비추어 보면 해탈(解脫)을 얻고 해탈을 얻게 되면 미묘하게 상응(相應)하네. 마치 여의마니보주(如意摩尼寶珠)와 같이 진실한 묘법장(妙法藏)을 수호(守護)하고 항상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설하며 이 법(法)을 칭찬하고 큰 지혜(智慧)를 갖추었네. 제가 이제 삼가 간절하게 지심으로 귀의하오며 대비(大悲)하신 관자재보살님을 찬탄하옵니다. 유정들은 보살님의 명호를 단단히 기억하여 잊지만 않아도 고통을 여의고 해탈하여 안온함을 얻네. 악업을 지어 흑승지옥도(黑繩地獄道)와 대아비지옥도(大阿鼻地獄道)에 떨어졌거나 모든 아귀도(餓鬼道)의 고통을 받는 자들도 보살님의 명호를 부르기만 하면 공포로부터 모두 해탈하네. 이와 같이 악도(惡道)의 모든 유정들이 모두 다 고통을 여의고 안락함을 얻으니 만약 사람들이 항상 대사(大士)의 명호를 기억하여 잊지 않으면 마땅히 극락세계에 왕생하여서 무량수여래(無量壽如來)를 친견(親見)하고 미묘한 법(微妙法)을 듣고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리라.
(7) 관자재보살이 아소라왕에게 수기(授記)함
이 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소라왕에게 기별(記別)을 주었다. "그대는 내세(來世)에 부처가 될 것이다. 명호는 길상여래(吉祥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佛)·세존(世尊)이라고 하리라. 그대는 그 때에 마땅히 육자대명총지문(六字大明總持門)을 증득(證得)하여, 지금 이곳의 일체의 아소라왕을 그대가 내세에서 모두 다 구도(救度)할 것이며, 이와 같은 부처님 세계의 일체 유정들은 탐·진·치(貪·瞋·癡)라는 소리조차도 듣지 못할 것이다." 이 때에 대력아소라왕이 그 수기(授記)를 듣고서, 곧 값비싼 백 천의 진주영락(眞珠瓔珞)과 또 갖가지 오묘한 보배로 장엄한 백 천만 수의 천관(天冠)과 귀걸이를 가져와 받들어 올리며 받아주시기를 원하였느니라.
(8) 관자재보살이 아소라왕에게 죄악의 고보(苦報)를 설함
그 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소라왕에게 일러 말했다. "나는 이제 그대를 위하여 법(法)을 설하리라. 마땅히 자세히 잘 듣고 사유(思惟)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무상(無常)하고 환화(幻化)한 것과 같아서 목숨을 오래도록 보전하기가 어려운 것이니라. 그런데도 그대들은 항상 마음 속에 탐심과 애욕(貪愛)이 큰 복덕(福德)을 갖춘다고 생각하고 있느니라. 마음이 항상 노비(奴婢)와 인민(人民)과 곡식창고 및 깊이 감추어둔 것들에 애착하고 즐거워하며, 마음이 항상 부모처자(父母妻子)와 여러 권속들을 애착하고 즐거워하느니라. 이러한 것들은 비록 항상 애착하고 즐거워하더라도 꿈속에 보이는 것과 같아서, 목숨을 마칠 때에 이르러서는 능히 서로 구제해주지 못하니, 이 남섬부주(南贍部洲)에서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할 수는 없느니라. 이러한 전도(顚倒)로 말미암아 목숨이 끝난 후에 큰 나하(奈河)에 곪은 피가 넘쳐흐르는 것을 보게 되고, 큰 나무에 사나운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보게 되며, 이러한 것을 보고 나서는 마음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생기느니라. 이 때에 염마옥졸(閻魔獄卒)이 밧줄로 결박하여 급히 당기며 달려가면서 칼날이 서있는 큰길을 밟고 가게 하니, 발을 들거나 디디거나 베이고 끊기고 하여, 무수한 까마귀와 독수리, 구라라조(矩 羅鳥)와 미친개들이 이것을 뜯어먹느니, 큰 지옥에서 그러한 극심한 고통을 받느니라. 밟고 가는 칼날이 자욱한 큰길에, 또 큰 가시가 있어 길이가 열 여섯 뼘이나 되는데,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오 백 개의 가시가 다리 속을 찌르니 슬피 울면서 부르짖기를, '우리 유정들은 모두 죄업 짓기를 좋아하여 이제 큰 고통을 받으니, 내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 그 때, 염마옥졸이 일러 말하기를, '너희들은 옛적부터 지금까지 일찌기 여러 사문(沙門)들에게 음식을 보시한 적이 없고, 또한 일찌기 법(法)의 건치성( 雉聲)을 듣지 않았으며, 아직 탑상(塔像)을 돈 적도 없지 않느냐?' 그 때에 여러 죄인들이 염마옥졸에게 말하기를, '우리는 죄장(罪障) 때문에 불·법·승(佛法僧)을 믿고 공경해야 함을 알지 못하고, 항상 멀리하였던 것입니다.' 옥졸이 일러 말하기를, '너희들은 스스로 여러 가지 악업을 지었기 때문에 지금 고통스러운 과보(果報)를 받는 것이다.' 옥졸이 이 여러 죄인들을 거느리고 염마왕(閻魔王)이 있는 곳으로 가서 면전에 서게 하니, 그러자 염마왕이 말하기를, '너희들은 업보(業報)를 받을 곳으로 가라.' 그래서 염마옥졸이 죄인들을 거느려 몰고 흑승대지옥(黑繩大地獄)으로 가서, 이 죄인들을 하나 하나 지옥 안으로 내던져 넣는다. 던져 넣고 나서 죄인 하나 하나마다 창으로써 각각 백 번씩 그 몸을 찔렀으나, 모두 목숨은 죽지 않았다. 다음은, 이 백 개의 큰 창으로 한꺼번에 몸을 찔러도 그 목숨은 여전히 살아있다. 다음에는 삼 백 개의 큰 창으로 일시에 그 몸을 찔러도 목숨이 또한 죽지 않았다. 목숨이 살아 있으므로 이 때에 또 이들을 큰 불구덩이에 던져 넣었으나 그래도 목숨이 죽지 않으므로, 이번에는 뜨거운 쇳덩어리를 입안에 넣어 그것을 삼키게 하여 입술과 이빨과 잇몸과 그 목구멍이 모두 타서 문드러진다. 심장과 내장은 지져지고 구워지고 끓고 타서 온 몸이 그슬려 무너진다. 관자재보살이 다시 대력아소라왕에게 일러 말하기를, ‘이러한 고통을 받을 때 한 사람도 능히 서로 구제하는 자가 없느니라. 그대는 마땅히 이것을 알아야만 되느니라. 내 이제 그대를 위하여 이러한 법을 설했으니, 그대들은 마땅히 자기 스스로 복(福)을 지어야만 할 것이니라.’ 그러고 나서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소라왕에게 일러 말하기를, ‘나는 지금 기수림원(祇樹林園)에 가려고 한다. 거기에는 오늘 대중들의 집회가 있느니라.’”
이 때에 관자재보살이 무수한 여러 가지 색의 광명을 발하니, 이른바 청색광명, 황색광명, 홍색광명, 백색광명, 파지가색광명( 迦色光明), 금색광명 등이었다. 이와 같은 광명이 미사부여래(尾舍浮如來)의 앞으로 갔다. 그 때, 천(天)·용(龍)·야차(藥叉)·나찰사( 刹娑)·긴나라(緊那 )·마호라아(摩護 아)와 아울러 여러 사람들이 모두 다 모여 있었고, 또한 무수한 보살마하살이 또한 모두 모여 있었다. 이 대중 가운데에 허공장(虛空藏)이라는 한 보살이 있었는데, 자리로부터 일어나 의복을 가지런히 하여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偏袒右肩]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右膝著地] 공경하게 합장하며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어 말했다. "세존이시여, 이 광명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지금 이 광명은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소라왕의 궁중에 있으면서 이 광명을 발하여 여기까지 이르런 것이니라." 그 때, 허공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는 이제 어떤 방편(方便)으로써 저 관자재보살님을 뵐 수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저 보살 또한 반드시 이곳에 올 것이니라."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소라왕의 궁전을 나올 때, 기타림원(祇陀林園)에는 홀연히 천묘화수(天妙華樹)와 천겁파수(天劫波樹)가 나타났고, 무수한 제천(諸天)의 아름답고도 오묘한 여러 가지 색으로써 장엄하였으며, 위에는 백 가지의 진주영락을 걸었으며, 또한 교시가( 尸迦)라는 옷과 다른 여러 가지의 옷을 걸었다. 나무의 둥치와 가지는 그 빛깔은 진홍색으로, 그 잎은 금(金)과 은(銀)으로 만들었다. 또한 미묘한 향나무와 뛰어나게 오묘한 꽃나무가 무수하게 있었으며, 무수한 보배 연못에는 백 천만 가지의 빛깔이 어울린 묘한 꽃들이 그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나타났을 때, 허공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 관자재보살께서는 지금 어찌하여 아직 오시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저 관자재보살은 대력아소라왕궁으로부터 나와서 흑암(黑暗)이라는 곳에 있으니, 사람이 능히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니라. 선남자여, 저 흑암이라는 곳은 해와 달의 광명이 비취지 않는 곳이니라. 여의보(如意寶)가 있는데 이름이 수원(隨願)이라고 하며, 항상 밝은 빛을 발하여 환하게 비추느니라.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백 천만의 야차(藥叉)가 있어, 거기에서 살고 있었느니라. 이 때에 관자재보살이 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음에 환희(歡喜)하여 뛰어 빨리 달려나와 관자재보살을 맞이하며 머리와 얼굴을 발에 대어 예(禮)를 올리고 여쭈어 말했다. "보살님이시여, 이제 피로하시지 않습니까? 오랫동안 이 흑암의 땅에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내가 여러 유정들을 구도(救度)하기 때문이었니라." 그 때, 그 야차(藥叉) 나찰(羅刹)이 천금보(天金寶)로 된 사자좌에 앉으시기를 청하였다. 여기에서 보살은 저 야차 나찰을 위하여 설법을 했다. "너희들은 마땅히 자세히 잘 들어야 하느니, 대승경(大乘經)이 있는데 ‘장엄보왕(莊嚴寶王)’이라 이름하느니라. 만약 하나의 사구게(四句偈)라도 듣거나, 능히 받아 지니고 독송(受持讀訟)하며, 그 의미를 해설(解說)하고 항상 마음에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얻어지는 바의 복덕은 한량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티끌이라 하여도 내가 능히 그것의 수량을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이 『대승장엄보왕경』에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四句偈)라도 수지(受持)하는 자가 있다면, 그 얻게되는 바의 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만약, 큰 바다의 모든 물이라고 하여도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의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이 경전에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四句偈)라도 수지(受持)하는 자가 있다면, 그 얻게되는 바의 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예를 들어, 열 두 긍가하( 伽河)의 모래 수와 같은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을 십이 겁(十二劫)이 지나도록 함께 한 곳에 모시며, 항상 의복과 음식과 와구(臥具)와 탕약 및 그 밖의 살림도구로써 이러한 여러 부처님께 받들어 보시하고 공양하여 얻는 복덕의 수량은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오직 나만이 아니라, 흑암처(黑暗處)에서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사대주(四大洲)의 사람이 각각 자기가 사는 집을 정사(精舍)로 만들어서, 그 안에 천금보(天金寶)로써 천 개의 솔도파( 堵波)를 조성하는데, 하루만에 다 만들어 갖가지로 공양하여 얻게되는 복덕이 이 경전에서 하나의 사구게(四句偈)라도 수지(受持)하여 얻게되는 복덕과 같지 못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다섯 개의 큰 강[五大河]이 큰 바다로 들어가 이와 같이 흘러가서 다하는 일이 없는 것과 같이, 만약에 이 대승경(大乘經)의 사구게(四句偈)만이라도 지니는 자가 있다면, 얻게되는 바의 복덕의 흘러감도 또한 다함이 없을 것이니라." 그 때, 저 야차(藥叉) 나찰(羅刹)이 관자재보살에게 사뢰어 말했다. "만약 어떤 유정(有情)이 능히 이 대승경(大乘經)을 서사(書寫)한다면, 얻게되는 복덕은 그 양(量)이 얼마나 됩니까?"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선남자여, 얻게되는 복덕은 끝이 없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이 경전을 서사(書寫)한다면, 곧 팔만 사천의 법장(法藏)을 서사하는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이 사람은 마땅히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사대주(四大洲)를 다스리고 위엄과 덕이 자재(自在)할 것이며, 면모(面貌)가 단정 엄숙하고 일 천의 자식들이 둘러싸고, 모든 적들이 자연히 신하가 되어 복종할 것이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항상 이 경전의 명호[제목]를 염송하면, 이 사람은 속히 윤회(輪回)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늙고 죽고 걱정하고 슬퍼하는 고뇌를 멀리 여의게 될 것이니라. 이 사람은 후세에 태어나는 곳에서 능히 전세의 일들을 기억할 것이며, 그 몸에서는 항상 우두전단(牛頭 檀)의 향기가 날 것이며, 입안에서는 항상 청련화(靑蓮華)의 향기가 날 것이며, 신상(身相)이 원만하여 큰 세력을 갖출 것이니라." 이 법(法)을 설할 때, 저 야차 나찰들은 예류과(預流果)를 얻은 자가 있고, 혹은 그 중에서 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자도 있었는데,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오직 원하오니, 보살님께서는 앞으로 이곳에 머무시고 다른 곳으로 가시지 마옵소서. 우리들은 이제 이 흑암(黑暗)의 땅에서 천금보로써 솔도파를 조성하고, 또한 금보(金寶)로써 경행처(經行處)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 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일러 말했다. "나는 무수한 유정들을 구도(救度)하여, 모두가 마땅히 보리도(菩提道)를 얻게 하기 위하여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느니라." 