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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 | 단 한 편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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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8-31 21:17 조회2,2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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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편의 영화

 

비가 와 날이 어둠에 잠기면 괜스레 분위기에 취해 감상에 젖게 된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 보면 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빗소리와 함께 듣고 싶어지고, 그럼 비가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를 선곡해 재생시킨다. 이렇게 빗소리와 노랫소리에 취해있다 보면 자연스레 지금껏 내 생에 행복했던 순간, 슬펐던 순간, 화가 났던 순간, 그런 모든 순간, 순간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사람은 생의 마지막 즉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떠오른다고 한다. 사람의 삶은 유한(, , 공간, 시간 따위에 일정한 한도나 한계가 있음)하고 그렇기에 지금의 나로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유한하다. 이렇게 삶이 유한한 것은 자명한 일이나 지금의 몸으로, 지금의 나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또 즐기며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 그래야 마지막 순간 펼쳐질 영화가 근사한 내용으로 채워지지 않겠는가. 아니 꼭 근사한 내용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후회없는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대들은 어떤 영화 장르를 좋아하는가? 나이가 들면 여자는 남성 호르몬이, 남자는 여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하더라. 물론 성별에 따라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나 어찌 됐든 이전에 나는 액션물을 좋아했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서인지 잔잔한 스토리들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 가족 등의 장르를 좋아하게 됐다. 패기 넘치고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에는 액션영화 속 주인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멋있는 삶을 살고싶다 생각했었다. 허나 지금은 누구와 같은, 누구처럼 멋있는 삶을 살고싶지 않다. 그저 나로서 그냥 멋있게 후회없는 나만의 삶을 살고싶을 뿐. 마치 평범한 한 사람의 아니 여러 사람이 살아가는 내용을 다루는 여느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처럼 말이다.

 

각본, 각색, 연출, 주인공 그 모두가 나인 영화. 내 생 마지막 순간에 펼쳐질 그 한 편의 영화가 어떤 내용이었음 좋겠는가? 나는 내 생 마지막 영화가, 이 세상 단 하나뿐인 그 영화가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지기를 또 그러한 에피소드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해진 주인공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내용이었으면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구나 살아가며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그 속에서 여러 감정을 느끼며 배우고 깨달으며 성장해 나간다. 성장통이라는 말이 있듯, 심리, 사고(思考)적으로 성장함에 있어서도 슬픔, 고통, 인내 등과 같은 성장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키가 계속 자라나는 것이 아니듯 그에 수반되는 성장통 또한 반드시 끝이 있다. , 다양한 에피소드 중 힘들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있을 테지만 그러한 상황이 언제까지고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 그러한 일도 있어야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고 성장하고 성숙해지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아무런 굴곡없는 삶은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 또 힘든 과정이 있어야 해피엔딩이 더욱 빛나지 않겠는가.

 

이와 더불어 주인공이 후회없는 삶을 살았기를 바란다. 지금의 이 몸으로 지금의 나로 사는 것은 이번 생 한 번 뿐이다. 물론 불교 윤회사상에 따라 다음 생이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나의 삶이 되는 것이니 앞서 말했듯 지금의 삶은 이번 단 한 번뿐인 것이다. 단 한 번의 기회이니 아무런 후회도 남지 않게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내 생 마지막이자 단 한 편밖에 없는 영화는 후회가 남지 않는 해피엔딩이기를, 직접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가 단 한 명의 관객에게 흥행률 100%이기를, 감상평 10점 만점에 10점이기를 그렇게 내리는 지금의 이 비를 바라보며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