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뜨락 | 어쩌다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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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7-04 15:04 조회2,07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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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TV 켜기가 무섭다. 부모가 어린 자식을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식은 늙은 부모를 잔인하게 죽이는 존속 살인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고, 전세 사기, 주식 사기, 보이스피싱 등 남의 재산을 빼앗는 사기꾼들이 판을 치니 언제 나도 그런 험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음주운전으로 아까운 어린 생명을 앗아가고, 청소년들에게 마약을 권하는 나쁜 어른들 때문에 싱그러워야 할 우리 아이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가슴이 답답했는데 얼마 전 tvN Story <어쩌다 어른>을 보면서 ‘그래, 바로 저거지!’라는 깊은 공감에 희망이 생겼다. 스님과 신부님이 함께 무대에 서서 불교와 천주교의 기본 교리를 교차방식으로 소개하였는데 서로 경쟁하는 배틀이 아니라 각자 종교에 대한 설명으로 최고의 콜라보를 보여주었다.
두 분은 상대방 종교를 절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어느 종교가 더 좋은지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도록 하였다. 불자는 불자대로 가톨릭신자는 신자대로 자신의 종교에 자존감이 높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그동안 자기가 알고 있던 종교인이 아닌 박식한 지식과 너그러운 포용력으로 서로를 지지해주는 모습에 종교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상대를 서로 비난하며 공격하는 모습에 질려버린 시청자들은 모처럼 편안하게 다름을 수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종교의 역할은 인간이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악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옥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지옥에서 당할 고통이 끔찍하여 착하게 살도록 하려는 것인데 현대는 과학문명이 너무나 발달하여 사람들은 단지 지옥이 두려워 착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지옥의 고통은 바로 현실에서 받게 된다. 요즘은 완전 범죄가 불가능하다. 죄를 지은 사람은 경찰과 검찰이 다 잡아서 사법 처리를 받게 된다. 자유를 빼앗긴 기나긴 수감생활이 바로 지옥일 것이다.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는 1889년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미美가 예술의 근본이지만 선善이란 개념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선을 포함한 예술을 좋은 예술이라고 명명하였다. 좋은 예술은 평등주의적, 쌍방향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공의 선을 확장시켜나가는 위대한 예술이라고 하였다. 예술은 과학과 함께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인데 예술이 선을 중요시하듯이 과학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공동의 선을 실천하여야 하지만 현실은 핵무기를 앞세워 전쟁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지옥처럼 느껴진다.
우리 사회는 놀라울 만큼 발전하고 있는데 국제 사회는 왜 역주행을 하며 신냉전주의를 형성하는지 안타깝다. 이런 인간의 어리석음을 스님과 신부님은 하나 같이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세월이 흘러 어쩌다 어른이 되었을 뿐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한 치 앞을 못보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하다.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순간 서로 공감하며 멋진 협력으로 더 큰 선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듯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마지막에 스님과 신부님 두 분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찬불가도 찬송가도 아닌 대중가요 ‘걱정 말아요. 그대’ 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우리에게 평등한 선善이 우리 미래를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는 메시지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불교는 그 어느 사상보다 앞선 화합 정신을 갖고 있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말라는 중도사상, 너와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불이사상, 모순과 대립을 하나의 체계 속에서 다루는 화쟁사상, 서로 다른 쟁론을 화합하여 하나로 소통시키는 원융회통사상 등 정말 많은 사상이 화합을 위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런 좋은 화합 정신을 다함께 실천한다면 우리나라는 안전하게 번영하여 모두가 살기 좋은 인류 공동체로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