그러자 모든 야차 나찰들이 각각 머리를 숙이고, 손으로 뺨을 괴고서 배회하면서 생각하더니,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이제 관자재보살마하살께서 이곳을 버리고 가신 뒤에는 누가 능히 우리들을 위해 미묘한 법(法)을 설해주실 것인가?"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그곳을 떠나시니, 저 야차 나찰들은 모두 모시고 따라나와 배웅하였다.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일러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미 멀리 왔으므로 마땅히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니라." 그래서 모든 야차 나찰은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발에 예(禮)를 올리고 나서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 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마치 불꼿[火焰]처럼 허공(虛空)으로 올라가서, 천궁(天宮)에 이르러 그 천상(天上)에서 바라문의 몸으로 나타났다. 그 천상의 대중 가운데 한 천자(天子)가 있었는데 묘엄이(妙嚴耳)라고 이름하였다. 그런데 그는 항상 빈궁하여 고통의 과보(果報)를 받고 있었다. 그 때에 관자재보살이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어, 그 천자(天子)가 있는 곳에 가서 일러 말했다. "내가 굶주림에 병이 들었으며, 또한 목마름으로 괴롭소." 그 때에 그 천자(天子)는 눈물을 흘리며 울면서, 바라문에게 대답했다. "나는 지금 가난하여서 드릴만한 것이 없습니다." 바라문이 말했다. "나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이니, 반드시 조금이라도 먹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천자는 궁(宮)으로 들어가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찾아보니, 홀연히 여러 커다란 보배 그릇[寶器]이 보이고, 또 다른 보배가 그 안에 꽉 차게 담겨 있으며, 또 어떤 보배 그릇 안에는 아주 맛좋은 음식이 가득하였다. 또, 몸을 장엄하는 아주 묘한 의복들이 궁중(宮中)에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그 천자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이 문밖의 바라문은 반드시 참으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사람이다. 나로 하여금 이렇게 훌륭한 복(福)을 얻게 하는구나.’하고, 그 대바라문(大婆羅門)을 청하여 궁중(宮中)으로 들어가 천상의 오묘한 보배와 천상의 맛좋은 음식을 받들어 공양하였다. 이 공양을 받고 나자, 바라문은 안락(安樂)하고 장수(長壽)하기를 주문(呪文)을 외우며 기원(祈願)해 주었다. 그 때에 그 천자가 바라문에게 사뢰어 말했다. "현자(賢者)께서는 어디에서 이곳에 오셨습니까?" 바라문이 말했다. "나는 기타수림(祇陀樹林)의 대정사(大精舍)로부터 왔습니다." 천자가 여쭈었다. "그 땅은 어떠한 곳입니까?" 바라문이 일러 말했다. "그 기타림의 정사(精舍)에는 땅이 청정하여 천상의 마니보[天摩尼寶]로 장엄된 겁수(劫樹)가 나타나며, 또 여러 가지의 마니보(摩尼寶)가 나타나고, 또 갖가지의 보배 연못이 나타납니다. 또한, 계행(戒行)과 공덕(功德)과 위엄이 있고 큰 지혜(智慧)를 갖춘 무수한 대중들이 그 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미사부여래(尾舍浮如來)라고 이름합니다. 이와 같이 성현이 계시는 곳에는 이러한 변화(變化)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때에 천자가 현자(賢者)에게 사뢰어 말했다. "어쩌면 대바라문께서는 그렇게도 잘 적절히 자세하게 설명하십니까? 이는 천신(天神)이 하는 것입니까? 사람이 하는 것입니까? 현자여, 이제 무슨 일로 이러한 상서로운 일이 나타나는 것입니까?" 그러자 바라문이 말했다. "나는 천신도 아니며, 또한 사람도 아닙니다. 나는 보살로서, 모든 유정들을 구도(救度)하여, 모두로 하여금 대보리도(大菩提道)를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천자는 이 말을 모두 듣고 나서, 곧바로 천상의 묘한 보배로 된 관[天妙寶冠]과 장엄한 귀걸이를 가져다 받들어 공양하며, 게(偈)를 설하였다. "내가 공덕의 땅(功德地)을 만나 모든 죄의 더러움을 멀리 떠남이 이제 아주 좋은 밭에 씨를 뿌려 현재 과보(果報)를 얻음과 같네.”
이렇게 천자가 이 게송을 설할 때에 그 바라문은 교화하여 제도(濟度)하기를 마치고, 천궁(天宮)을 나와 곧바로 사자국(師子國)으로 갔다. 거기에 이르러 여러 나찰녀(羅刹女)들 앞에 얼굴을 마주하고 섰다. 그 나타난 몸은 용모가 단엄하고, 뛰어나고 보기 드물게 아름다웠다. 여러 나찰녀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욕심이 일어나서 기쁜 마음으로 흠모(欽慕)하여, 이에 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가서 그에게 일러 말했다. "저를 위하여 저의 남편이 되어 주십시오. 저는 동녀(童女)입니다.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으니, 원컨대 저의 남편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이미 이곳에 오셨으니 다시 다른 곳으로 가지 마옵소서. 주인이 없는 집에 능히 주인이 되는 것과 같고, 또한 어두운 방에 밝은 횃불을 켜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지금 여기에 음식과 의복이 있고 창고가 꽉 차 있으며, 또한 마음에 드는 과수원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연못이 있습니다." 보살은 나찰녀들에게 일러 말했다. "그대들은 이제 마땅히 내가 설하는 바를 잘 들어야만 하느니라." 나찰녀들이 말했다. "듣기를 원하옵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보살이 말했다. "나는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팔정도(八正道)의 법을 설하고, 또한 사성제(四聖諦)의 법도 설하리라." 이 때에 나찰녀들은 이 가르침[法]을 듣고서 각각 과증(果證)을 얻었는데, 예류과(預流果)를 얻은 자와, 혹은 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자가 있어 탐·진·치(貪·瞋·癡)의 괴로움이 없으며, 악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살생(殺生)을 할 뜻이 없고, 그 마음은 법락(法樂)을 즐기고 계(戒)에 머물기를 즐기며,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나는 지금부터 살생을 하지 않을 것이며, 남섬부주(南贍部洲)에서 계(戒)를 받드는 사람이 청정(淸淨)한 음식으로써 생활하는 것처럼, 내 스스로 생활하는 것도 또한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나찰녀들은 악업(惡業)을 짓지 않고 학처(學處)를 수지(受持)하였다.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사자국을 나와서 바라나(波羅奈) 대성(大城)의 더러운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수없이 많은 백 천만(百千萬) 종류의 벌레와 구더기 무리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관자재보살은 그 유정들을 구도(救度)하려고 하였으므로, 드디어 벌의 모습을 나타내어 가서, 그 입안에서 소리를 내어 이와 같이 말하였다. “나모붓다야( 謨沒駝野).” 그 모든 벌레들이 그 들리는 바에 따라서 또한 모두 그와 같이 염송하였다. 이 힘으로 말미암아 저 유정들이 집착(執着)한 신견(身見)과 여러 수혹(隨惑)들이 비록 산봉우리와 같았지만, 금강지저(金剛智杵)로 모두 파괴되고, 문득 극락세계에 왕생함을 얻고, 모두가 보살이 되어 함께 묘향구(妙香口)라고 이름하였다.
이리하여 그 유정들을 구도(救度)하고 나서, 바라내(波羅奈)의 대성(大城)을 나와 마가다국(摩伽陀國)으로 갔다. 그 때 그 나라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20년이나 되었다. 그 사람들과 여러 유정들을 보니, 기근(飢饉)과 고뇌에 시달려 모두 다 서로 사람을 잡아서 그 고기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 관자재보살은 어떠한 방편을 써서라도 이 유정들을 구원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먼저 여러 가지 비를 내려 말라버린 것들을 윤택하게 소생하도록 하고, 그러한 뒤에 다시 갖가지 그릇을 비내리듯 하여, 각각 그 안에 아주 맛좋은 음식으로 가득 채웠다. 그 때에 그 사람들 모두가 이와 같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또 식량과 조와 콩 등의 비를 내리니, 이에 그 사람들은 필요로 하던 물건들을 마음대로 가져서 만족하였다. 그 때에 마가다국의 모든 인민들은 일찍이 없던 일에 마음 속으로 깜짝 놀라고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그 때, 대중들은 이에 한 곳에 모여서, 각각 이러한 말을 하였다. "지금 어떻게 하여서 하늘[天: 神]의 위력이 이와 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대중들 중에 한 나이가 많은 노인이 있었는데, 그 몸은 구부러져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이 사람의 수명은 무수 백 천(無數百千)이었는데, 여러 대중들에게 일러 말했다. "이것은 천신(天神)의 위력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에 나타난 것들은 틀림없이 관자재보살님의 위신력(威神力)이 나타낸 것들입니다." 대중들이 물었다. "그 관자재보살님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능히 이러한 상서로움을 나타내시는 것입니까?"
(1) 관자재보살의 공덕과 위신력을 설함
노인이 이에 곧 그 성관자재보살(聖觀自在菩薩)의 공덕과 위신력(威神力)을 설하였다. "눈이 어두운 자를 위해서는 밝은 등불이 되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곳에서는 덮개 되어 그늘이 되어 주고, 목마른 자를 위해서는 강물로 나타나고, 무섭고 두려운 곳에서는 무외(無畏)를 베푸시고, 병고(病苦)로 괴로워하는 자에게는 의사와 약초가 되며, 고통받는 유정에게는 부모가 되고, 아비지옥(阿鼻地獄)에 있는 유정에게는 열반(涅槃)의 도(道)를 보게 하여, 능히 세간의 모든 유정들로 하여금 이러한 공덕과 이익과 안락함을 얻게 하십니다. 또한,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관자재보살님의 명호(名號)를 염송한다면, 이 사람은 내세에 모든 윤회의 고통으로부터 멀리 떠날 것입니다." 대중들이 듣고 나서 모두, "참으로 훌륭하십니다."라고 하면서 칭송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관자재상(觀自在像) 앞에서 사방(四方) 만나라(曼拏羅)를 건립하고, 항상 향과 꽃으로 관자재보살님께 공양을 올린다면, 이 사람은 내세에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칠보(七寶)가 구족할 것입니다. 이른바 금륜보(金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여보(女寶)·주장보(主藏寶)·주병보(主兵寶)인데, 이와 같은 칠보를 얻을 것입니다. 만약에 또 어떤 사람이 한 송이 꽃으로써 관자재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린다면, 이 사람은 마땅히 몸에서 미묘한 향기가 날 것이며, 태어나는 곳마다 신상(身相)이 원만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매우 나이 많은 노인이 관자재보살의 공덕(功德)과 위신력(威神力)을 말하고 나자, 그때서야 모든 사람들은 각각 자기들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고, 매우 나이 많은 노인도 설법을 마치고서 또한 돌아갔다.
이 때에 관자재보살이 허공에 올라가서 생각하기를, '나는 오랫동안 미사부여래(尾舍浮如來)를 뵙지 못했으니, 이제 마땅히 기타수림(祇陀樹林)의 정사로 가서 그 세존(世尊)을 뵈어야겠다.' 그래서 관자재보살은 곧바로 가서 그 정사에 이르러, 무수한 백 천만의 천신·용·야차·언달박(彦達 )·아소라·벽로라(蘗 拏)·긴나라(緊那 )·마호라아(摩護 아)와 사람(人) 및 비인(非人)이 있는 것을 보았다. 또한, 무수한 백 천만의 보살들이 모두 다 모여 있었다. 이 때에 허공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어 말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곳에 온 이는 어떤 보살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는 관자재보살마하살이니라." 이 때 허공장보살은 말없이 머물러 있었다. 여기서 관자재보살은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 나서, 물러가 부처님의 왼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이에 위로하며 물어 말씀하셨다. "그대는 피곤하지 아니한가? 선남자여, 그대가 다른 곳에서 교화하였던 일은 어떠했는가?" 관자재보살은 이에 곧 이전에 교화하였던 일들에 대해 말씀드렸다. "저는 이러 이러한 유정들을 구도(救度)하였습니다." 그 때에 허공장보살은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생각했다. '이제 내가 이 관자재보살을 보고서 보살이 되어, 이와 같은 국토의 유정들을 구도하고 여래(如來)를 친견할 수 있게 하여, 이와 같은 국토의 유정들을 보살이 되게 하겠구나.' 그리하여 허공장보살은 관자재보살의 앞에 서서 관자재보살에게 물어 말했다. "이와 같이 교화(敎化)하여 구도(救度)하셨는데 피로하시지 않습니까?"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나는 피로하지 않습니다." 물음이 끝나자 말없이 머물러 있었다.
