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이야기 | 청딱다구리 (Grey-headed Woodpe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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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5-13 15:15 조회4,16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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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딱다구리 (Grey-headed Woodpecker)
봄이 한창이다. 점심시간 잠시 짬을 내어 산책을 나온 연구원 뒷산은 꽃들과 연두색 잎들로 지천이다. 한 낮의 아지랑이 속에선 여름도 자란다. 표, 표, 표 하고 청딱다구리도 울어댄다. 세상에 여름이 곧 온다는 ‘알람’인듯하다.
국내에 기록된 딱따구리과(科)에 속하는 조류는 쇠딱다구리, 청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까막딱다구리, 크낙새, 쇠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개미잡이, 붉은배오색딱다구리 등 총 10종이 있다. 이들 중 쇠딱따구리는 몸길이 15cm 내외로 국내에 서식하는 딱따구리 종류 중 크기가 가장 작다.
오색딱다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림지역에서 쉽게 관찰되는 텃새이며 몸길이는 23~26cm 정도이다. 정수리와 뒷목, 등을 포함한 몸의 윗면은 검은색이며 중앙에는 ‘V'자 형의 커다란 흰색 반점이 있으며 아래에는 작은 흰색의 작은 반점이 가로로 나 있다.
큰오색딱다구리는 흔하지 않는 텃새로 몸길이는 24~26cm 정도이다. 몸의 전반적인 형태는 오색딱따구리와 유사하지만 등에는 ‘V'자 형의 흰색 반점이 없고 흰색의 점으로 이뤄진 굵은 줄무늬만 있다. 가슴에는 검은색의 가는 세로줄의 반점이 있으며 턱선까지 이어진다.
까막딱다구리는 주로 침엽수림에 서식하는 드문 텃새로써 몸길이는 45cm 정도이며 날개를 편 길이는 70cm에 달한다. 몸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며 수컷은 정수리 전체가 붉은색인 반면 암컷은 뒷머리만 붉은 것으로 구분된다. 번식기에는 단음절의 고음의 소리를 내며 날 때는 ‘끼륵, 끼륵, 끼륵...’하고 울기도 한다. 천연기념물(문화재청 지정)과 멸종위기종II급(환경부 지정)으로 지정보호 받고 있다.
크낙새의 경우 까막딱다구리와 유사하지만 배가 흰색인 것으로 차이가 난다. 수컷의 정수리 전체는 붉고 붉은색의 뺨선이 있는 반면 암컷의 머리 전체는 검다. 중국의 남부와 인도, 동남아 등 아시아의 열대지역과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며 15개 정도의 아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반도에 서식하는 아종의 경우 최북위에 서식하는 무리이며 북한의 개성과 경기도 광릉 부근에서 아주 적은 무리가 서식하였지만 경기도 광릉의 경우 1990년 대 초반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클락, 클락, 클락...’하고 소리를 내며 이 소리의 음을 따서 크낙새라고 부른다.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 뿐 만 아니라 경기도 광릉의 서식지 또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멸종위기종 I급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뚫는 새’이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 둥지를 짓기 위해서, 세력권을 알리기 위해서 나무에 구멍을 뚫거나 두드린다. 딱따구리는 나무를 두드리거나 구멍을 뚫기 용이하게끔 일반적인 새와 다른 몇 가지 특징적인 형태를 지닌다. 대부분의 동물들의 혀뿌리가 목에 위치한 반면 딱따구리의 혀는 목뒤를 지나 뒷머리에서 시작한다. 그 만큼 혀를 길게 내밀 수 있다. 또한 딱따구리의 꼬리는 나무를 두드릴 때 지렛대 역할을 하므로 굵고 매우 단단하다. 그리고 뇌는 작고 두개골과 접하는 면적을 최대화하여 나무를 두드리거나 구멍을 낼 때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구조를 지녔다. 그리고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움켜쥐기 좋게끔 발가락은 앞, 뒤로 2개씩 위치한다. 다른 조류의 경우 앞쪽에 3개, 뒤쪽에 하나 혹은 없거나 퇴화한 반면 딱따구리는 4개 모두를 사용한다.
