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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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 |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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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1-14 15:58 조회3,2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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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또 연도의 끝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너무도 빨리 흘러가 버리는 것만 같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내가 지금 그러고 있나 보다. 우리 노보살님들에 비하면 아직 이팔청춘인 나이겠지만, 어찌 됐거나 나 또한 살 수 있는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나이가 되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하루들이 모여 한 해를 만들고 그런 한 해를 흘려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다 보면 갑자기 모든 것이 왜인지 부질없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내가 무얼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기를 쓰며 살아왔고, 또 왜 그리 살고 있나 싶으면서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우는 것이다.

이 나이쯤 되면 사실 웬만한 일상의 모든 순간에 무딘 감정을 가지게 된다. 언제부터였을까? 더이상 새해의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한 해가 끝나가는 것이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 그다지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게. 바뀐 나의 외면뿐만 아니라 이런 내면의 변화에서도 나는 내가 나이들었음을 새삼 느낀다.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없으리라. 그럼에도 굳이 한 가지 좋은 점을 꼽자면, 살아온 세월만큼 많은 경험이 있기에 그 경험을 토대로 나의 여생에 대한 방향성을 쉬이 정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지금도 전혀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젊었을 때의 나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굉장히 명확했고 그에 대한 표현도 거침없었다. 그랬기에 때로는 누군가와 쉽게 적이 되기도 했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기도 했으며, 그로 인해 나에게 이런저런 불이익이 생기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여전히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하나, 또 사실 어찌 보면 나에게 있어서 옳은 일이라 생각되었던 일이 상대에게는 옳지 못한 일이었을 수도 있고 또 나는 옳지 못하다 생각하였으나 상대에게는 그것이 옳은 일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의 판단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지금은 그저 그냥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 저런 모습을 가졌구나 하며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려 노력한다.

어쩌다 보니 좀 더 활기차게 시작해야 하는 한 해를 약간 무거운 감정으로 맞이하게끔 글을 시작한 것 같다. 자 그럼 분위기를 전환하여, 그대들은 어떤 마음가짐과 희망, 계획으로 2022년을 시작하고 있는가? 누군가는 제발 코로나가 사라져 마스크를 벗고 속 시원히 역동적인 활동들을 하고 싶어 하는 이도 있을 테고 또 혹은 아직 자녀가 일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미혼이라면 그와 관련하여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도 있을 것이다. 다들 아마 이런저런 저마다의 희망을 품고 한 해를 맞이하고 있으리라.

이러한 그대들의 바람이 모두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설사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마냥 부정적인 생각으로 그 순간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노력해서 변하지 않는 외부의 상황과 환경이라면,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또 생각을 달리하여 보자.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즉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를들어, 어떤 사람이 직장의 상사나 업무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 퇴사를 했다고 했을 때 그곳에 여전히 남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퇴사한 이와 달리 아무런 불평·불만이 없어서 업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그 사람들도 같은 상황이지만 그냥 받아들이고 일을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자신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고 행하느냐에 따라 이처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래, 또다시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 지난해 저마다 여러 일들이 있었을테고 이는 분명 올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해 연초, 저마다 그 해에 이루고 싶은 바를 계획하는 것은 좋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 하루를 맞이하는가에 있다. 긍정적인 시각과 사고,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 매일이 새로운 새해 첫날과 같을 것이며 늘 평온하고 즐거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그대와 이 글을 쓰는 나, 우리 모두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