(1) 육바라밀의 수행에 있어 보시바라밀다부터 먼저 수행할 것을 설함
이 때, 세존께서 선남자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잘 들어라. 내가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육바라밀다(六波羅蜜多)의 법(法)을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약 보살이 되려고 하면, 마땅히 먼저 보시바라밀다(布施波羅蜜多)를 수행하고, 그렇게 한 후에 이러한 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정려(靜慮)·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를 수행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하여야 원만구족(圓滿具足)함을 얻게되느니라." 이 가르침[法]을 말씀하시고 나서 말없이 계시니, 그 때 거기에 모였던 대중들이 각각 물러나 본래의 거처로 돌아갔으며, 거기에 있던 보살들도 또한 물러나 본래의 불찰토(佛刹土)로 돌아갔다.
그 때, 제개장보살(除蓋障菩薩)이 세존께 사뢰었다. "관자재보살의 옛일은 이미 부처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 보살은 어떤 삼마지문(三摩地門)이 있습니까?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잘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그 삼마지문(三摩地門)은 이른바 유상삼마지(有相三摩地)·무상삼마지(無相三摩地)·금강생삼마지(金剛生三摩地)·일광명삼마지(日光明三摩地)·광박삼마지(廣博三摩地)·장엄삼마지(莊嚴三摩地)·정기삼마지(旌旗三摩地)·작장엄삼마지(作莊嚴三摩地)·장엄왕삼마지(莊嚴王三摩地)·조시방삼마지(照十方三摩地)·묘안여의삼마지(妙眼如意三摩地)·지법삼마지(持法三摩地)·묘최승삼마지(妙最勝三摩地)·시애삼마지(施愛三摩地)·금강번삼마지(金剛幡三摩地)·관찰일체세계삼마지(觀察一切世界三摩地)·낙선서삼마지(樂善逝三摩地)·신통업삼마지(神通業三摩地)·불정륜삼마지(佛頂輪三摩地)·묘안월삼마지(妙眼月三摩地)·요다권속삼마지(了多眷屬三摩地)·천안삼마지(天眼三摩地)·명조겁삼마지(明照劫三摩地)·변현견삼마지(變現見三摩地)·연화상삼마지(蓮華上三摩地)·상왕삼마지(上王三摩地)·청정아비삼마지(淸淨阿鼻三摩地)·신상삼마지(信相三摩地)·천륜삼마지(天輪三摩地)·쇄감로삼마지(灑甘露三摩地)·윤광명삼마지(輪光明三摩地)·해심삼마지(海深三摩地)·다궁삼마지(多宮三摩地)·가릉빈가성삼마지(迦陵頻伽聲三摩地)·청련화향삼마지(靑蓮華香三摩地)·운재삼마지(運載三摩地)·금강개삼마지(金剛鎧三摩地)·제번뇌삼마지(除煩惱三摩地)·사자보삼마지(師子步三摩地)·무상삼마지(無上三摩地)·항복삼마지(降伏三摩地)·묘월삼마지(妙月三摩地)·광요삼마지(光曜三摩地)·백광명삼마지(百光明三摩地)·광치성삼마지(光熾盛三摩地)·광명업삼마지(光明業三摩地)·묘상삼마지(妙相三摩地)·권아소라삼마지(勸阿蘇 三摩地)·궁전삼마지(宮殿三摩地)·현원적삼마지(現圓寂三摩地)·대등명삼마지(大燈明三摩地)·등명왕삼마지(燈明王三摩地)·구륜회삼마지(救輪 三摩地)·문자용삼마지(文字用三摩地)·천현전삼마지(天現前三摩地)·상응업삼마지(相應業三摩地)·견진여삼마지(見眞如三摩地)·전광삼마지(電光三摩地)·용엄삼마지(龍嚴三摩地)·사자빈신삼마지(師子頻伸三摩地)·사저면삼마지(莎底面三摩地)·왕복삼마지(往復三摩地)·각오변삼마지(覺悟變三摩地)·염근증장삼마지(念根增長三摩地)·무상해탈삼마지(無相解脫三摩地)·최승삼마지(最勝三摩地)·개도삼마지(開導三摩地)이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오로지 이 삼마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털구멍에 백 천만의 삼마지를 갖추고 있다.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보살의 위(位)에 있으나 공덕은 이와 같아서, 제불여래(諸佛如來)께서도 일찍이 없었던 이러한 공덕을 찬탄하시었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옛날 보살이었을 때, 오백 명의 상인과 사자국(師子國)으로 가려고 하였다. 온갖 수레를 거느리고 낙타와 소를 타고 재보(財寶)를 얻고자 길을 떠나, 시골과 진영(陣營)과 성읍(城邑)과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곳을 지나고, 마침내 바닷가에 이르러 큰배에 타려고 이들과 함께 배 안으로 올랐느니라.” 내가 선장에게 물었다. "그대는 풍향을 잘 분간하리라. 바람이 어디로부터 일어나 어느 국토로 가는가? 보주(寶洲)로 가는가? 사바국( 婆國)으로 가는가? 아니면 나찰국(羅刹國)으로 가는가?" 이에 선장은 바람 부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이 바람은 마땅히 사자국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바람을 받아서 사자국으로 갔더니, 그 나라 안에 오백 명의 나찰녀가 있다가 홀연히 변화를 부려 사나운 폭풍을 일으켰다. 풍랑에 배는 모두 파괴되고 상인들은 물에 떨어져서 표류하다가 파도에 밀려 해안으로 올라왔다. 그 오 백 명의 나찰녀들은 상인들을 보고서 몸을 흔들며 흉악한 소리를 내더니, 동녀(童女)의 모습을 나타내어 상인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 각각 의복을 상인들에게 주었다. 이리하여 그 의복을 입고 각자의 젖은 옷을 짜서 볕에 말린 후에 그곳을 떠나 곧 첨파가수(瞻波迦樹) 아래에 가서 쉬었다. 쉬고 난 뒤에 서로 말하기를, "우리는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 무슨 방편을 써야 좋을까?" 하고 근심하였으나, 다시 아무 방침과 계책이 없어서 모두 말이 없었다. 이 때에 그 나찰녀들이 또 다시 상인들의 앞에 와서 "우리들은 남편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남편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음식과 의복, 창고와 숲이 우거진 동산과 목욕하는 연못이 있습니다." 라고 하고는 그 나찰녀들은 각각 상인 한 사람씩을 데리고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이들 나찰녀 중에는 우두머리 격인 한 여인이 있었는데 이름이 나저가람( 底迦 )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자기의 거처로 돌아가서는 가장 맛 좋은 음식으로 나를 대접하기에 배부르게 먹었다. 나는 유쾌하고 즐겁기가 인간세계와 다름이 없었다. 거기에 머무르기를 이 삼칠일이 지났는데, 문득 저 나저가람이 기쁘게 웃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때 마음 속에 의심이 일어났는데, 전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괴이한 일이었다. 그 나찰녀가 그렇게 웃을 때, 나는 물었다. "그대는 지금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웃는가?" 나찰녀가 말했다. "이 사자국은 나찰녀가 사는 곳으로 그대의 목숨이 상할까 두려워서입니다." 이에 내가 물었다. "그대가 어찌하여 그것을 아는가?" 나찰녀가 말했다. "남쪽 길로는 가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거기에는 철성(鐵城)이 있는데, 위·아래와 주위에는 문이 없고 그 안에는 무수한 상인들이 있으며, 그 중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먹혀서 다만 해골만 남았을 뿐입니다. 그대는 이제 산 자나 죽은 자가 있다고 하여도 믿지 못하겠지만, 이 길을 따라서 거기에 이르고 보면 내 말을 믿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가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보살로서 밤중에 월광검(月光劍)을 들고 남쪽 길을 향하여 갔다. 그 철성(鐵城)에 이르러 두루 돌아보니 문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며, 또 창도 없고 그 철성 가에는 첨파가수(瞻波迦樹)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는 그 나무 위에 올라가서 큰 소리로 부르고 외쳤다. 그 때 철성 안에 있는 상인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어지신 대상주(大商主)님, 아직 모르셨습니까? 우리는 나찰녀들에게 붙들려서 철성 안에 있는데 매일 백 명씩 잡혀 먹습니다."라고 하면서 지난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래서 나는 첨파가수를 내려와서 도로 남쪽 길을 따라 그 나찰녀가 있는 곳으로 급히 돌아갔다.그 때,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어지신 대상주님, 제가 말씀드린 철성은 당연히 둘러보았습니까? 보지 않았습니까? 이제 사실대로 말씀하십시오." 나는 이미 보았다고 말하고는 또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방편으로써 나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겠는가?" 그 나찰녀가 나에게 말했다. "여기에 큰 방편이 있으니 그대가 안온하게 이 사자국을 잘 벗어나서 저 남섬부주(南贍部洲)로 돌아가게 할 것입니다." 라고 하므로, 나는 이 말을 듣고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나를 어느 길로 가게 하여 이 나라를 벗어나게 하려는가?" 그 때 나저가람이 나에게 일러 말했다. "성마왕(聖馬王)이 있어서 능히 모든 유정들을 구제합니다." 나는 당연히 그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성마왕 있는 곳에 가서 보니 흰 약초를 먹고 있었다. 먹은 뒤에는 금모래 땅에서 구르더니 일어나 몸의 털을 털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저 언덕에 가려고 하는가? 가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스스로 말하라." 라고 세 번이나 말하였다. 이에 나는 성마왕에게 "내가 지금 거기에 가려고 합니다." 라고 말하고는 다시 그 나찰녀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함께 누워 잤다. 그 나찰녀는 잠이 깬 뒤에 후회가 되어 나에게 물었다. "상주(商主)님, 그대의 몸이 왜 이렇게 찹니까?" 이에 나는 그녀가 나를 못 가게 할 것을 알고 마침내 방편으로써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방금 잠깐 성 밖에 나가서 볼 일을 보고 돌아왔으므로 내 몸이 차갑소."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어서 주무시지요." 나는 해가 돋고서야 일어나서 곧 모든 상인들을 불러, "지금이 바로 이 성을 빠져나가기 좋은 때이다." 라고 일러 주었다. 그 때에 모든 상인들이 다 성을 빠져나와서 함께 쉬면서 서로 말을 나누었다. "지금 이 대중들 가운데 어느 사람의 처가 가장 사랑스러웠으며, 무엇을 본 것이 있으며 그것은 어떠한 것인가?" 그 때 대중들 중에서 어떤 자는 "그녀는 맛좋은 음식을 내게 주었소."라고 하고, 어떤 자는 "그녀는 여러 가지 의복을 내게 주었소."라고 하며, 어떤 자는 "그녀는 천관(天冠)과 귀걸이와 의복을 내게 주었소."라고 하며, 어떤 자는 "얻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라고 하며, 어떤 자는 "그녀가 용연향(龍涎香)과 사향(麝香)과 전단향( 檀香) 등 갖가지 향을 내게 주었소." 라고 하였다. 그 때 모든 상인들이 이런 말을 다 한 뒤에 내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해탈(解脫)하기 어려울 것이오. 무엇 때문에 그 나찰녀들을 탐내고 사랑하는가?" 모든 상인들이 듣고 무서운 생각으로 물었다. "대상주님, 정말 그렇습니까?" 나는 곧 말했다. "이 사자국은 나찰녀들이 사는 곳으로서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오. 이것은 실로 이 나찰녀들이 하는 말인데 '불법승(佛法僧) 만이 이 나찰녀를 알 뿐이라'고 하오." 그 때, 모든 상주(商主)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나에게 물었다. "어떤 방편으로 이 환난을 면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에 나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자국에는 성마왕(聖馬王)이 있어 능히 모든 유정들을 구제합니다. 그는 큰 흰 약초를 먹으며 금모래 땅에서 구르다가 일어나서 몸을 털고 세 번이나 말하기를, '누가 저 언덕[彼岸]에 가고자 하는가?' 하기에 나는 이미 저 마왕(馬王)에게 말하기를, '내가 이제 저 언덕에 가고자 합니다.' 라고 하였소." 그 때, 모든 상인들이 다시 나에게 묻기를, "어느 날 가십니까?" 하기에 나는 대중들에게 일러 말하기를, "사흘 후에 꼭 가겠으니, 다들 반드시 노자와 식량을 마련하시오." 라고 했다. 이 말을 마치자 여러 사람들은 도로 성(城)으로 들어가, 각각 본래 있던 나찰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내가 오는 것을 보자 인사를 하고는 "지금 피로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그 나찰녀에게 묻기를, "나는 아직 그대가 이처럼 기뻐하는 것을 보지 못했소. 숲이 우거진 정원과 목욕할 못이 참으로 있는 것이오?" 하니, 곧 그 나찰녀가 말하기를, "대상주님, 이 사자국에는 온갖 마음에 드는 정원과 목욕할 연못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녀에게 이르기를, "나에게 여법(如法)하게 식량과 노자를 마련해 주시오. 사흘 뒤에 여러 곳의 수풀이 우거진 동산과 목욕하는 연못에 놀러 가서 보려고 하오. 또 저 유명한 꽃도 보고 여러 가지 꽃을 가지고 돌아오리다." 하니, 나찰녀가 말하기를, "대상주님, 제가 식량과 노자를 갖추어 마련하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이 때에 그 나찰녀가 나의 계책을 알면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라 걱정하며 잠자코 있었더니, 그 나찰녀는 좋은 음식을 가져와 나에게 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1) 여자와 재보에 애착하지 말라는 비유
다 먹고 나서 탄식을 하였더니, 그녀가 "대상주님, 무엇 때문에 이처럼 탄식합니까?" 하며 물었다. 나는 곧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본래 남섬부주 사람으로서 고향 생각이 나는구려."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대상주님, 고향을 생각하지 마세요. 이 사자국에는 온갖 음식과 의복 창고가 있으며 온갖 마음에 드는 원림(園林)과 목욕할 수 있는 연못이 있어, 온갖 쾌락을 누릴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 남섬부주를 생각하십니까?" 나는 그 때 묵묵히 있었다. 이날이 지나고 다음날이 되자 그녀는 나에게 음식과 노자와 식량을 마련해 주었으며, 저 여러 상인들도 모두 노자와 양식을 준비하였다. 사흘째 되는 날, 해가 뜰 때를 기다려 모두 그 성을 나와서 함께 의논하여 말했다. "우리들은 지금 마땅히 속히 떠나야만 하며, 절대로 사자국을 돌아보지 말아야 할 것이오." 이렇게 말하고 나는 그들과 함께 곧바로 성마왕(聖馬王)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거기에 이르니 저 마왕이 풀을 먹고 구르다가 온몸의 털을 털었는데, 이 때에 사자국의 대지가 진동을 하였다. 마왕(馬王)이 세 번 거듭 말하기를, "지금 누가 저 언덕에 가려고 하는가?" 그러자 상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지금 저 언덕에 가려고 합니다." 그 때 성마왕(聖馬王)은 몸을 떨치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앞으로만 갈 것이며, 절대로 사자국을 뒤돌아 보지 말라." 그 성마왕이 이렇게 말을 마치자 나는 곧 먼저 마왕의 위에 올라탔다. 그런 다음 오 백 명의 상인들도 모두 말 위에 올랐다.
