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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야기 | 물이 필요한 딱 그 순간 알기 - 페페로미아(Radiator p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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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5-27 12:09 조회3,9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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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필요한 딱 그 순간 알기

페페로미아 Radiator plant

 

그들이 향신료에 집착한 이유

콜럼버스, 마젤란, 바스코 다 가마. 여러분은 이 사람들의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배를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미지의 땅에 발을 내딛고 낯섦과 맞서 싸운 사람들. 이들의 이름에 따라붙는 단어는 바로 탐험입니다. 콜럼버스는 자신이 인도라고 생각한 아메리카 대륙에 닻을 내렸고, 마젤란은 대담한 발상으로 인류 최초의 지구 일주 항해를 감행했습니다. 바스코 다 가마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인도까지 항로를 개척했지요.

 

역사는 대개 이들의 탐험을 계기로 유럽인의 세계 식민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개척한 뱃길을 통해 미지의 땅이 발견되면서 그 땅의 금은보화가 착취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유럽인들이 모으려 했던 보물, 그 금은보화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요? 물론 글자 그대로 금이나 은 같은 광물도 있었겠지만, 향신료 또한 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보물이었습니다.

지금은 요리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고추, 마늘, , 후추가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 백 년 전에는 목숨을 걸고 구해야 할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은 왜 그리 열심히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를 구하려 했던 걸까요? 백과사전에는 대략 두 가지가량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하나는 그 당시 유럽의 음식이 맛이 없었기 때문에 맛을 돋우기 위해서, 또 하나는 그 당시에는 악취에서 병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에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이야 우스운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지만, 향신료가 귀했던 옛날에는 정말 후추 열매 하나가 절실했을 겁니다. 그것 하나로 많은 게 바뀔 수 있고, 크게는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너희들 이웃사촌이야?

후추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향신료로 쓰는 후추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후추는 특유의 맵고 톡 쏘는 맛으로 음식의 풍미를 더욱 좋게 해 주지요. 하지만 후추는 정확히 말하자면 후추과의 덩굴식물인 후추나무(Piper nigrum)의 열매를 뜻합니다. 이 후추나무의 열매를 말려서 곱게 빻은 것이 우리가 먹는 후춧가루지요.

후추과에 속하는 식물로는 후추나무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페페로미아(Peperomia)입니다. 페페로미아가 후추나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겉모습만 보고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단지 이름으로나마 약간 추측할 수 있을 뿐인데, 페페로미아의 영어 철자가 ‘Peperomia’, 후추의 영어 철자가 ‘Pepper’인 걸 보면 둘이 한 가족이란 게 대략 짐작이 갑니다.

 

여러분은 혹시 페페로미아의 잎을 만져 본 적이 있으신가요? 페페로미아는 다육식물처럼 잎이 두툼합니다. 이 두툼한 잎 속에는 늘 물이 모아져 있지요. 이 때문에 페페로미아는 건조하고 물이 부족한 곳에서도 잘 살아남습니다.

반면에 습한 환경에는 아주 약합니다. 분에 넘치는 주인의 사랑으로 물을 너무 자주 먹으면 과습 상태가 되어 뿌리가 썩기 쉽습니다. 그러고 보면 페페로미아를 비롯해 식물들에게 물을 잘 준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적게 주면 적어서 문제, 많이 주면 많이 줘서 문제니까요.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식물에게 물을 주는 가장 좋은 때는 식물이 막 갈증을 느끼지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어느 때가 막 갈증을 느끼는 순간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소 무책임한 말 같지만, 식물을 키우며 교감을 통해서 얻는 수밖에요.

 

갈증을 희망과 도전으로

콜럼버스, 마젤란, 바스코 다 가마. 만약 이들에게 그 무엇에 대한 갈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위험천만한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세계는 또 다른 모습이 되어 있겠지요. 새로운 향신료에 대한 갈증. 바로 이런 갈증이 있었기에 이들은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세상의 역사 또한 이들에 의해 바뀐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과연 갈증이란 게 존재할까요? 한때 저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갈증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것 없는 현실에 아이들이 그냥 안주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뛰어놀며 흘리는 아이들의 땀방울이 저의 걱정을 날려 보냈고, 책을 보는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문득 내 아이는 언제 어떤 갈증을 갖고 여행을 떠날지 궁금해집니다. 어느 순간 제 곁을 떠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자신의 갈증을 희망과 도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때로는 닥쳐오는 힘든 상황들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저는 열심히 물을 주어 볼 생각입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물이 필요한 딱 그 순간을 잘 살펴보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