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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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팁 주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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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7-07 13:26 조회2,6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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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tv 광고에 치매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험 광고가 많다. 초창기 치매 보험광고는 어른이 된 자녀들 얘기를 들으며 어린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리 아이가 왜 그런 말을 하지’라고 의아해한다. 그것이 치매 시초 증상이니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시청자들을 설득시킨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내가 집을 팔려고 합니다. 내 간병비 때문에”, 또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둔 아들에게 “아들아, 미안하다. 내가 이런 날을 미리 미리 준비를 해두었어야 하는데”라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광고가 나온다. 광고를 보면서 마음이 짠해지는 것은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 광고 뿐이랴. 친구 몇 명만 모여도 부모님 치매 사례가 쏟아져나온다. 부잣집 할머니 얘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를 돌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전신을 맛사지해주는 사람이 일주일에 두 번씩 오고, 영양 주사를 놔주는 간호사도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할머니를 관리해주기 때문에 월 600만원이 지출된다고 한다. 할머니는 79살로 건강하다면 외출을 자유롭게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재밌게 사셨을텐데 건강이 안좋아서 외출은 병원진료와 산책이 고작이다.


 할머니는 많이 배우신 분이라서 아는 것도 많고 타인을 배려하는 점잖은 분이라서 자기에게 고맙게 해주면 지갑을 열고 5만원짜리를 지폐를 팁으로 주는 아주 멋쟁이다. 그런데 그런 할머니가 요즘은 가끔씩 자기 지갑에서 누가 돈을 훔쳐갔다고 사람을 의심하며 상대방을 은근히 괴롭힌다고 한다. 그러면서 ‘훔쳐간 사람이 무슨 죄야. 잃어버린 내 죄지’라며 자기 자신도 괴롭혀 여기저기 아프다고 청심환을 먹고 난리를 피운다. 가족들은 치매를 의심하지만 할머니는 치매라는 치자만 꺼내도 화를 내며 치매 검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할머니의 이런 행동이 귀엽게 느껴진다.


 내가 막내여서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그때는 치매라는 것이 지금처럼 일반화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94세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치매에 해당하는 노망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크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몇 살이니?’ ‘어디 사니?’ 이런 호구 조사를 반복해서 한다는 것 외에는 아주 건강하셨다. 초코파이를 건네드리면 좋아서 환하게 웃던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엄마는 82세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정신이 아주 맑으셨지만 tv를 켜며 ‘그 드라마 몇 번에서 하니’라고 매번 물으셨는데 나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엄마는 어떻게 매번 물어봐’라며 흉을 보았다. 우리 부모님 두분 모두 마지막까지 잊지 않으신 것은 손주들이 오면 용돈을 주는 것이었다.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아 두었다가 손주들이 오면 팁성격의 성과금을 주었는데 꼭 봉투에 넣어주었고 봉투에 이름도 써서 주었다. 용돈을 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여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만점이었다. 어느덧 조카들이 결혼을 하여 아이들이 생겼는데 나도 그 손주들에게 용돈을 준다.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이 봉투에 이름을 써서 ‘예쁘고 착해서 준다’라며 팁을 준다.


 불교우화 중에 ‘세 사람의 천사’라는 것이 있다. 생전에 나쁜 짓을 많이 하다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죄인에게 염라대왕이 ‘너는 어찌 그리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일생을 살아왔느냐! 세상에 있을 때 세 사람의 천사를 만나지 못하였더냐?’라고 물었다. 죄인은 ‘제가 그런 훌륭한 분들을 만났다면 왜 생전에 뉘우치고 회개하지 못하였겠습니까’라고 답하자 염라대왕이 말한다.


 “그렇다면 주름이 많고 허리가 구부러지고 기운이 없어 걸음과 말씨도 느린 사람을 보지 못했느냐?” “그런 노인이라면 무수히 보았지요.” “너는 그 천사를 만나고도,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늙어갈 테니 서둘러 선행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구나.”

염라대왕은 이어 병자와 죽은 자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과 답을 하고나서, ‘너는 이처럼 늙어감과 병듦과 죽음을 경고하는 세 천사를 만났으면서도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을 게을리 했기에 지옥의 업을 받게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노인은 천사이다. 그래서 귀엽게 느껴진다. 치매에 걸린 노인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천사를 멀리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