(2) 애착하여 돌아 본 자는 다 죽었고, 오직 대상주만이 돌아보지 않아 살았다.
그 때, 저 사자국의 모든 나찰녀들이 문득 상인들이 떠났다는 말을 듣고 괴롭고 애절한 소리를 내며 말달리듯 뛰어 쫓아 와서 슬피 울부짖으며 뒤를 따랐다. 그 때 모든 상인들이 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보다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물 속에 떨어졌다. 그러자 모든 나찰녀들이 그 몸의 살을 뜯어 먹었다.
(3) 성마왕이었던 관자재보살이 대상주였던 세존을 구제함
이 때, 오직 나 혼자만이 남섬부주로 갔다. 그 성마왕이 해안에 다다르자 나는 거기에서 내려 그 성마왕을 세 번 돌고는 곧 그 곳을 떠나 길을 찾아 고향으로 갔다.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집에 이르니, 부모님은 내가 돌아 온 것을 보고는 아들을 안고 기뻐하다가 다시 슬퍼서 울었다. 부모님은 항상 나 때문에 울어서 눈병이 나 있었으나, 이제 내가 돌아오니 병이 낫고 그 전처럼 눈이 밝아졌다. 이제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하자, 나는 이전의 어려운 일을 자세하게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다 들으시더니 나에게 이르시기를, "네가 오늘 목숨을 온전히 보존하여 안전하게 돌아오게 되어 내 마음이 매우 기쁘고 다시 다른 근심과 염려가 없다. 나는 네가 재물 버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이제 나이가 많아 쇠약한 몸임을 스스로 알았으니, 출입할 때에 네가 부축하여 줄 것이며 내가 죽으면 네가 상주(喪主)가 되어 나의 장례를 치러다오."라고 하시며, 부모께서는 이와 같이 좋은 말씀으로 나를 위로하며 타이르셨다네. 제개장보살이여, 나는 그 때 상주(商主)의 몸이 되어 이와 같은 위험한 재난과 고뇌를 겪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이르셨다. "그 때의 성마왕(聖馬王)이란 곧 관자재보살마하살이니 위난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나를 구제하였다. 제개장보살이여, 내 지금은 관자재보살마하살의 공덕이 무량함을 다 말하지 못하겠다. 내 이제 그대를 위하여 관자재보살의 털구멍 가운데에 있는 공덕만을 대략 말하리라. 제개장보살이여, 관자재보살의 몸에는 금털구멍이 있으니 그 가운데에 무수 백 천만 구지(俱 ) 나유다(那庾多)의 언달바(彦達 )가 있다. 그들은 윤회의 고통이 없어 항상 가장 뛰어난 즐거움을 누리며, 하늘의 물건을 쓰되 다함이 없으며, 악심(惡心)이 없고 미워하며 질투하는 마음이 없으며, 탐·진·치(貪·瞋·癡)가 없어서, 항상 팔성도(八聖道)를 행하여 늘 법락(法樂)을 누리느니라. 제개장보살이여, 이 금털구멍 가운데에 다시 빛을 내는 여의보주(如意寶珠)가 있어, 저 언달바들의 생각을 따라 쓰고 싶은 대로 만족하게 쓸 수가 있는데, 이 금털구멍 가운데는 이러한 것이 나타난다. 또 검은 털구멍이 있어서 그 가운데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신통력을 갖춘 선인(仙人)이 있는데, 그 중에는 한 가지의 신통만을 갖춘 자도 있으며, 혹은 두 가지·세 가지·네 가지·다섯 가지의 신통을 갖춘 자도 있으며, 혹은 육신통(六神通)을 구족한 자도 있느니라. 이 털구멍 속에서 또한 은으로 된 땅을 나타내어 황금으로 산을 삼고 백은(白銀)으로 봉우리를 삼으며, 서른 일곱 개의 애염연화보(愛染蓮華寶)로 그 산을 장엄한다. 그 산중에는 팔만 사천의 신선(神仙)들이 있다. 이들 선인(仙人)들은 겁수(劫樹)를 나타내는데, 심홍색 줄기에 황금과 백은으로 가지와 잎을 삼아 보배 광명을 발한다. 또 하나 하나의 털구멍에서 네 가지 보배 연못을 나타내니, 팔공덕수(八功德水)가 그 안에 충만하며 아름다운 꽃으로 그 연못을 채운다. 연못가 언덕에는 천묘향수(天妙香樹)와 전단향수( 檀香樹)가 있으며, 또 장엄겁수(莊嚴劫樹)가 있어 장엄한 천관(天冠)과 귀걸이를 걸어 놓았고, 또한 매우 뛰어나게 아름다운 영락(瓔珞)으로 그것을 훌륭하게 꾸몄다. 또 그 위에 갖가지의 보배 방울을 매달았으며, 훌륭한 교시가( 尸迦)의 의복을 걸었다. 이 하나 하나의 겁수 아래에는 각각 백 명의 언달바왕(彦達 王)이 있는데, 항상 갖가지의 음악을 연주한다. 또한 사슴 무리와 깃털 달린 것이며 신령스러운 짐승들이 이 음악을 듣고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모든 유정들이 윤회의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무엇 때문에 남섬부주의 사람들은 생노병사(生老病死)와 애별리고(愛別離苦) 등의 온갖 고통을 받는가?' 그리하여 이 모든 날짐승과 사슴들은 『대승장엄보왕경』의 이와 같은 이름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자 하늘의 기묘한 맛있는 음식이며, 하늘의 온갖 묘한 향, 묘한 옷 등의 물건들이 저들의 생각하는 바대로 만족하게 있게 되었느니라.”
이 때에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었다. "제가 이제 이것을 들으니 매우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그대의 생각은 어떠하냐?"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러한 유정들이 마음으로 오직 이 경의 이름만 생각하여도 이러한 이익과 안락을 얻는데, 만약 누군가 이 경을 듣고 베껴 쓰거나 수지(受持)하거나 독송(讀誦)하거나 공양하고 공경하면, 그 사람은 항상 안락을 얻을 것입니다. 혹은 누군가 이 경 가운데에 한 자라도 베껴 쓴다면, 내세에 윤회의 고통을 받지 않고 영원히 백정이나 고깃간의 하천한 집안에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태어나는 몸은 곱추와 앉은뱅이와 언청이와 문둥병 등의 남들이 싫어하는 형상을 영원히 받지 않으며, 신상(身相)이 원만하며 제근(諸根)이 구족(具足)함을 얻어 큰 힘을 가지게 됩니다. 하물며 구족하게 수지·독송하고 서사(書寫)하여 공양하며 공경하는 사람이 얻는 공덕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제개장보살이여, 그대가 지금 이와 같은 법을 잘 설하였다. 이제 이 모임에 무수한 백 천만의 천(天)·용(龍)·야차(藥叉)·언달바(彦達 )·아소라(阿蘇 )·비로나(蘗 拏)·긴나라(緊那 )·마호라아(摩護 아)·사람(人) 및 비인(非人)·우바새[ 波索迦]·우바이[ 波斯計] 등 이와 같은 무리들이 모두 다 그대가 이러한 법(法)을 설하는 것을 들었노라. 이러한 자세한 법문을 듣게 된 것은 그대의 물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라." 이 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이제 이 묘법을 설하시면, 천인들이 굳건한 믿음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이렇게 거듭 관자재보살의 몸의 털구멍 속에 나타나는 공덕을 묻는도다. 제개장보살이여, 그에게는 또 보배로 장엄된 털구멍이 있다. 그 속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언달바녀(彦達 女)가 있는데, 얼굴이 어여쁘고 형체가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로 장엄하여 모양이 천녀(天女)와 같다. 그들에게는 탐·진·치의 괴로움이 그들의 몸을 침범하지 못하며, 그리고 또한 인간이 받는 아주 작은 고통도 받지 않는다. 그 언달바녀들은 세 때[三時]에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명호(名號)를 염(念)하므로, 일체의 필요한 물건들을 언제나 얻게 되느니라." 이 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어 말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 털구멍 속에 들어가서 그 모든 것을 보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 털구멍은 가가 없으며, 허공계(虛空界)와 같아서 또한 장애가 없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그 털구멍은 장애가 없고 접촉의 괴로움이 없다. 그 털구멍 중에 보현보살마하살(普賢菩薩摩訶薩)이 들어가 열 두 해를 갔으나 끝이 없었으며, 모든 털구멍 하나 하나에는 각기 불부(佛部)가 있어서 모든 부처님이 그 곳에 계신다. 그런 까닭에 보현보살도 그 끝이 멀고 가까움을 알지 못했으니, 다른 보살들이 어찌 그 끝을 알 수 있겠는가?" 그 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현보살마하살은 그 털구멍에서 열 두 해를 가도 그 끝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털구멍에는 각기 백 분의 부처님이 그 가운데에 계시며, 보현보살마하살 조차도 그 끝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제 어찌하면 그 가운데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나도 또한 이와 같이 미묘적정(微妙寂靜)함을 보지 못하였다. 그는 무상(無相)이기 때문에 큰 몸을 나타내어 십 일면(十一面)을 갖추었고, 백 천(百千)의 눈이 원만하고 광대(廣大)하며, 상응지(相應地)를 얻어서 담연적정(湛然寂靜)하고, 큰 지혜는 걸림이 없고 윤회(輪廻)를 여의었다. 구도(救度)함을 볼 수도 없고, 또한 종족도 없으며 지혜를 드러냄도 설함도 없으니, 이와 같은 모든 법은 그림자와 같고 메아리와 같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며, 그는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여래 또한 보지 못한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선남자여, 보현 등의 모든 보살은 저 관자재보살의 변화를 생각조차 못하며 알지도 못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여러 가지로 변화하여 나타나 무량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유정을 구도하여서 극락세계에 왕생하도록 하며, 무량수여래를 보고 법을 듣게 하여 모두 보리도(菩提道)를 이루도록 하느니라." 그 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무슨 방편으로써 제가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뵐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그 보살은 반드시 곧 이 사바세계에 와서 나를 보고 예배 공양할 것이니라."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께서 이곳에 오신다니 언제가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이 유정들의 근기가 성숙함을 기다려서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먼저 이 곳으로 올 것이니라." 그러자 제개장보살마하살이 손으로 턱을 괴이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어떠한 죄장(罪障)이 있기에 수명이 길다하나 이익(利益)되는 바가 없어, 저 관자재보살을 만나 공경하며 예배드릴 수가 없는가? 마치 장님이 길을 가는 것과 같구나.'
