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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행복을 누리기에 합당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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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3-31 14:52 조회1,3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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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위대한 사상가였지만 대학을 마친 후 15년 동안이나 시간강사 생활을 했다. 그는 46세에야 정교수가 될 수 있었는데 시간강사 시절 철학 강의 외에 수학, 물리학, 지리학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다. 시간강사였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과목만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칸트는 시간강사 시절 여러 과목을 가르치느라고 고생을 했지만 그것이 다양한 분야에서 방대한 지식을 갖게 했다. 칸트의 철학서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그때 비로소 <순수이성비판>이란 그의 대표작이 발표된 것이다. 


나도 이제 몇 달 후 나이 제한으로 강의를 그만 두어야 한다. 나의 꿈은 교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교사가 될 수 없었다. 장애 때문이었다. 요즘도 교대나 사대 입학에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만 그때는 장애가 입학 결격 사유였다. 나는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면서 대학교수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소망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학 강사로 대학에서 강의를 한 것은 졸업 후 26년이 지난 후였다. 그때 나는 마치 내 꿈이 실현된 것처럼 자부심이 컸다.

 

그래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소개해주고, 방송작가로 지도해주는데 최선을 다했다. 학생들도 나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강의평가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열정이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나 역시 강사였기에 학교에서 의뢰가 오면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과목을 강의해야 했다. 새로운 과목을 강의하려면 공부를 하고 관련 자료도 찾으며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학생인지 선생인지 헷갈릴 정도로 공부를 했다.

그 결과 나는 전문서적을 5종을 집필할 수 있었다. 나는 강사로 강단을 떠나지만 부끄럽지 않다. 나는 학생들에게 선생으로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대학자인 칸트도 15년 동안 강사를 했고, 칸트의 학문은 요즘이면 퇴직할 나이가 되어서야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다.

 

우리는 뭔가를 빨리 이루려고 하는데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이 더 원숙한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시간 속에서 성숙해지는 것이지 한꺼번에 자격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는 연구를 하면서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앎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도출해내어 사람들에게 지혜를 준다. 칸트는 말년에 시각장애로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직접 집필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대필을 통해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이미 구축된 지식재산은 시각장애가 생겼어도 위축되지 않았던 것이다.

칸트는 앞을 볼 수 없게 된 후 철학적 사고를 더 깊게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였듯이 칸트는 주옥같은 말을 많이 남겼는데 그 가운데 이런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행복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을 누리기에 합당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왜 행복하지 않은지 반성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누리고만 싶었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다. 행복을 누리기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야운선사의 자경문을 마음에 담아두었으면 한다.

 

1. 내 것은 아끼고,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

2. 말은 적게 하고 행동은 신중하게 하라

3. 착한 벗을 가까이 하고, 악한 벗을 맺지 말라

4. 삼경(저녁 11~새벽 1)을 제외하고는 잠자지 말라

5. 나를 높이고 남을 업스이 여기지 말라

6. 공연히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7. 마음을 늘 평등하게 가져야 한다

 

삼경(저녁 11~새벽 1)을 제외하고는 잠자지 말라는 것은 부지런해야 한다는 뜻이고 보면 야운선사의 자경문은 오늘 들어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일곱 가지를 수시로 새기면서 행복을 누리기에 합당한 사람이 되어보겠다는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