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기 | 차茶와 사찰에 관한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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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6-21 11:07 조회2,93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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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차나무는 어디에서 먼저 자라기 시작했을까요?
「삼국사기」에 보면 흥덕왕 때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나무의 씨앗을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일원에 처음 심었다고 합니다.
그 후 선사 진각 스님이 차나무를 번식시켜 본격적으로 차가 보급되었습니다. 고려시대 이규보(1168~1241년)가 하동 화개에 차 맛을 보러 갔다가 스님에게 백성들이 차 공납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글에 남겼을 정도로 그 지역에서 차 재배는 왕성 했습니다. 또한 스님들과의 왕래가 잦았던 추사秋史 김정희도 쌍계사의 만허 스님에게 직접 차를 얻어 마셨다고 합니다.
그 후,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차나무를 1975년 고산 스님이 쌍계사 주지를 맡으면서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차나무 종자를 다시 화개면 일대에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만큼 쌍계사 절 입구에는 차시배추원비茶始培追遠碑와 차시배지茶始培地기념비가 있을 정도로 차와 인연이 깊은 절입니다.
지리산의 또 대표적인 차 재배지가 있는 화엄사 일대, 화엄사는 544년 인도에서 온 연기 스님에 의해 사찰이 창건되었고 그 때 인도에서 가져온 차 씨앗을 심으면서 재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대렴이 지리산 일원에 심었다는 차나무의 시작이 화엄사인가, 쌍계사인가 하는 논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화엄사에 있는 사자3층 석탑(국보 35호) 앞에는 차를 공양 올리는 ‘석등헌다상’이 있으며, 쌍계사에는 수백년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사찰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신라시대를 거치면서 불교와 함께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차 재배, 지금은 전국 25%가 지리산 일대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이 유배 간 강진에 있는 백련사 또한 차이야기하면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백련사는 정약용이 머물던 다산초당도 가까이 있었고 아암 혜장 스님과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를 찾아가 차를 마시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예전에 서로를 찾아 걸어갔던 길목인 백련암에서 다산초당으로 향하는 오솔길에는 야생 차나무가 가지런히 자라고 있습니다.
차를 공부하면서 문헌에서 배우는 것들도 많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해 보는 것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햇살 좋은 하루, 그 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푸른 녹차 밭을 찾아가 날려버리는 건 어떨까요?
참고문헌 <저절로 소확행><문화유산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