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 [속담으로 보는 불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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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5-31 15:09 조회2,44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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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인간으로 살면서 아무리 비천하고, 괴로워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뜻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혹시 죽더라도 내생에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고 남도 그렇다. 그래서 장례식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冥福을 빈다.”고 말한다. “고인께서 저승에서 복락을 누리시기를, 예禮를 갖추어서 기원합니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당한 듯하고, 평범한 생각의 뒷 구석에도 번뇌가 깔려 있다. ‘유애(有愛, bhava-taṇhā)’라고 불리는 미세한 번뇌다. 유애는 ‘존재하고 싶은 욕망’이다.
“늙으면 죽어야지.” 노인들이 농지거리로 입에 담는 대표적인 거짓말 가운데 하나다. 역사상 최초로 대륙을 통일하여 천하를 호령했던 진시황도 인생 말년이 되자 늙지 않는 명약, 불로초를 찾으려 했다. 인생 말년이라고 하지만, 진시황이 죽은 나이는 만 49세였다. 환갑을 넘기는 사람이 드문 당시였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요절이고, 단명이었다.
불전에서는 생명체가 윤회하는 세계를 세 층위의 여섯 곳으로 구분한다. 세 층위란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를 말한다. 욕계는 식욕이나 성욕, 분노와 같은 동물적 감성을 갖는 거친 중생들이 사는 세계이고, 색계는 이런 동물적 욕망을 완전히 끊어서 ‘빛과 같은 몸’을 갖는 고결한 천신들이 살아가는 세계이며, 무색계는 그런 몸조차 사라지고 오직 정신적 삼매의 경지만 지속되는 세계다. 이런 삼계를 다른 방식으로 구분하면 천상, 인간, 아수라, 아귀, 축생, 지옥의 여섯 곳이 되는데, 이를 육도六道라고 부른다. 이런 육도 이론에 대응시키면, 삼계 가운데 색계와 무색계는 모두 천상에 해당한다.
초기불전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비달마교학에서는 앞에서 말한 ‘유애’, 즉 ‘존재에 대한 욕망’을 ‘내생에 삼계 가운데 색계나 무색계에 태어나고 싶은 욕망’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계를 포함하여 그 어디에서든 존재하고 싶은 욕망이 ‘유애’의 진정한 의미이리라.
현생에 동물적 감성은 끊었지만, 내생에 그 어딘가에서 고결하게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 수행자의 경우, 그가 도달한 경지에 부합하는 색계나 무색계의 하늘에 태어난다. 호흡을 가다듬어서 선禪을 닦거나,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을 발휘하거나, 먹이와 섹스로 살아가는 욕계의 몸뚱이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지는 부정관不淨觀을 완성하여 그 마음이 욕계를 초월하면 내생에 색계에 태어난다. 이런 색계의 천상조차 거칠고 불편하다고 생각될 경우, 마음을 더욱 집중하여 삼매를 추구하면 내생에 무색계에 태어날 수 있다. 모두 윤회의 세계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보다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고, 혹시 죽더라도 내생에 어딘가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는 불교 수행자가 근절해야 할 ‘유애’의 번뇌일 뿐이다. 우리에게 유애가 남아있는 이유는 아직 고성제를 철저히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고통이라는 일체개고의 진리를 아직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교의 열반은 욕계든, 색계든, 무색계든 윤회의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내생에 어딘가에 태어나겠다는 생각조차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