그리고는 제개장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어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 관자재보살마하살께서는 실로 언제 여기에 오시게 됩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웃으시며 이르셨다.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그가 무시(無始)로 오는 그것이 곧 오는 때이니라. 선남자여, 그 보살의 몸에는 털구멍이 있는데 쇄감로(灑甘露)라고 이름한다. 그 털구멍 중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천인(天人)이 살고 있으며, 초지(初地)나 제이지(第二地)를 증득(證得)한 자도 있고, 내지 제십지(第十地)의 보살마하살위(菩薩摩訶薩位)를 증득한 자도 있느니라. 제개장보살이여, 그 쇄감로의 털구멍 안에는 육 십개의 금은 보배의 산이 있는데, 그 하나 하나의 산 높이는 육만 유순으로서 구만 구천의 봉우리가 있으며, 하늘의 묘한 보배로 두루 장엄했다. 일생보처(一生補處)의 보살이 그 곳에 머물며, 또한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언달바 무리들이 그 털구멍 속에서 항상 음악을 연주하느니라. 제개장이여, 또한 그 쇄감로라는 털구멍 안에는 무수한 백 천 만억 구지 나유다의 궁전이 있으며, 하늘의 마니묘보로써 두루 장엄하게 하여 보는 자는 그 마음이 즐거우며, 또 여러 가지 진주 영락으로써 그것을 장식하였다. 그 궁전에는 각각 보살이 있어서 미묘한 법을 설하며, 이 궁전을 나와서는 각각 경행(經行)을 하는데 경행하는 곳에는 일흔 일곱의 못이 있어서 팔공덕수가 그 가운데에 가득 차 있다. 다시 여러 가지 꽃이 있는데, 이른바 올발라화( 鉢羅華)·발눌마화(鉢訥摩華)·구모나화(矩母那華)·분나리가화(奔那利迦華)·조언타가화( 彦馱迦華)·만나라화(曼那 華)·마하만나라화(摩賀曼那 華) 등이 그 안에 가득 차 있다. 그 경행지(經行地)에는 또 마음에 드는 겁수(劫樹)가 있어 하늘의 금은으로써 그 잎을 장엄하였다. 나무 위에는 모든 천관(天冠)과 귀걸이와 진귀한 보배로 된 영락을 걸어 갖가지로 장엄하였느니라. 그 모든 보살이 경행(經行)을 마치고, 밤에는 여러 가지 대승의 법을 사유하며, 적멸의 경지를 사유하고, 지옥·아귀·축생을 사유한다. 이러한 사유를 마치고는 자심삼마지(慈心三摩地)에 들어간다. 제개장보살이여, 그 털구멍에는 이와 같은 보살들이 그 가운데에 출현하느니라. 또 금강면(金剛面)이라고 하는 털구멍이 있으니, 그 속에는 무수 백 천만의 긴나라가 있어 여러 가지의 화만(華 )과 영락으로 몸을 두루 장엄하고, 좋은 향을 그 몸에 발라서 보는 자가 기뻐한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불·법·승을 염하여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고, 법인(法忍)에 머물러 적멸(寂滅)을 생각하며 윤회를 멀리 여읜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그 긴나라의 무리들은 마음에 애락(愛樂)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그 털구멍에는 무수한 산이 있는데, 그 안에는 금강보굴(金剛寶窟)과 금보굴(金寶窟)·은보굴(銀寶窟)·파지가보굴( 迦寶窟)·연화색보굴(蓮華色寶窟)·청색보굴(靑色寶窟)이 있으며, 또한 칠보굴(七寶窟)이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그 털구멍에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 그리고, 또 안에는 무수한 겁수(劫樹), 무수한 큰 전단수( 檀樹)와 미묘한 향나무가 있으며, 무수한 멱감는 못과 백 천만의 천궁보전(天宮寶殿)이 파지가( 迦)로 장엄되고, 교묘하고 청정하여 마음에 드는 보배궁전이 거기에 나타난다. 이러한 궁전에 긴나라의 무리가 머물러 쉬다가, 쉬기를 다하고는 미묘한 법을 설하는데, 이른바 보시바라밀다법(布施波羅蜜多法)과 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정려(靜慮)·지혜바라밀다법(智慧波羅蜜多法)이다. 이 육바라밀다법을 설한 후에는 각각 경행(經行)을 하는데, 이곳에는 황금의 경행도(經行道)와 백은(白銀)의 경행도(經行道)가 있으며, 주위에는 겁수(劫樹)가 있어 금과 은으로 잎을 삼고, 위에는 여러 가지 천의(天衣)와 보관(寶冠), 귀걸이와 보배 방울, 영락이 있느니라. 이와 같이 그 경행처를 장엄하였으며, 또 누각이 있어 긴나라가 거기에서 경행(經行)을 하며, 생고(生苦)·노고(老苦)·병고(病苦)·사고(死苦)·빈궁곤고(貧窮困苦)·애별리고(愛別離苦)·원증회고(怨憎會苦)·구부득고(求不得苦)에 빠지거나 혹은 침자지옥(針刺地獄)·흑승지옥(黑繩地獄)·갈혜대지옥(喝醯大地獄)·극열대지옥(極熱大地獄)·화갱지옥(火坑地獄)에 떨어지거나, 혹은 아귀도(餓鬼途)에 떨어지는 것을 사유한다. 이와 같이 유정들이 큰 고뇌를 받는다고 저 긴나라들은 사유하느니라. 이와 같이, 선남자여, 저 긴나라는 매우 깊은 법을 즐기며 원적진계(圓寂眞界)를 사유한다. 또 항상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명호를 염하며, 이 칭념(稱念)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모든 필요한 것을 풍족하게 얻느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 내지 그 명호는 또한 얻기가 어렵다. 왜 그런가 하면 그는 일체 유정에게 높으신 부모와 같아서 두려움을 가진 모든 유정에게 무외(無畏)를 베푸시며, 일체의 유정들을 잘 인도하여 선지식(善知識)이 되게 하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는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가 있는데 얻기가 매우 어렵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 이름을 칭념(稱念)하면 그 털구멍 안에 태어나 고통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한 털구멍에서 나와 다시 다른 털구멍으로 들어가, 거기에 머물러 반드시 원적지(圓寂地)를 증득(證得)할 것이니라." 그 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는 어디에서 얻을 수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는 얻기가 어렵다. 여래도 또한 얻을 곳을 모르는데 하물며 인위(因位)의 보살이 어찌 얻을 곳을 알 수가 있겠느냐?"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이와 같은 다라니(陀羅尼)를 이제 불여래응정등각(佛如來應正等覺)께서는 어찌하여 모르십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는 곧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미묘본심(微妙本心)이니, 만약 이 미묘한 본심을 아는 자가 있으면, 곧 해탈(解脫)을 아는 것이다." 그 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유정들 중에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아는 자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는 자가 없다.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는 무량상응(無量相應)하여 여래도 오히려 알기 어려운데, 보살이 어찌 이 관자재보살의 미묘한 본심처(本心處)를 알겠느냐? 내가 다른 국토에 가더라도 이 육자대명다라니가 있는 곳을 아는 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능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항상 수지(受持)하는 자가 있으면, 이를 지송(持誦)할 때는 아흔 아홉의 긍가사수( 伽沙數)의 여래가 모이고, 또 미진수(微塵數)의 보살이 모이며, 다시 삼십이천(三十二天)의 천자(天子)들이 모두 모이며, 또한 사대천왕(四大天王)이 사방에서 그를 호위한다. 또 사아라용왕(娑아라龍王)·무열뇌용왕(無熱惱龍王)·득차가용왕(得叉迦龍王)·바소지용왕( 蘇枳龍王)이 있는데, 이와 같은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많은 용왕(龍王)이 와서 이 사람을 호위한다. 또 땅속의 야차(藥叉)며 허공신(虛空神) 등이 있어 또한 이 사람을 호위한다.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의 몸의 털구멍 중의 구지(俱 ) 수만큼의 여래가 머물러 쉰 다음 이 사람을 찬탄하여 이르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이 여의마니보(如意摩尼寶)를 얻었도다. 그대의 칠대(七代) 종족은 다 마땅히 해탈을 얻을 것이다.’ 선남자여, 그 진언을 수지(受持)하는 사람은 뱃속의 모든 벌레도 반드시 불퇴전의 보살위를 얻게 된다. 또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이마 위에 받드는 자가 있다면 선남자여, 이마 위에 받들어 지닌 자를 보는 것은 금강신(金剛身)을 보는 것과 같으며, 사리탑(舍利塔)을 보는 것과 같으며, 여래를 보는 것과 같으며, 일구지(一俱 )의 지혜가 구족된 자를 보는 것과 같느니라.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능히 법(法)에 의지하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염송(念誦)하면 이 사람은 다함이 없는 변재(辯才)를 얻을 것이며, 이와 같은 사람은 청정한 지혜무더기를 얻고 큰 자비를 얻게 된다. 이와 같은 사람은 나날이 육바라밀다를 갖추어 원만한 공덕을 얻을 것이며, 하늘의 전륜관정(轉輪灌頂)을 받을 것이며, 이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기운이 다른 사람의 몸에 닿으면, 닿게 된 그 사람은 자비심을 일으키고 모든 진심(瞋心)의 독을 여의어 반드시 불퇴전의 보살이 될 수 있으며,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 多羅三 三菩提)를 증득(證得)할 것이다. 만약 이를 받들어 지닌 사람의 손이 다른 사람의 몸에 닿으면, 닿게 된 그 사람은 속히 보살위(菩薩位)를 얻게 된다. 만약 이를 받들어 지닌 사람이 남자·여인·동남(童男)·동녀(童女) 내지는 다른 종류의 모든 유정들을 보게 되면, 보이게 된 자는 다 속히 보살위를 얻게 되느니라. 이러한 사람은 영원히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고통과 애별리고(愛別離苦)를 받지 않으며, 불가사의(不可思議)하게 상응한 염송을 얻게 되느니라. 이제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이와 같이 설하였도다."
이 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어떻게 하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얻겠습니까? 만약 그것을 얻으면, 불가사의(不可思議)하고 무량(無量)한 선정(禪定)에 상응(相應)하여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 多羅三 三菩提)를 얻는 것과 같고, 해탈문(解脫門)에 들어 열반의 경지(境地)를 보게 되며, 탐심(貪心)과 진심(瞋心)이 영원히 없어져서 법장(法藏)이 원만하고, 오취(五趣)의 윤회(輪廻)를 파괴하며, 모든 지옥(地獄)을 청정하게 하고, 번뇌를 끊어 없애며, 방생(傍生)을 구도(救度)하고, 법미(法味)를 완성하며, 일체지지(一切智智)의 연설(演說)이 다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원하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위해 사대주(四大洲)에 칠보(七寶)를 가득 채워 보시(布施)하고 서사(書寫)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종이와 붓이 모자라면 제 몸을 찔러 피로써 먹(墨)을 만들고, 살가죽을 벗겨 종이를 만들며, 뼈를 쪼개어 붓을 만들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하여도 저는 아무런 후회와 아까움이 없사오며, 존중하옵기를 저의 부모님과 똑같이 하겠사옵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내가 과거세(過去世)의 일을 생각하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구하기 위하여 미진(微塵) 수와 같이 많은 세계를 두루 다니고,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여래를 공양하였으나, 내가 저 모든 여래가 계시는 곳에 가서도 얻지도 못하였고 듣지도 못하였느니라."
