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뜨락 | 편견을 버리면 인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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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11-29 15:21 조회2,41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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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불행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미국의 법철학자 누스바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살다보면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불만이 생기고 그것이 쌓이면 분노하게 된다. 사소한 차별이야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지만 근본적인 차별은 집단적 혐오로 나타나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힘들다. 집단적 혐오로 흑인, 유색인에 대한 차별이 현대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 집단적 혐오를 깨는 것은 그 집단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민중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이번에 영국에 첫 비백인 총리가 탄생했다는 언론 헤드라인 뉴스를 보면서 우리 인간 사회의 이유 없는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영국 역사상 백인이 아닌 사람이 총리가 된 것이 처음이라는 것은 그동안 영국에서 유색인은 소외계층으로 사회지도층 진입이 막혀있었다는 뜻이다. 영국의 첫 비백인 총리가 된 42세의 리시 수낵은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알다시피 인도는 영국 식민지였다. 핍박을 받았을 식민지 출신이 영국의 최고 통치자가 된 것은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말해준다. 영원한 지배자도 영원한 피지배자도 없다. 아버지가 의사이고 어머니가 약사인 수낵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정치, 경제를 공부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MBA를 마치고 금융계로 진출하였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똑똑하고 쾌활하며 예의바르다고 칭찬한다. 그는 깔끔한 정장 차림에 단정한 헤어스타일로 자기 관리를 잘하여 그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인기 덕에 2015년 총선에 출마하여 정치에 입문한다. 존슨 총리 때 재무장관이 되어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수낵은 영국 보수당 총리 후보로 출마하는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고, 재무장관으로서 코로나19 경제대책을 성공적으로 이끈 능력을 인정받아 첫번째 비백인 총리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스탠퍼드대학교 유학 시절 만난 아크샤타 무르티와 결혼했는데 그녀는 억만장자 인도 기업인의 딸이다. 보통 인종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인과 결혼을 하기도 하지만 그는 인도여성과 결혼했다. 수낵 부부의 종교는 인도의 대표 종교인 힌두교이다. 따라서 힌두교인이 영국총리가 된 것도 처음이다.
사회학자들 사이에서는 지구상에서 쇠퇴해가는 국가로 영국을 꼽는다. 그러나 수낵은 소통능력이 뛰어나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영국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언론에서 수낵이 금수저라고 한 것은 인도의 풍습에 따라 갑부 아버지가 준 지참금을 갖고 시집을 온 부인 덕분이다. 그가 유색 인종으로 겪었을 차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언론을 보면서 인간 사회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 사회는 4성 계급이 아직도 존재할 만큼 신분에 의한 차별이 심각하지만 부처님 10대 제자 가운데에는 인도의 4성 계급 중 가장 천한 계급인 수드라 출신도 있다. 불자들이면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을 우바리優婆離이다. 그는 석가족 궁중 이발사였다. 석가족 왕자들이 출가할 때 같이 출가하여 부처님 제자가 되었는데 부처님 제자 중 계율을 가장 훌륭히 지켰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마하가섭의 주재 하에 경전을 결집할 당시율律을 확정짓는데 우바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본인이 부처님 법을 잘 지켰기 때문에 계율에 있어서는 우바리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후대에 우바리는 지계제일持戒第一의 제자로 기록되었다.
이렇듯 부처님은 계급제도인 카스트가 엄격했던 그 당시에도 신분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았다. 이런 점은 오늘의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 한다. 지구가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며 살고 있는데 피부색을 갖고 차별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다. 모든 중생은 불성彿性이 있기에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인간 스스로 차별을 만들어 서로를 밀어내는 행동은 인류 최대의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