딱따구리가 먹이를 먹는 과정을 보면 먼저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며 나무를 두들겨 본다. 주 먹이인 딱정벌레류의 유충이 나무의 목질부를 갉아 먹으며 지나다닌 통로가 있다면 다른 소리가 날 것이다. 나무속에 빈 공간이 확인되면 4개의 발가락으로 나무를 움켜 쥐고 꼬리를 나무에 단단히 밀착 시킨 다음 나무를 쪼아 구멍을 내기 시작한다. 이때 두꺼운 순막(瞬膜 : Nictitans Membrane)은 튀는 나무 조각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안구를 덮고 있다. 마침내 벌레가 지나다니는 통로와 연결이 되면 통로 속으로 끈적한 긴 혀를 집어 넣어 타액에 벌레를 묻혀 끄집어 내어 먹는다.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새를 키워본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픈 기억으로 만 남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연구 목적 이외에는 새를 기르지 않는다. 연구 외에 마지막으로 새를 기른 사례가 청딱다구리다. 2005년 봄이 한창 일 때 교내 길가의 참나무 구멍에서 번식하는 청딱다구리를 우연히 보았다. 오고가며 잠시 멈춰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민 새끼들을 잠시 동안 구경하곤 했었다. 둥지 위치를 연구실 후배들에게도 알려 주었고 그 후론 둥지의 소식을 눈으로 뿐 만 아니라 귀로도 듣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둥지에 어미가 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 뒤엔 새끼들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후배는 나무를 잘라 둥지 속에 살아남은 두 마리의 새끼를 구조했고 그 날 이후 연구실에서 딱따구리와 동거가 시작되었다.
먹이는 애완동물의 먹이로 사용되는 ‘밀웜(mealworm)’이라는 딱정벌레의 유충과 동물성 사료를 먹였고 둥지는 연구용으로 제작된 나무로 만든 인공새집을 제공하였다. 처음엔 둥지 속에서 고개만 내민 체 먹이를 받아먹던 놈들였지만 한 주가 지나자 둥지 밖으로 나와 조금씩 날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둥지 주변에서, 나중엔 연구실 전체로 범위가 점점 확대되었다. 날개를 퍼덕이며 컵이나 연구 장비를 넘어뜨리거나 책장이나 책상 위에 배설을 하기 시작했다. 후배중 한 친구는 머리에 폭탄을 맞기도 했다. 날이 지날수록 행동반경이 커지고 비행능력이 높아지게 되자 연구실 이곳저것을 번갈아 가며 오르고 사람도 번갈아 가며 올랐다. 앉은 사람보다는 서 있는 사람을 더 선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실 문이 열리더니 학과장께서 핀란드 대사를 소개시켜 주셨다. 그리고 그 분께 우리 연구실에 대해 설명을 하시려 던 순간 연구실 어딘가에 앉아 있던 녀석 중 하나가 커다란 키의 핀란드 대사의 팔에 푸드덕 날아 앉더니 어깨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검은색의 양복에는 한창 깃이 자라는 새가 떨어뜨리는 비듬가루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학과장님과 연구실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어깨에 도달한 녀석은 두리번거리며 다음의 목적지를 찾고 있었다.
그러더니 머리카락을 뜯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우리와는 다르게 대사의 표정은 감동의 일색이였다. “역시 딱따구리는 큰 나무를 좋아하는 군요.”라며 농담과 함께 경이롭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결국 걱정대로 실례를 했지만 어깨는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대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사진을 찍은 뒤 흡족해 하며 돌아갔다. 한참 뒤 학과장께서 오셔서는 대사가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 딱따구리 얘기만 했고 좋은 경험을 준 연구실에 감사의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평생에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비록 푸르른 자연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새끼 청딱다구리 두 마리는 함께 하는 동안 우리에게 많은 웃음과 비명을 안겨 주었다. 숱한 아픈 추억과는 달리 소중한 추억속에 웃음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연구실에 들자면 배선관 위쪽이나 형관등 위와 같은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남아 있는 그네들의 배설물로 인해 추억은 가슴보다 코를 먼저 자극한다.
이제 곧 어딘가에서 ‘알람’처럼 청딱다구리 새끼들의 먹이 조르는 소리가 울릴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처럼 가는 계절을 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