그 때 세상에 한 부처님이 계셨으니, 보상여래(寶上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佛)·세존(世尊)이셨다. 내가 그 부처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우니,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슬피 울지 말고 가보아라. 선남자여, 그대는 저 연화상여래응정등각(蓮華上如來應正等覺)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뵈옵도록 하라. 거기에 계시는 그 부처님은 이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를 알고 계시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곧 보상여래(寶上如來)의 처소(處所)를 떠나 연화상여래가 계시는 불찰(佛刹)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합장(合掌)하여 부처님 앞에 앉아,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에게 육자대명다라니를 주시옵소서. 그 진언왕(眞言王)은 일체의 본모(本母)라, 그 명호를 억념(憶念)만 하여도 죄의 더러움이 없어지고 속히 보리(菩提)를 증득합니다. 이것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저는 이제 피곤합니다. 제가 무수한 세계로 갔지만 얻을 수가 없어서, 이제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이 때, 연화상여래께서 이 육자대명다라니의 공덕을 설하셨다. "선남자여, 모든 티끌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功德)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큰 바다에 있는 모래의 수(數)는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수량을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천인(天人)이 만든 창고가 있는데, 그 둘레가 일천(一千) 유선나(踰繕那)이고 높이가 일백(一百) 유선나로서, 참깨[脂麻]를 그 안에 가득 채워 바늘 들어갈 틈이 없도록 하고, 그것을 수호하는 자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데, 백 겁(百劫)을 지날 때마다 그 참깨 한 알씩을 밖으로 내던져, 이와 같이 하여 창고 안에 있는 것을 다 던져 남는 것이 없더라도,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대주(四大洲)에 보리 등 여러 가지 곡식을 심어서, 용왕이 때를 맞추어 비를 내리고, 때가 되어 심은 곡식은 모두 다 잘 익어서 베어 거두기를 마쳐, 남섬부주에 장소를 정하고 수레 등으로 운반하여 다 두들겨 모두 한 곳에 산더미처럼 모아 두었더라도, 선남자여,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 낱알의 숫자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 남섬부주에 있는 큰 강은 밤낮으로 흘러가는데, 이른바 시다하( 多河)·강아하( 아河)·염모나하(焰母那河)·부추하( 芻河)·설다로날라하(設多 捺 河)·찬날라파벽하(贊捺 婆蘗河)·애라부저하(愛 底河)·소마아태하(蘇摩아 河)·희마하( 摩河)·가라술나리하(迦羅戌那 河)로서, 이 하나 하나의 강에 각각 오 천(五千) 권속(眷屬)의 작은 강이 있어서 밤낮으로 흘러 큰 바다로 들어가는데, 선남자여, 이와 같이 큰 강이라 할지라도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대주에 있는 네 발 가진 유정들, 사자·코끼리·말·들소·물소·호랑이·늑대·원숭이·사슴·염소·양·승냥이·토끼 등, 이와 같이 네 발을 가진 짐승의 부류는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 터럭의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금강구산왕(金剛鉤山王)은 높이가 구만 구천 유선나이고, 밑은 팔만 사천 유선나이며, 그 금강구산왕은 사방(四方)이 팔만 사천 유선나인데, 그 산에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사람이 있어서, 일겁(一劫) 동안에 그 산을 한바퀴 도는데, 이와 같은 산왕(山王)은 내가 교시가의( 尸迦衣)로 스쳐서 능히 닳아 남김이 없도록 할 수가 있지마는,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큰 바다는 깊이가 팔만 사천 유선나이고, 구덩이가 광할하고 무량하나 내가 능히 하나의 털로써 물을 다 적셔내어 남음이 없게 할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큰 시리사수림(尸利沙樹林)과 같은 것은 내가 능히 하나 하나 잎사귀의 수를 다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대주에 가득 차서 살고 있는 남자·여인·동자(童子)·동녀(童女) 등, 이와 같은 일체의 사람들이 모두 칠지(七地) 보살(菩薩)의 위(位)를 얻더라도, 그 보살들이 가지고 있는 공덕은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한 공덕과 다름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열두 달이 되는 해는 제(除)하고 일년이 십삼 개월이 되는 윤년만을 가려내어 그 윤달만 모아서 열두 달을 한 해로 계산하여, 이렇게 천상(天上)의 일겁(一劫)을 채워서 그 동안에 밤낮으로 큰비가 계속 내리더라도, 선남자여,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의 수량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느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 선남자여, 또 일구지(一俱 ) 수만큼의 여래가 한 곳에서 하늘의 일겁(一劫)을 지내는 동안에, 의복(衣服)과 음식(飮食), 앉고 누울 때 펴는 기구, 탕약(湯藥)과 온갖 쓰이는 물건들을, 여러 가지로 저 모든 여래에게 공양한다 하더라도, 또한 육자대명다라니의 공덕 수량에는 미칠 수가 없느니라. 오직 내가 이제 이 세계에서 정(定)에 들어 불가사의(不可思議)함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선남자여, 이 법(法)은 미묘(微妙)하여 가행(加行)과 관지(觀智)가 모두 상응할 것이니라. 그대는 미래에 마땅히 이 미묘한 심법(心法)을 얻을 것이며,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에 잘 머물러 있을 것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가행(加行)으로써 무량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세계를 두루 다니다가, 저 무량수여래께서 계시는 곳에 이르러 앞에 앉아서 합장하고, 법(法)을 원했기 때문에 울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 때에 무량수여래께서는 내가 있는 것을 보시고 미래에 대해 내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육자대명왕(六字大明王)의 관행유가(觀行瑜伽)를 구하는가?' 내가 그 때에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는 이 법(法)을 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법(法)을 원하옵니다. 선서(善逝)시여, 목마른 자가 물을 원하는 것과 같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를 구하기 위하여 무수한 세계를 다녀서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여래를 섬기고 공양하였지만, 아직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의 어리석고 둔함을 구원하여 주시고, 구족치 못한 자에게 구족함을 얻게 하시고, 길을 잃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인도하여 주시며,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네거리에 사라수(娑羅樹)를 심어 그늘을 만들어 덮어 주시옵소서. 저는 마음으로부터 이 법(法)을 갈망하고 바라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보이시고 인도하시어 구경(究竟)의 도(道)에 잘 머물게 하여서 금강갑주(金剛甲胄)를 입게 하여 주옵소서.'
이 때에 무량수여래응정등각(無量壽如來應正等覺)께서는 가릉빈가(迦陵頻伽)의 음성으로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연화상여래응정등각(蓮華上如來應正等覺)을 친견하게 될 것이니라.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구하기 위하여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세계를 두루 돌아다녔으므로, 선남자여, 그대에게 마땅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주어야 할 것이며, 여래께서는 이를 위해 이곳에 오신 것이니라."
관자재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만나라(曼拏羅)를 보지 못한 자는 이 법(法)을 능히 얻지 못하는데, 어찌 이 연화인(蓮華印)을 알고, 어찌 이 지마니인(持摩尼印)을 알며, 어찌 이 일체왕인(一切王印)을 알고, 어찌 이 만나라(曼拏羅)의 청정한 본체(本體)를 알겠나이까? 이제 이 만나라의 상(相)은 주위와 사방이 각각 5주량( 量)이고, 중심의 만나라에 무량수여래를 안립(安立)하고, 분 바르고 칠하는데는 마땅히 인날라니라보말(因捺 羅寶 )·발눌마라아보말(鉢訥 아寶 )·마라갈다보말(摩 揭多寶 )·파지가보말( 迦寶 )·소바라나로파보말(蘇 拏 播寶 )을 써야 하며, 무량수여래의 오른 편에 지대마니보보살(持大摩尼寶菩薩)을 안립하고, 부처님의 왼 편에는 육자대명다라니를 안립합니다. 네 팔을 지니고 살빛의 희기는 달빛과 같으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고, 왼 손에는 연꽃을 가지고 연꽃 위에는 마니보(摩尼寶)를 안치하며, 오른 손에는 염주를 가집니다. 아래의 두 손은 일체왕인(一切王印)을 맺고, 육자대명의 발 아래에는 천인(天人)을 안치하여 여러 가지로 장엄하며, 오른 손은 향로(香爐)를 잡고, 왼 손의 손바닥에 있는 바리때에는 여러 가지 보배를 가득 채웁니다. 만나라(曼拏羅)의 네 귀퉁이에는 사대천왕(四大天王)이 정렬하여 여러 가지 기장(器仗)을 잡고 있고, 만나라(曼拏羅)의 바깥 쪽 네 귀퉁이에는 네 개의 현병(賢甁)을 안치하여 여러 가지 마니보를 가득 채웁니다. 만약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이 만나라(曼拏羅)에 들어가려고 하면, 권속들이 만나라에 들어가지 말고, 단지 그 이름만을 써서 먼저 들어간 사람이 그 권속의 이름자를 만나라(曼拏羅) 가운데 넣으면, 그 모든 권속은 모두 보살위(菩薩位)를 얻을 것이며, 그 사람들 중에는 모든 고뇌를 여의고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 多羅三 三菩提)를 증득하는 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 아사리(阿 梨)는 함부로 전하지 말고, 만약 방편(方便)이 선교(善巧)하여 깊히 대승(大乘)을 믿고 가행(加行)하여 해탈(解脫)을 구하기를 바라는 자가 있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마땅히 주어야 하지만 외도(外道)나 이견(異見)을 가진 자에게는 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 때에 무량수여래응정등각(無量壽如來應正等覺)께서는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이러한 다섯 가지 색깔의 보말(寶 )이 있으면, 당연히 이 만나라를 건립할 수 있지만,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가난하여서 이 보말을 마련하지 못하는 자는 어찌해야 하는가?" 관자재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방편으로써 갖가지 얼굴빛을 지으며 여러 가지 향과 꽃 등으로 공양하고, 만약 선남자가 그 또한 마련하지 못하거나, 혹은 여행 중이거나 혹은 길을 가고 있을 때, 아사리는 생각으로 만다라를 이루어 관상하게 하고 아사리의 인상(印相)을 결(結)하게 하면 됩니다."
이 때, 연화상여래응정등각(蓮華上如來應正等覺)께서 관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에게 이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를 설하도록 하여 라. 내가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유정들을 위하여, 윤회의 고통[輪廻苦]을 여의고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 多羅三 三菩提)를 증득케 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그래서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연화상여래응정등각(蓮華上如來應正等覺)께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설하였다. '옴마니반메훔'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설할 때에 이 사대주와 모든 천궁(天宮)이 모두 다 진동하여 흔들리는 것이 파초 잎사귀와도 같았으며, 사대해(四大海)의 물결은 파도가 높이 치솟아 오르고, 모든 미나야가(尾那野迦)·야차(藥叉)·나찰사( 刹娑)·공반나(拱伴拏)·마하가라(摩賀迦羅)들과 모든 권속과 모든 마군과 장애를 일으키는 자는 모두 다 두려워서 흩어져 달아났다.
그 때, 연화상여래응정등각(蓮華上如來應正等覺)께서 코끼리왕(象王)의 코와 같은 팔을 펼치시어,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값어치가 백천(百千)이나 되는 진주 영락을 공양하셨다. 관자재보살은 이것을 받아서 저 무량수여래응정등각께 받들어 올리니, 그 부처님은 받고 나서 도로 연화상여래에게 바치셨다. 그리하여 연화상부처님께서는 이미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받고 나서, 다시 도로 그 연화세계에 돌아 가셨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내가 옛적에 저 연화상여래응정등각(蓮華上如來應正等覺)께서 계시던 곳에서 이 다라니(陀羅尼)를 들었느니라." 그 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로 하여금 어떻게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얻도록 하시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상응하는 감로(甘露)의 덕미(德味)가 충만(充滿)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이 다라니를 들을 수 있다면, 게으름이 없을 것이며, 마음으로 새기고 사유(思惟)하여 능히 수지(受持)할 것이며, 모든 유정들로 하여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듣게 하여서 큰 공덕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원하옵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을 베풀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서사(書寫)한다면, 곧 똑같이 팔만 사천의 법장(法藏)을 서사(書寫)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만약 어떤 사람이 하늘의 금과 보배로써 미진수(微塵數)의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의 형상(形像)을 만들고, 이러한 여래에게 하루동안 축하와 찬탄의 공양을 올려 얻는 과보(果報)는 이 육자대명다라니 중의 한 글자를 서사하여 얻는 과보공덕(果報功德)보다 못하며, 그것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해탈의 경지에 잘 머물기 때문이니라.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법(法)에 의하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염송한다면, 이 사람은 마땅히 삼마지를 얻을 것이니라. 이른바, 지마니보삼마지(持摩尼寶三摩地)·광박삼마지(廣博三摩地)·청정지옥방생삼마지(淸淨地獄傍生三摩地)·금강갑주삼마지(金剛甲胄三摩地)·묘족평만삼마지(妙足平滿三摩地)·입제방편삼마지(入諸方便三摩地)·입제법삼마지(入諸法三摩地)·관장엄삼마지(觀莊嚴三摩地)·법거성삼마지(法車聲三摩地)·원리탐진치삼마지(遠離貪瞋癡三摩地)·무변제삼마지(無邊際三摩地)·육바라밀다문삼마지(六波羅蜜多門三摩地)·지대묘고삼마지(持大妙高三摩地)·구제포외삼마지(救諸怖畏三摩地)·현제불찰삼마지(現諸佛刹三摩地)·관찰제불삼마지(觀察諸佛三摩地)로서, 이와 같은 일백 팔의 삼마지(三摩地) 등을 얻을 것이니라." 이 때에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제 어디에서 저로 하여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얻도록 하시겠습니까? 원하옵건대,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바라내(波羅奈) 대성(大城)에 한 법사(法師)가 있는데, 육자대명다라니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수지하여 염송(念誦)하기를 일과(日課)로 하고 있느니라."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는 지금 바라내 대성으로 가서 그 법사를 뵙고 예배 공양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참으로 훌륭하구나, 선남자여, 그 법사(法師)는 만나 보기가 어려우니라. 능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수지(受持)하고 있으므로, 그 법사를 본다면 여래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고, 공덕(功德)의 성지(聖地)를 보는 것과 같으며, 또한 복덕(福德)의 무더기를 보는 것과 같으며, 진귀한 보배더미를 보는 것과 같으며, 원하는 것을 베풀어 주는 여의마니주(如意摩尼珠)를 보는 것과 같고, 법장(法藏)을 보는 것과 같으며, 구세자(救世者)를 보는 것과 같느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만약 그 법사(法師)를 보게 되면, 경만(輕慢)하고 의심하는 마음을 내어서는 아니 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퇴전하여 보살의 지(地)를 잃고, 도리어 고경(苦境)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까 두렵도다. 그 법사(法師)는 계행을 지키지 않아 처자(妻子)가 있고, 대소변을 아무렇게 하여 가사를 더럽히며, 예법에 맞는 몸가짐[威儀]이 없느니라."
