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이야기 |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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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20 조회5,29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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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오해하여 말을 잘못 전하지 말라
사람은 누구나 오해할 수 있다. 오해란 그릇되게 아는 것이다. 정확하고 바르게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오해로 빚어지는 결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상상하기도 어렵다. 때에 따라서는 싸움을 넘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잘못으로 인하여 더 큰 잘못을 낳는 꼴이다.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는 잘못 전해 듣고 전하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고 악의적으로 전하는 경우,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서 말하는 경우 등 고약한 버릇은 항하사의 모래수 만큼 많다.
오해로써 상대를 미워하고, 잘못된 생각으로 남을 죽기 살기로 헐뜯는다. 그래서 상대를 비방하고 중상모략까지 일삼는다. 잘못과 오해에서 비롯된 악업들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타인의 말을 바르게 이해할 것을 가르쳤다. 잘 전해 듣지 않고 함부로 비방하지 말라는 계가 그것이다. 그 계를 불심체수사어계라 한다. 이 계의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사분율』의 내용이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참마라는 비구니의 제자 제사난리 비구니가 바루와 침통을 가져오라는 스승의 말을 훔쳐 오라는 말로 잘못 알아 듣고서는 오히려 이를 대중들에게 말을 퍼뜨렸다.
소문이 일자 부처님께서 이를 자세히 알아보시고는 다음과 같이 계를 제정하셨다. “만약 비구니가 스승의 말을 자세히 듣지 않고 타인에게 스승의 말을 잘못 퍼뜨리면 바일제이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잘못 듣고서 잘못 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도 구업이다.
가능하면 나쁜 말을 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하려거든 좋은 말만 전하도록 노력하자. 이를 위해 먼저 우리의 심성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말은 바뀌지 않는 법이다. 이것이 습이고, 습이 곧 업이다. 나쁜 습관이 바로 나쁜 업인 것이다.
사소한 일로 화를 내어 저주의 말을 하지 말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화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참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 인욕이 모자라서 그렇다. 더 자세히 말하면 마음의 선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가 나면 입으로는 악구, 몸으로는 살인이나 폭행의 업을 짓는다. 그러므로 진에심이 문제다. 성내는 마음은 수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악의 화근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화를 내며 말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입이 더러워지고 사나워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를 진심주저계라 한다. 『사분율』에서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6군 비구니가 사소한 일로 화를 내며 “만약 내가 그 일을 했다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요. 그러나 만약 네가 그렇게 했다면 삼악도에 떨어져 다시는 불법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하고 저주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계를 제정하셨다.
“만약 비구니가 사소한 인연으로 문득 저주하여 ‘내가 만약 그 일을 했다면, 삼악도에 떨어질 것이요. 그러나 만약 네가 그렇게 했다면 삼악도에 떨어져 다시는 불법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단언하고 저주하면 바일제이니라.”
『오분율』에서는 상대를 저주하는 그것만으로도 바일제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고, 『십송율』에서는 서로 싸울 때 저주하는 말이 바일제라 하고 있다.
우리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너무나 쉽게 내뱉는다. 또한 거친 말을 하거나 악담 일삼기를 생활로 하고 있다. 자신을 황폐화시키고 타인에겐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막말을 해서는 안된다. 특히 저주하는 말은 더더욱 삼가야 한다. “나가 죽어라.” “지옥에 떨어져라” “얼어 죽어라” 등등의 저주 섞인 말은 본인에게 먼저 화를 입힌다. 말은 사람의 인격과 교양을 가늠하는 척도다.
분에 못 이겨 가슴을 치며 울지 말라
화가 나서 막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에 못 이겨 자신의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신다. 출가자답지 않은 처신이기 때문이다. 위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계를 추흉제곡계라 한다. 또는 진타기신체읍계라고도 한다.
추흉은 가슴을 친다는 뜻이고, 제곡은 울부짖는 것을 말한다. 진타기신은 화를 내며 자신의 몸을 친다는 말이며, 제읍은 울부짖는다는 뜻이다.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다는 측면에서 같은 말이다. 추흉제곡계의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사분율』의 내용이다.
부처님께서 코샴비국에 계실 때 가라 비구니가 다른 사람과 말싸움 끝에 분함을 참지 못하여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통곡을 하였다.
모든 비구니들이 이것을 보고 부처님께 고하니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니가 싸움 끝에 분함을 참지 못하고 가슴을 치면서 울면 바일제이니라.”
분함을 참지 못해서도 안 되지만, 자신의 가슴을 치는 행위는 자신에게 상해를 가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이를 삼가야 한다. 그래서 『근본설일체유부비구니비나야』에서는 ‘만약 비구니가 화를 내며 자신의 가슴을 쳐서 고통이 생기게 할 때는 바일제가 된다’고 하고 있다.
출가 수행자가 분노를 참지 못하여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울부짖는 것은 상상할 수 없고, 그 모습은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역설적으로 말하면, 분노하는 것, 가슴을 치는 것, 울부짖는 것은 수행자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