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마음을 비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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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2-14 14:44 조회3,11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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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고정된 것 아닌 임시적인 상황임을 자각해야”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해야겠지만 원치 않은 결과에 탄식하고 자포자기하는 이들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듯싶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게임 속에서 진 쪽은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승리가 영원한 승리는 아니며, 한 번의 패배가 영원한 패배는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말이 쉽지 본인이 원치 않은 결과를 받아든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디 쉬운가.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를 원망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스스로를 책망할 수도 있다. 그러한 마음은 자신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여 전체를 힘들게 할 것이다.
최근에 승패를 냉혹하게 가르는 한 TV 경연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참가자들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기 위해 상대에게 도발적인 언사로 승부 의욕을 불태우면 시청자들은 그런 욕심의 불꽃 튀는 말씨름을 재미삼아 즐기는 것이 상례인데, 어느 참가자가 끝내 상대에게 도발적인 표현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오랜 무명가수이던 그는 제작진의 요청을 뿌리치고 이렇게 노래하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했다. 마지막 인생곡 미션에서도 알려진 세련된 곡이 아닌 그저 진솔한 자기 마음을 표현한 자작곡을 불렀다. 우승을 하고 싶다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다. 마음을 비운 것이 주효한 한 듯 그는 마스터 평가에서는 뒤졌지만 대국민 문자투표에서 많은 지지를 얻어 역전 우승을 했다.
위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감동적인 일이나 사연에 목말라 하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이해관계로 꽉 짜인 갑갑한 현실에 매이지 않고 주위에 사랑과 자비를 베풀 줄 아는 이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함을 느끼게 된다. 정해진 길을 따르기보다 조금은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기존에 갖고 있던 가치관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편히 하려면 매순간 이리저리 떠도는 마음의 상념들을 깨끗이 비워 얽히고 설킨 현실의 근본을 꿰뚫어 보아야 함을 되새기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보나 가치관들이 진실하고 정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실한가, 그것이 최선인가, 화두처럼 부단히 물어야만 한다.
그런데 무엇이든 확신을 가지고 마구 들이대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예컨대 조직에서는 조직의 목표나 조직원들의 의무 등에 대하여 나름의 견해를 고집하여 다투기 일쑤다. 부서 간은 물론 부서 내에서조차 개인 간에 의견이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내 말 따르라” 하는 용감한(?)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잘못된 확신에는 인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저러 하면 이러저러한 결과가 나온다는 단순한 이해만으로는 인과의 상세한 측면을 파악하기엔 부족하다. 다종다양한 인과의 온전한 모습은 슈퍼컴퓨터로도 계산하기 어렵고, 십지보살도 모르고, 오직 부처님만 아신다고 하지 않던가.
어제까지 확실해 보이던 것이 한 순간에 변하여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 경험을 수없이 한다. 갈수록 확실한 것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도 확실하게 고정된 것이라기보다는 언제든 변동 가능한 임시적인 상황으로 바라보게 된다. 언제나 마음을 비워보고 하심(下心)하고 무엇보다 부처님의 지혜와 가피에 의지해야 한다는 믿음이 더 커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