그 때에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가르치고 경계하시는 것과 같이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제개장보살은 무수한 보살과 출가대중과 장자·동자·동녀들을 따르게 하고, 공양을 올리기 위하여 천개((天蓋)와 여러 공양구(供養具)와 보관(寶冠), 귀걸이와 장엄한 영락(瓔珞)과 반지, 보배 팔찌와 교시가( 尸迦) 등의 의복, 비단으로 만든 와구(臥具), 또 온갖 신묘한 꽃(妙華)이 있었으니 이른바, 우발라화(優鉢羅華)·구모나화(矩母那華)·분나리가화(奔那利迦引華)·만나라화(曼那 華)·마하만나라화(摩賀曼那 華)·만수사화(曼殊沙華)·마하만수사화(摩訶曼殊沙華)·우담바라화(優曇鉢羅華) 등이며, 또 온갖 수목(樹木)의 꽃들이 있었으니, 첨파가화(瞻波迦華)·가라미라화(迦 尾 華)·파타라화(波 羅華)·아저목흘다가화(阿底目訖多二合迦華)·부율사가설화( 口栗史二合迦引設華)·군치화(君去 華)·소마나화(蘇摩娜華)·마리가화( 迦引華) 등이며, 그리고 원앙새와 백학과 사리(舍利)가 있어 나르고 따랐으며, 또 온갖 잎사귀가 있었으니, 청(靑)·황(黃)·적(赤)·백(白)·홍(紅)·파지가( 迦)의 색 등이며, 또 여러 가지 진귀한 과일이 있었느니라. 이러한 공양물(供養物)을 가지고 바라내대성(波羅奈大城)으로 가서 법사(法師)가 있는 곳에 이르러 머리와 얼굴을 발에다 대고 예(禮)를 올렸다. 그 법사(法師)를 바라보니 계행(戒行)을 지키지 않고 위의(威儀)가 없으나, 가지고 간 산개( 蓋), 공양구(供養具)와 향(香)·꽃·의복 등 장엄한 물건으로써 크게 공양 올리고 나서, 합장하여 그 법사 앞에서 말하였다. "큰 법장(法藏)은 감로(甘露) 맛의 창고이며, 깊고 깊은 법(法)의 바다이며, 허공(虛空)과도 같아서 모든 사람들이 그대의 설법(說法)을 들을 것입니다. 천룡(天龍)·약차(藥叉)·언달바(彦達 )·아소라(阿蘇 )·아로나(아 拏)·마호라벽(摩護 蘗)·사람·비인(非人)들도 그대가 법을 설할 때 모두 다 와서 그대의 설법을 들을 것입니다. 큰 금강과 같아서 유정들로 하여금 얽매이게 하는 윤회(輪廻)의 과보(果報)로부터 유정들을 해탈(解脫)케 하여, 그 유정들이 이러한 복덕(福德)을 얻도록 해주십시오. 이 바라내 대성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그대를 보는 까닭에 모든 죄(罪)가 다 소멸될 수 있으니, 마치 불로 숲의 나무를 태우는 것과 같습니다.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께서 그대를 알고 계시며, 곧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보살들이 와서 그대에게 공양하고, 대범천왕(大梵天王)·나라연천(那羅延天)·대자재천(大自在天)·일천(日天)·월천(月天)·풍천(風天)·수천(水天)·화천(火天)·염마법왕(閻魔法王)과 사대천왕이 모두 와서 공양을 할 것입니다.” 이 때, 법사가 말했다. "선남자여, 그대는 희롱(戱弄)합니까? 진실로 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까? 성자(聖者)는 세간에서 윤회(輪廻)와 번뇌를 끊어 없애고자 합니까?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왕의 다라니를 얻으면, 이 사람은 탐진치(貪瞋癡)의 삼독(三毒)에 물들지 않는 것이, 마치 자마금보(紫磨金寶)에 먼지와 때가 묻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를 만약 몸에 지니는 자가 있으면, 이 사람 또한 탐진치(貪瞋癡)의 병(病)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에 제개장보살은 그의 발을 잡고서 말했다. "아직도 밝은 눈을 갖추지 못하여, 신묘한 도(道)를 미혹하게 잃어버렸습니다. 그 누가 인도(引導)하여 주겠습니까? 저는 지금 법(法)에 목말라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법미(法味)로써 구제하여 주소서. 지금 저는 아직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얻지 못하였사오니, 보리(菩提)의 법종(法種)에 편히 머물게 하고, 색신(色身)이 청정(淸淨)하여 많은 선행(善行)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며, 유정들로 하여금 모두 이 법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법을 아끼지 말고, 오직 원하오니, 법사께서는 우리들에게 육자대명왕법(六字大明王法)을 주셔서, 우리들로 하여금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 多羅三 三菩提)를 얻게 하시고, 마땅히 열 두 법륜(法輪)을 굴려서 일체 유정들을 윤회의 고뇌로부터 구도(救度)하여 주소서. 이 대명왕법(大明王法)은 옛적에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들로 하여금 육자대명왕다라니(六字大明王陀羅尼)를 얻게 하소서. 구제해줄 사람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이에게는 믿고 의지할 곳이 되고, 어두운 밤중에는 밝은 횃불이 되소서." 이 때, 그 법사가 말하였다. "이 육자대명왕다라니는 얻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지만, 저 금강처럼 파괴할 수 없어서 위없는 지혜[無上智]를 보는 것과 같고 다 함이 없는 지혜[無盡智]와 같으며, 여래의 청정한 지혜와 같고 무상해탈(無上解脫)에 드는 것과 같아서, 탐진치(貪瞋癡)와 윤회(輪回)의 고뇌를 멀리 여의게 할 것입니다. 선정[禪]·해탈(解脫)·삼마지(三摩地)·삼마발저(三摩鉢底)와 같고, 일체법(一切法)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항시 성중(聖衆)들이 사랑하고 즐거워 할 것입니다. 만약 선남자가 여러 곳에서 해탈을 구하기 위하여, 온갖 외도(外道)의 법을 좇아 받든다면, 이른바 제석천(帝釋天)을 공경하여 섬기거나, 혹은 백의파(白衣派)를 섬기거나, 혹은 청의(靑衣;金剛童子)를 섬기거나, 혹은 일천(日天)을 섬기거나, 혹은 대자재천(大自在天)·나라연천(那羅延天)과 벽로라(蘗 拏)·나형외도(裸形外道)를 섬겨서, 이와 같은 곳을 좋아하고 즐거워한다면, 그들은 해탈(解脫)을 얻지 못하고, 무명(無明)과 허망함으로 헛되이 수행했다는 이름만 남길 뿐이고, 다만 스스로 피곤하기만 할 것입니다. 일체의 천중(天衆)과 대범천왕(大梵天王)·제석천왕(帝釋天王)·나라연천(那羅延天)·대자재천(大自在天)·일천(日天)·월천(月天)·풍천(風天)·수천(水天)·화천(火天)·염마법왕(閻魔法王)·사대천왕(四大天王)은 항상 '어떻게 하면 나의 육자대명왕을 구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나의 육자대명왕(六字大明王)을 얻으면 모두 해탈을 얻게 되는 까닭입니다. 제개장보살이여, 일체 여래의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의 어머니는 이러한 육자대명왕을 말씀하셨고, 일체의 여래응정등각과 보살들은 모두 다 공경하게 합장하여 예(禮)를 행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이 법(法)은 대승(大乘) 중에서 최상(最上)으로서 정순(精純) 미묘(微妙)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대승계경(大乘契經)의 응송(應頌)과 수기(授記)·풍송(諷頌)·비유(譬喩)·본생(本生)·방광(方廣)·희법(希法)·논의(論議) 가운데서 얻어지게 되는 까닭입니다. 선남자여, 이 본모(本母)를 얻으면, 적정(寂靜)하여 해탈(解脫)하게 되는데, 어찌 허물이 많겠습니까? 마치 깨끗한 벼곡식을 자기 집으로 거둬들여서, 그릇에 가득 차도록 채워 넣고 햇볕에 쬐여 말려서 찧고 부채질하여 그 등겨를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깨끗하게 찧은 쌀만을 거두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다른 유가(瑜伽)는 저 등겨와 같고, 일체의 유가(瑜伽) 가운데 이 육자대명왕(六字大明王)은 깨끗하게 찧은 쌀[정미(精米)]과 같습니다. 선남자여, 보살은 이 법(法)을 원하기 때문에 보시바라밀다(布施波羅蜜多)와 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정려(靜慮)·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를 행하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왕은 얻기 어렵고 만나기 어려우나, 단 한번만 염송(念誦)하여도 이 사람은 마땅히 일체 여래에게 의복·음식·탕약과 앉을 때와 누울 때 쓰는 도구[資具] 등의 일체를 공양한 공덕을 얻을 것입니다."
이 때에 제개장보살이 법사(法師)에게 말씀하였다. "나에게 육자대명다라니를 주십시오." 그 때, 법사는 정념으로 사유(正念思惟)하고 있었는데, 허공에서 홀연히 소리가 나기를,
"성자(聖者)여, 이 육자대명왕(六字大明王)을 주도록 하라." 이 때 그 법사(法師)는 생각하였다. '이 소리는 어디에서 나는 것인가?' 허공에서 또 소리가 났다.
"성자(聖者)여, 이제 이 보살은 가행(加行)하여 명응(冥應)을 구하고자 하니, 이 육자대명을 주어야 할 것이니라."
그 때 법사가 허공을 바라보니, 연화수(蓮華手) 연화길상(蓮華吉祥)이 가을 달빛과 같은 발계보관(髮 寶冠)을 쓰고, 일체지(一切智)로서 뛰어나고 신묘하게 장엄하고 계셨다. 이러한 몸의 특상[身相]을 보고, 법사는 제개장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그대에게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주라고 하셨으니, 그대는 마땅히 잘 들어야 할 것이오."
그리하여 그는 합장하여 경건하게 이 육자대명왕다라니를 들었다. 가로되, 『옴마니반메훔』(唵引 鉢訥銘引 二合 引)
이 다라니를 그에게 줄 때, 그 땅이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六種震動)하였다. 제개장보살이 이 삼마지를 얻을 때, 또 미묘혜삼마지(微妙慧三摩地)를 얻었고, 자비삼마지(慈悲三摩地)와 상응행삼마지(相應行三摩地)를 일으켰다. 이 삼마지(三摩地)를 얻고 나서 제개장보살마하살은 사대주(四大洲) 가운데 가득 찬 칠보(七寶)로써 법사에게 받들어 공양하였다. 이에 법사는 말하였다.
"이제 공양한 것은 아직 한 글자의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어찌 육자대명을 공양했다고 하겠는가? 그대의 공양을 받지 않겠소. 선남자여, 그대는 곧 보살이며 성자(聖者)이지, 비성자(非聖者)가 아니오." 그 제개장보살은 다시 값비싼 백 천의 진주영락으로써 법사에게 공양하였다. 그 때에 그 법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그대는 이것을 가지고 석가모니여래응정등각(釋迦牟尼如來應正等覺)께 공양하시오." 이 때, 제개장보살은 머리와 얼굴을 법사의 발에다 대어 예(禮)를 올리고 나서, 이미 만족함을 얻었기에 그를 작별하고 떠났다. 그리고 다시 기타림원(祇陀林園)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고서 예를 올렸다.
