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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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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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4-28 11:38 조회2,3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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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드라마는 유독 흔히 귀신이라고 하는 망자들이 산사람과 섞여서 생활하는 내용이 많다. 참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미씽>은 시체를 찾지 못한 사건의 망자가 억울해서 승천하지 못하고 있다가 사람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서 시체가 발견되면 그때 기분 좋게 떠나는 내용이었다. 드라마가 끝나면 주인공들이 실종가족 찾기 캠페인을 해서 실종자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한것도 착한 기획이다.


 또한 <딜리버리맨>도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서 승천하지 못한 망자의 소원을 들어주어 안심하고 떠나는 망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딜리버리’는 배달한다는 뜻으로 귀신이 손님인 택시기사가 사건을 풀어가는 구성이다. 국민 드라마로 인기를 모은 <도깨비>와 얼마 전 방영된 <꼭두의 계절>도 전생과 현생을 오가며 사랑을 나누는 긴 인연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인데 그 주인공도 인간이 아닌 귀신이다. 예전에 귀신은 긴 머리를 풀고 하얀 소복을 입고 음산한 웃음소리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였다면, 요즘의 귀신은 사람과 똑같다. 다만 손을 잡는다거나 포옹하는 등의 스킨쉽이 안 된다는 점이 큰 차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모든 내용이 허구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여행이 시작되고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전생과 현생을 오고 갈 수 있고, 승천하지 않은 망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떠나신지 20년이 넘었고, 맏이였던 오빠도 저 세상으로 가셔서 세 자매만 남았는데 어느 날 둘째언니가 이런 말을 하였다.


 “죽은 사람도 좋은 일이 있을 때 잠시 다녀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초대를 하면 올 수 있게 하는 거지.”

 그러자 큰 언니가 “걱정 마. 우리 엄마, 아버지 벌써 와계실걸?”이라고 말해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렸다. 둘째 언니는 엄마가 키워준 아들이 딸을 낳았는데 손녀가 너무 예뻐서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 그 후 우리 세 자매는 엄마, 아버지가 곁에 계신 듯이 말하곤 한다.


 망자와 인간의 사건 해결을 다룬 드라마는 불교 교리를 모르고는 나올 수 없는 스토리다. 불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사람은 죽으면 허물을 벗듯이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중음세계에 49일 동안 머물며 사후 세계에 있는 6도, 즉 지옥부터 천계까지의 6군데 가운데 어디로 배치 받을 것인지를 기다려야 한다. 이 때 인간은 망자가 좋은 세상으로 가기를 염원하고 왕생성불을 발원하며 49재를 지낸다. 불교는 죽음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도깨비> 드라마

와 같은 멋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불교에서는 영혼뿐만이 아니라 육체도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흩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화장을 하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어서 육체를 보존하려고 애썼고, 망자에 대한 예우로 산소 앞에 큰 비석을 세워서 묘지를 멋있게 만들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요즘 화장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부처님은 참으로 지혜로운 선각자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화장을 결정하셨다. 가장 큰 이유는 산소는 휠체어 접근이 어려워서 막내딸인 내가 같이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아버지와 엄마는 납골당에 함께 모셔져 있다.


 우리 세 자매는 최근에 결정한 일이 있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을 수목장으로 이장해드리기로 한 것이다. 독실한 불자였던 엄마는 생전에 당신이 죽고 나면 산에 뿌리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부처님 말씀대로 온전히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셨던 것이다. 이에 우리 세 자매는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효도로 수목장을 할 예정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수목장도 가족형이 있다고 하여 그것으로 할 계획이다. 아직 언니들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도 나이가 드니 어떻게 인생을 잘 회향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앞세워 내가 머물 수목장 선정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