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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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 힘겨운 감정을 만나면 그 감정에 꼬리표를 붙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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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7-07 13:49 조회1,2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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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란 원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심지어 힘겨운 감정을 통해서도 우리의 내면과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보를 얻는다. 두려움·분노·증오 같은 감정은 우리를 힘겹게 하지만, 그 어떤 감정도 원래부터 파괴적이지는 않다.

 우리가 그 감정에 집착하거나 사라지게 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더 부정적으로 변하고 다루기 힘들어진다. 즉, 감정은 그냥 두지 않고 그것에 맞서 싸울수록 더욱 강력해진다.


 감정은 우리의 생각과 몸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에는 정신적·신체적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우리는 감정의 일부는 마음이고 일부는 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시 말해 몸은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고, 사고방식은 몸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감정은 언제나 몸에서 표현된다.


 감정이 몸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분노는 목의 긴장으로, 슬픔은 가슴의 압박으로, 두려움은 복부의 서늘함으로, 부끄러움은 상체와 머리의 공허감으로 감지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감정에 대한 마음챙김이 몸에 대한 마음챙김보다 조금 더 어려우며, 생각에 대한 마음챙김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몸의 감각을 자각하는 것은 감정조절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생각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포착하기가 어렵지만, 몸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가 몸에서 감정의 위치를 감지하고 그것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때, 감정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먼저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눈을 감고 느긋하게 호흡을 세 차례 한다. 힘겨운 감정을 떠올리면서 몸의 어느 부위에서 그런 감정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지 살핀 후 가장 강렬하게 표출되는 곳에서 멈춘다. 몸에서 감정의 위치를 파악한다면 우리는 슬픔과 두려움 같은 강한 감정에서 벗어나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호흡을 계속하면서 그 감각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둔다. 원한다면 계속 호흡을 하면서 가슴에 손을 얹는다. 부드럽고 조화로우며 규칙적인 호흡을 통해 몸을 고요하게 한다. 그리고 힘든 감정에 ‘외로움’ ‘슬픔’ ‘두려움’ ‘혼란’ 등의 꼬리표를 마음속으로 붙여본다. 감정에 꼬리표 붙이기는 감정을 다스리고 관계를 유연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강력한 방법이다. 감정에 꼬리표를 붙이면 그 감정에 빠져들지 않고 딱 그 감정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만 뒤로 물러나게 된다. 이 수행은 힘겨운 감정을 느낄 때면 언제든 할 수 있다. 감정에 꼬리를 붙일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것과 같은 공감적 어조를 사용하는 것과 단조로운 어조로 붙이는 것은 다르다. 꼬리표를 붙일 때 따뜻하고 이해하고 수용적인 어조로 하는 것이 좋다. 부드럽고 온화한 꼬리표를 붙임으로써 우리 마음은 불쾌한 경험을 없애버리고 싶은 경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일에 지나치게 애쓰지는 마라. 그러지 않으면 불쾌한 감정을 놓아버리기는커녕 거기서 주의를 떼지 못하고 오히려 집착할 수 있다. 느긋하고 편안하게 하라.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2007년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데이비드 크레스웰(David Creswell) 교수와 연구팀은 감정에 꼬리표 붙이는 수행이 어떻게 두뇌를 진정시키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 30명에게 표정이 언짢은 사람들 사진을 보여 주면서, 한번은 감정에 ‘분노’ ‘두려움’ 등의 꼬리표를 붙여보도록 하고, 다른 한 번은 마음속으로 그 사람의 성별과 일치하는 ‘해리’ ‘샐리’같은 이름을 붙이도록 하였다. 언짢은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고 단순하게 ‘해리’ ‘샐리’ 같은 성별과 일치하는 이름을 붙였을 때 보다 감정에 ‘분노’ ‘두려움’ 등의 꼬리표를 붙였을 때 위험을 감지해 경보를 발생시키는 뇌 부위인 편도체가 덜 활성화되는 반면 전전두피질 부위들은 더 활성화되었다. 이는 꼬리표 붙이기처럼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줌으로써 감정 자체와 감정을 경험하는 우리 자신을 일정 부분 분리시키는 탈동일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함의한다. 다시 말하면 힘든 감정에 꼬리표를 붙일 때, 탈동일시로 인하여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내면적인 힘을 갖게 되고, 감정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