그 때에 세존 석가모니여래응정등각(釋迦牟尼如來應正等覺)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얻은 바가 있음을 알고 있노라." 제개장보살이 말했다.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때에 칠십 칠 구지의 여래응정등각께서 모두 와서 모이셨는데, 그 모든 여래께서는 모두 함께 다라니(陀羅尼)를 말씀하셨다. 가로시되, 『나무 삿다남 삼먁삼못다 구치남 단야타 옴 자례주례 준제 사바하』( 莫入颯鉢多引,二合 引二三 訖三二合沒馱三句引致南引四 也反,二合他去五唵引左隸引祖隸引 上 引六娑 引二合賀引十)
칠십 칠 구지(俱 )의 여래응정등각께서 이 다라니를 설하실 때에, 저 관자재보살의 몸에 한 털구멍(毛孔)이 있었으니 일광명(日光明)이라 이름하였으며, 이 안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俱 那庾多)의 보살(菩薩)이 있고, 그 일광명이라는 모공 안에는 또 일만 이천(一萬二千)의 금산(金山)이 있으며, 그 하나 하나의 산마다 각각 1천 2백(千二百)개의 봉우리가 있고, 그 산의 둘레는 연화색보(蓮華色寶)로써 장엄하였으며, 그 주위에는 천상(天上)의 마니보로 이루어진 마음에 드는 동산과 숲[園林]이 있고, 또 온갖 하늘 못[天池]이 있으며, 또 무수한 백 천만의 금보(金寶)로 장엄한 누각(樓閣)이 있고, 그 위에는 백 천(百千)의 의복과 진주로 된 영락이 걸려 있으며, 그 누각 안에는 미묘한 여의보주(如意寶珠)가 있어서, 그 모든 보살마하살들에게 필요한 일체의 자구(資具)를 공급하게 된다. 보살들은 그 누각 안으로 들어가서 육자대명다라니(六字大明陀羅尼)를 염송하였다. 이 때에 열반지(涅槃地)를 보고, 그 열반지에 이르러서는 여래를 뵈었으며,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뵙고는 마음에 환희심(歡喜心)이 일어났다. 이에 보살들은 그 누각에서 나와 경행처(經行處)로 갔는데, 그 안에는 온갖 보배의 동산[寶園]이 있고, 또 목욕하는 못[浴池]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또 연화색 보배산[蓮華色寶山]에 가서 일면(一面)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 삼매에 들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보살들은 저 (관자재보살의) 털구멍에 머물고 있다. 선남자여, 또 털구멍이 있으니 제석왕(帝釋王)이라고 이름한다. 그 안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俱 那庾多)의 불퇴전보살(不退轉菩薩)들이 있으며, 그 제석왕(帝釋王)의 털구멍 안에는 또 팔만의 천금보산(天金寶山)이 있고, 그 산에는 연화광(蓮華光)이라 이름하는 여의마니보(如意摩尼寶)가 있어서, 그 보살들은 마음에 생각하는 대로 모두 성취함을 얻는다. 언제든지 저 보살들이 그 산중에서, 만약 음식을 생각하면 만족(滿足)되지 않음이 없고, 윤회(輪廻)와 번뇌의 고뇌가 없으며, 항상 그 몸을 사유하고 다른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털구멍이 있는데, 대락(大樂)이라고 이름한다. 그 안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俱 那庾多)의 초발심보살(初發心菩薩)이 있고, 선남자여, 그 털구멍에는 구만 구천 개의 산(山)이 있으며, 그 산에는 금강보굴(金剛寶窟)·금보굴(金寶窟)·은보굴(銀寶窟)·제청보굴(帝靑寶窟)·연화색보굴(蓮華色寶窟)·녹색보굴(綠色寶窟)·파지가색보굴( 迦色寶窟)이 있고, 이와 같은 산왕(山王)에 팔 만개의 봉우리가 있으며, 그 위에는 마음에 드는 온갖 마니보주(摩尼寶珠)와 오묘한 보배로 장엄되어 있고, 그 봉우리 안에는 언달박(彦達 )의 무리들이 있는데 항상 음악을 연주하며, 그 초발심보살(初發心菩薩)들은 공(空)·무상(無相)·무아(無我)·생고(生苦)·노고(老苦)·병고(病苦)·사고(死苦)·애별리고(愛別離苦)·원증회고(怨憎會苦)·타아비지옥고(墮阿鼻地獄苦)·타흑승지옥제유정고(墮黑繩地獄諸有情苦)·타아귀취제유정고(墮餓鬼趣諸有情苦)를 사유(思惟)하느니라. 이와 같이 사유(思惟)할 때는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하고 삼매(三昧)에 들어서 그 산중에 머물고 있느니라. 선남자여, 또 한 털구멍이 있으니, 궤화왕( 王)이라고 이름한다. 이 안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俱 那庾多)의 연각(緣覺)들이 있어 화염광(火焰光)을 나타내며, 그 털구멍에는 백 천만의 산왕(山王)이 있고, 그 산왕들은 칠보(七寶)로 장엄되어 있으며, 또 여러 가지의 겁수(劫樹)가 있는데, 잎은 금은(金銀)으로 되어 있고, 무수한 온갖 보배로써 다양하게 장엄되어 있으며, 위에는 보관(寶冠)과 귀걸이, 의복과 갖가지의 영락(瓔珞)이 걸려 있고, 여러 보배방울[寶鈴]과 교시가의( 尸迦衣)를 달았으며, 또 금은(金銀)으로 된 보배방울[寶鈴]이 있어서 그 흔들리며 나는 소리가 뎅그랑 뎅그랑 울렸다. 이러한 겁수(劫樹)가 산중에 꽉 차있고, 무수한 연각(緣覺)들이 그곳에 머물면서, 항상 계경(契經)·응송(應頌)·수기(授記)·풍송(諷頌)·비유(譬喩)·본생(本生)·방광(方廣)·희법(希法)·논의(論議)와 같은 법(法)을 설하였느니라. 제개장보살(除蓋障菩薩)이여, 때가 되면 연각들이 그 모공으로부터 나오게 된다. 맨 마지막에 한 모공이 있는데, 번왕(幡王)이라고 이름한다. 넓이가 팔만 유선나(踰繕那)이며, 그 안에는 팔만 개의 산(山)이 있는데 온갖 오묘한 보배(妙寶)와 마음에 드는 마니보주(摩尼寶珠)로써 장엄하였고, 그 산왕에는 무수한 겁수(劫樹)와 무수한 백 천만의 전단향수( 檀香樹)와 무수한 백 천만의 큰 나무[大樹]들이 있으며, 또 금강보배의 땅[金剛寶地]이 있으며, 또 아흔 아홉 채의 누각이 있는데, 그 위에는 백 천만의 금보(金寶)와 진주(眞珠) 영락(瓔珞)과 의복을 걸어 두었다. 그 모공에서 이와 같은 것들이 나타나느니라." 이렇게 제개장보살을 위한 말씀을 마치셨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다(阿難陀)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업보(業報)를 알지 못하면, 정사(精舍) 안에서 코를 풀거나 침을 뱉거나, 대소변 등을 보는 자가 있을 것이다. 이제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만약 항상 머물러 지내는 곳[常住地]에 코를 풀거나 가래침을 뱉으면, 이 사람은 사라수(娑羅樹)에 태어나 침구충(針口蟲)이 되어 12년을 지내야 하느니라. 만약 상주하는 곳[常住地]에 대소변을 보면, 이 사람은 바라내 대성(波羅奈大城)의 대소변(大小便) 중에 예오충(穢汚蟲)으로 태어날 것이니라. 만약 상주하는 곳[常住地]의 사사로이 사용하는 칫솔[齒木]을 쓰게 되면, 귀어(龜魚)나 마갈어(摩竭魚) 중에 떨어져서 태어날 것이며, 만약 상주하는 곳의 기름·삼베(麻)·쌀·콩 등을 도둑질하게 되면, 아귀취(餓鬼趣)에 떨어져서 머리카락이 엉클어지고 몸의 털은 모두 곤두서고, 배는 산(山)과 같이 크고, 그 목구멍은 바늘구멍과 같으며, 타고 말라서 단지 해골만이 남는데, 이 사람은 이러한 고통의 과보(果報)를 받느니라."
(1) 승단과 스승을 경만한 과보를 설함
"만약 승단(僧團)과 승려를 경만(輕慢)하게 되면, 이 사람은 당연히 빈천(貧賤)한 집에 태어날 것이며, 태어나는 곳에 따라서는 불구(不具)의 몸으로 꼽추나 키가 작고 얼굴이 못생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몸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는 곳에서는 병(病)이 많아 아프고 손발이 굽어 펴지지 않으며, 고름피가 그 몸에 흘러내리고 육신의 살은 말라 떨어질 것이다. 백 천만 년을 지나도록 이러한 고통의 과보(果報)를 받을 것이니라."
(2) 상주지(常住地)와 상주재물(常住財物)을 도둑질하여 사용한 과보를 설함
"만약 상주(常住)하는 곳의 땅을 도둑질하여 사용하게 되면, 대호규지옥(大號叫地獄)에 떨어져서, 입은 쇳덩어리[鐵丸]를 물고, 입술과 치아(齒牙)는 끊어지고 부러지며, 목구멍은 모두 다 타버려서 문드러져 헐며, 심장(心臟)과 간장(肝臟), 창자(腸)와 위(胃)와 온몸이 불로 그슬려 태우는 것과 같이 된다. 이 때에 어떤 필추(苾芻)가 말했다. '업(業)의 바람이 그에게 불어, 죽어서는 다시 살아난다.' 거기에서 염마옥졸(閻魔獄卒)들이 죄인을 잡아 몰고 가는데, 그 자신의 업감(業感)에 의해 커다란 혀가 생기고, 백 천만[百千萬]의 쇠쟁기로써 그 혓바닥을 간다. 이러한 고통의 과보(果報)를 받으며 수천만 년을 지낸 후에 이 지옥으로부터 나와서는 또 대화확지옥(大火 地獄)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에서도 염마옥졸(閻魔獄卒)들이 죄인들을 잡아다가 백 천만개의 바늘로써 그 혓바닥을 찌르고, 업력(業力) 때문에 다시 살아나면, 불구덩이로 몰고 가서 그 가운데 던져 넣어도 죽지도 않는다. 또 몰고 가서 내하(奈河)에 던져 넣어도 또한 죽지 않는다. 이와 같이 전전하여 또 다른 지옥에 들어가서 삼겁(三劫)을 지내고, 이 사람은 다시 남섬부주(南贍部洲)의 빈천한 집안에 태어나서 그 몸은 장님이 된다. 이러한 고통의 과보(果報)를 받는 것이니, 삼가 상주지(常住地)의 재물(財物)을 도둑질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만약 필추(苾芻)가 계율을 지키려면 마땅히 삼의(三衣)를 수지(受持)해야 하고, 만약 왕궁에 들어 갈려면 당연히 제일(第一)의 대의(大衣)를 입어야 하며, 만약 항상 대중 가운데 있으면 당연히 제이(第二)의 의복을 입어야 하며, 만약 일을 할 때나 혹은 마을에 들어가거나, 혹은 성(城)안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길을 갈 때는 당연히 제삼(第三)의 의복을 입어야 한다. 필추는 마땅히 이와 같이 세 종류의 옷[三衣]를 수지해야 하느리라. 만약 계(戒)를 얻고, 공덕(功德)을 얻고, 지혜(智慧)를 얻으려면, 내가 필추에게 설하노니, '마땅히 이러한 계(戒)를 지키고,. 상주지(常住地)의 재물(財物)을 도둑질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비유하자면 마치 불구덩와 같은 상주지(常住地)요, 독약(毒藥)과 같은 상주지(常住地)라. 무거운 짐(重擔)이나 독약(毒藥)과 같은 것은 능히 구원(救援)하거나 치료할 수가 있지만, 만약 상주지(常住地)의 물건을 도둑질하게 되면 구제할 수가 없느니라.’" 그 때에 구수(具壽) 아난다(阿難陀)가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가르치고 경계하신 것처럼 마땅히 행학[行學]을 갖추겠습니다. 만약 필추가 별해탈(別解脫)을 수지(受持)하려면, 마땅히 세존의 학처(學處)에 안주(安住)하여 수호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 때에 구수 아난다(阿難陀)는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부처님의 주위를 돌고 나서 물러갔다. 그 때 모든 대성문(大聲聞)도 물러나 각각 본처로 돌아가고, 일체 세간의 천(天)·용(龍)·야차(藥叉)·언달박(彦達 )·아소라(阿蘇 )·벽로라(蘗 拏)·긴나라(緊那 )·마호라아(摩護 아)·인(人)·비인(非人) 등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기쁘게 그 가르침을 믿고 받아들이고서는 부처님께 예(禮)를 올리고 물러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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