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 존재 양식의 삶으로 이끄는 마음챙김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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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10-31 14:03 조회2,52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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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양식(Doing Mode)의 삶이란 실제의 세상과 우리의 주관적 생각이나 바램 사이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상정하고 끊임없이 비교하고 판단 내리는 것인데, 이때 마음은 자신의 생각과 이미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생각이 곧 실체라고 착각하며 실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살지 못하고 머릿속 생각의 세계에 살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삶의 많은 긍정적인 부분을 놓쳐버리게 되고, 삶 전체가 점차 기계적으로 굴러가는 자동화모드에 빠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우리의 생각과 느낌, 감각뿐만 아니라 타인 또는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 또한 자동화시킨다.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는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정신없이 행위 양식으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재미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가 걸어가는 행인을 붙잡고 길을 묻는다. 행인이 길을 알려주는 동안 커다란 문짝을 든 두 사람이 이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간다. 커다란 문짝 때문에 길을 알려주는 행인의 시야가 잠시 가려지는 동안 처음에 길을 물었던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했다. 새로 투입된 사람은 처음 사람과 완전히 다른 머리 모양을 하고 옷 색깔도 전혀 달랐고, 심지어 목소리도 달랐다. 그런데도 질문을 받은 행인 가운데 절반가량이 질문하는 사람이 바뀐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 실험은 우리가 얼마나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동화되고 습관화된 상태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지를 시사한다.
이와 반대로, 행위 양식과는 다르게 마음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 있는데, 이는 바로 존재 양식(Being Mode)이다.
존재 양식은 너무 많이 생각하고 지나치게 분석하며 판단하는 마음의 오랜 습관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생각이나 감정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알아차리며 곧바로 경험한다. 존재 양식은 우리의 모든 감각과 다시 온전히 접촉할 수 있게 해주며, 의식의 빛으로 충만한 마음의 상태로 우리를 되돌려 준다. 행위 양식이 덫이라면 존재 양식은 그 덫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존재 양식의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 곧 마음챙김 명상이며, 이를 통해 마음의 기어를 행위 양식에서 존재 양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기억을 단지 ‘기억’으로, 계획을 ‘계획’ 자체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해준다. 현재 자신이 과거를 뒤돌아볼 때 기억을 회상하고 있음을, 반대로 미래 시제에서는 미래를 계획하고 있음을 의식적으로 자각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정신적인 시간 여행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과거를 반추하며 지난 일을 현재로 소환하여 ‘다시’ 살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사는 데서 오는 부가적인 마음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지금 이 순간, 의식적으로 어떠한 판단도 없이 주의 기울이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경험을 판단하고 부정하고 다투지 않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덫에 걸리거나 미래의 걱정에 사로잡혀 살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을 때 우리는 온전히 살아 있고 깨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혹은 어떻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두려워하는 집착의 상태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관하게 됨으로써 현존의 상태에서 자기 안에 있는 다양한 창의적인 선택지를 살려낼 수 있다. 타인과 세상에 대해 그저 판단 내리고 생각만 하는 대신 주변의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생각은 그저 지나쳐 가는 정신적 사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마음챙김 명상으로 이를 알아차릴 때, 더 이상 외부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과 만족,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원한 샘물이 솟아나듯 자연스러운 열정과 활력, 평정심이 당신 내면에서 솟아날 것이며 삶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시야는 놀랍도록 넓어질 것이고, 그 결과 우리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