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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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 무연대자, 동체대비의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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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7-04 14:39 조회2,2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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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이 병들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예의가 상실되고 정의가 사라졌으며 화목을 모르기 때문에 사회 전반이 더욱 삭막해져 가고 있습니다. 양심보다는 물질추구를 우선으로 하며 극단적인 이기심이 사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은 자기와 다른 쪽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말로는 공정과 상식이라지만 내 편에는 관대하고 상대편에게는 가혹합니다. 사회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조차도 불신으로 가득합니다. 이기심과 탐욕에서 비롯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그 후유증이 많은 병폐를 낳을 것입니다.


 사회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할 종교계조차도 온갖 타락과 도덕성 상실로 사회로부터 도리어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존경해야 할 어른이 없어진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도 자기 앞만 보고 복을 빌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돌리고 개선해 나아가지 않으면 악순환의 고리가 점점 강해져서 갈수록 살기 어려운 사회가 됩니다. 모든 것이 서로 의존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 연기의 세계에서 나 혼자만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어려운 시기야 말로 불교의 지혜와 자비정신이 더욱 필요합니다. 무연대자, 동체대비無緣大慈, 同體大悲라는 말은 모든 이들을 나와 한 몸으로 보는 것입니다. 서로 의존하며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은 나와 다른 몸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화를 내면 그 파장이 모든 사람들에게 미쳐서 결국은 나에게 돌아옵니다. 내가 남을 속이면 그 사람도 마음의 벽을 쌓기 때문에 그런 파장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미쳐집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호의를 보이면 그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왜 이럴까 하고 의심해 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서로를 불신하고 병들어 있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에 마음의 문들이 꼭 닫혀서 사회가 더욱 황량해져 갑니다. 이러한 사회를 만든 데에는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습니다. 누구누구를 탓할 것도 없습니다.


 사회가 삭막해지는 것을 경제적인 피폐에 원인을 두기도 하지만 그것도 사회전반의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반영되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우리는 나타난 현상만 가지고 말들 하지만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재산이라는 것도 성실히 노력하면 기본적인 것은 지킬 수가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 경제적으로 곤란을 당하는 사람들의 원인을 살펴보면 궁극적으로는 각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사회구조를 탓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사회구조를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들이 그러한 구조로 끌고 간 것입니다. 부패한 정치인들을 탓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정치인을 누가 뽑았습니까? 모두 우리의 손으로 뽑은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부조리와 도덕의 붕괴, 경제적 곤란의 궁극적 원인을 추적해 들어가면 결국은 우리 각자에게 그 책임이 돌아갑니다.


 부처님께서는 한 사람 한사람의 마음 밭이 잘 가꾸어질 때 그 사회가 건전해진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항상 개개인의 정신개발에 가르침의 역점을 두셨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자리를 개발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모습을 변화시키려고 하셨던 것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고 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개개인의 심성이 황폐해지면 그 사회는 건전하게 육성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다 자본주의다 해서 싸워봤자 개개인의 심성이 바르지 못하면 온갖 병폐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개개인의 심성이 다듬어지지 않고는 화목하고 안락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섣부르게 사회운동에 뛰어들어 제도를 고치고자 헛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한 사람 한사람이 바르게 되어 그러한 영향이 메아리처럼 물결처럼 퍼져 나갈 때에 이 사회는 근본부터 건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인성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제도만으로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시도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지난 세기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사상 대립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지금 시대에는 침략이라는 것이 꼭 총칼 들고 쳐들어와야 침략이 아닙니다. 외국의 투기 자본이 무분별하게들어와서 우리 경제를 잠식하는 것도 침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저속한 문화가 우리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것도 일종의 침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위의 여러 나라들에게 계속 시달리면서도 큰 소리 한번 못치고 눈치만 보아야 하는 것도 침략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상황입니다.


 나라가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의 역할이 큽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새겨듣고 나 자신부터 달라져야 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바른 정신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어려운 교리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말씀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말씀 하나하나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곧 불교입니다. 꼭 선방에 앉아서 가부좌만 하고 있다고 해서 도를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삶 가운데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곧 도를 이루는 길입니다.


 자기의 깨달음이 사회와 연관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 되겠습니까? 아무리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도 사회와 관련을 짓지 못하고 자기 혼자만의 법열法悅에 도취해 있다면 나무나 돌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도 성도를 하시고 입멸에 들려고 하시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어 대중들을 상대로 설법을 하기 시작하셨던 것입니다. 건전한 사회의 기틀은 우리 개개인의 마음을 바르게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