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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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성성취 | 삼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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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28 조회5,3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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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라

 

 

나는 힘든 일이 있거나 사람들에서 모욕과 무시를 받을 때면 외우는 주문이 있다. “나를 죽여 바다에 던져라.” 그러면 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인 바다가 된다.

 

어릴 때부터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였던 난, 주변 사람들이 쉽게 보고 함부로 대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어리석은 자들의 객기 정도로 생각하고 불쌍히 여기지만 어릴 때는 상처가 되었다.

10년 전쯤 우연한 기회에 불교영화 삼사라를 보게 되었다. 삼사라는 티벳어로 윤회라는 뜻이다. 내용은 조선시대 김만중이 쓴 구운몽과 비슷하다. 주인공 타쉬는 다섯 살에 출가하여 20년을 수행하였다.

타쉬는 동굴에서 3333일간의 고된 수행을 마치지만, 마을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 페마에게 한눈에 반해 파계하고 세속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도 질투와 슬픔, 유혹과 시련, 사회의 부조리가 존재하는 것을 보고 다시 출가를 하게 된다.

 

다시 출가를 하여 절로 돌아가는 길에 돌탑에 있는 돌에 새겨진 글씨를 보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그리고 그 돌 뒷면에는 바다에 던지면 되느니라고 쓰여 있다.

한동안 이 말이 나의 화두가 되었다. 바다 속에는 물방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바다에 물방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불교적으로 바다 속에 있는 물방울의 상태를 무아”,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죽여 바다에 던져라이 말이 그렇게 나의 주문에 되었다. 우리가 화가나고, 짜증나고, 증오심이 생기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유식에서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을 7말라야식이라고 한다. 이 말라야식이 인간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상대방과 나를 비교하게 만든다.

불교에는 진언염송, 관법, 간화선, 위빠사나 등 다양한 수행법이 있지만 결국은 7식 말라야식을 다스려 이기적인 마음을 자비의 마음으로 바꾸고, 8식 아뢰야식을 몸과 입과 뜻의 바른 실천으로 밝고 맑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잭 콘필드가 쓴 놓아버림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이다.

어떤 사람이 양손에 식료품이 가득 든 봉투를 들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와 부딪쳐 그만 넘어지고 말았지요. 봉투 안에 든 물건들이 모두 길바닥으로 쏟아졌겠죠. 달걀은 깨지고 주스 병은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급히 챙기려던 그는 그만 머리끝까지 화가 나고 맙니다.

이 바보 같은 자식, 똑바로 보고 다녀! 눈은 어디 두고 다니는 거야!” 그렇게 성을 내기 직전, 그는 자신과 부딪친 사람이 진짜로 맹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 역시 떨어진 물건을 찾기 위해 어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머리 꼭대기까지 올랐던 화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어느새 연민과 동정심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우리 삶이 그렇습니다. 갈등과 노여움의 근원이 무지임을 깨닫는 순간, 지혜와 자비의 문은 저절로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인간 본성이 지닌 자비심을 발휘할 수 있답니다.

 

우리가 화가 나는 이유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가 나를 죽여 바다에 던질 수 있다면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자비와 용서라는 놀라운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