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릴 때는 내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가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이 남는다. 최근에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과거로 환생을 하거나, 과거로 되돌아가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 내용들이 많다. 이러한 환생 회귀물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는 우리나라에서 어느 순간부터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사라져버려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젊은 MZ세대들에게 대리 만족을 시켜주는 분야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환생이나 인생 2회차 기회를 우연찮게 얻었다 하더라도 전생의 기억이 없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환생이나 과거로 되돌아가는 기회를 갖게 된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전생의 모든 기억들을 가지고 그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보다 효율적으로 살게 된다.

 최근에 환생 회귀 드라마인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 드라마는 한국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가 재벌집 막내아들로 환생하여 재벌가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판타지 환생 회귀물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벌가의 승계 싸움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죽음에 대한 의혹, 복수 이야기를 다룬다.

 이처럼 현실성이 없는 드라마나 영화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이러한 것이 비현실적인 생각과 망상이라는 것을 알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과거의 잘못이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바로 잡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볼 때, 완전히 나와 상관이 없는 내용의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여 올해로 내 나이 51살이 되었다. 요즘은 100세 시대이니 지난 50년간의 인생 1회차가 있었고 이제 또다른 50여년의 인생 2회차가 남아있다. 그리고 환생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나는 인생 1회차의 모든 기억을 지니고 앞으로 인생 2회차를 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 이후의 내 삶은 환생 또는 인생 2회차가 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살게 될 남은 50여년의 인생은 환생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흥미진진할 것 같아서 나름 설렌다.

 만약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하나있다. 대학 3,4학년 때 매일같이 도서관에 아침 일찍 출석도장을 찍고 자신의 옆자리에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잡아주던 대학후배에게 따뜻한 밥한 끼 사주고 싶다. 법관 출신 집안의 막내라 사법고시 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되어야 한다던 후배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17년 전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였다.

 드라마에서처럼 인생 2회차가 과거로의 환생이나 회귀로부터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인생 2회차는 미래에 있는 것이고, 밝은 인생 2회차를 위해 오늘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인생 1회차에는 후배에게 따뜻한 밥한 끼 제대로 사주지 못했지만 이제 시작하는 인생 2회차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된다면 따뜻한 식사 자리에서 정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