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길 없는 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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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2-28 14:02 조회2,23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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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19가 다소 약해지면서 불교계에서도 성지순례 등 신행활동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법륜 스님이 이끄는 정토회는 30년 기도를 회향하며 천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보름간의 인도 성지순례를 했고, 자승 스님이 이끄는 상월결사도 불교중흥을 발원하는 한 달 보름간의 인도 순례를 진행한다.
특히 상월결사의 인도 순례는 사부대중 백여 명이 한반도 남북축에 달하는 3천리 길을 노숙까지 하며 걷는 불교사에 희유한 일이다. 당초 계획하던 때에서 3년이 늦춰지며 한-인도 수교 50주년과 양국 간 밝은 미래를 축원하는 시절인연을 맞이해 더욱 뜻이 깊다.
성지순례는 관광 차원의 여행과는 분명히 다르다. 부처님이 걸으셨던 그 길을 온몸으로 따르고자 하는 지난한 몸짓이다. 삼계도사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서린 성지를 직접 찾아보면 누구나 세상의 안락을 위해 위법망구하셨던 부처님 마음을 한자락이라도 더 느끼고 자신의 신행을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
필자도 오래 전 처음 인도 성지순례를 하며 부처님 입멸지인 쿠시나가르에 도착했을 때 뭔가 모를 가슴의 먹먹함에 눈가가 적셔졌다. 어둑어둑 해가 지는 무렵인데 입멸에 드신 당신을 더 이상 뵙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뭔가의 원력을 다졌던 것 같은데, 그 후 불자로서의 삶을 돌아보니 어느새 잊고 산 것 같아 부끄럽다. 올해 두 번째 순례로 작은 원력의 불씨를 되살리고 불교와 함께 한 인생으로 회향하고픈 마음을 고하고 싶다.
사실 불교방송이 개국하던 30여년 전만해도 한국불교는 상당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신도수는 1천만을 넘어 국내 제1종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세계 유일의 공중파 종교방송사로써 출발하는 불교방송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다음에 벌어진 현실은 그런 기대를 무색케 했다. 한국불교는 제1종교의 자리를 내주었고 탈종교 경향까지 겹쳐 그 위상이 더 떨어질까 우려되는 형편이다. 나름 열심히 해 왔다고 자임하는데 비해 초라한 성적표에 엄혹한 현실을 직면한다.
얼마 전 한 가지 통계를 접하고 새삼 놀랐다. 어느 불교단체의 후원자 연령분포인데 전체의 90%가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 시대에 젊은 층의 숫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40대 이하는 10%에 그쳤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어르신이 후원 가입을 하면서 본인 뜻과 무관하게 동참한 경우가 많아 어르신이 돌아가시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후원을 중단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같이 중단된다고 한다. 이는 10대, 20대, 30대 젊은 층은 물론 사회의 중추인 40대까지 불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이 외에도 불교라는 종교가 사멸해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자료들은 도처에 있다.
다행히도 근년에 젊은 층 포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명상과 템플스테이 등 호응이 좋은 몇 가지 포교방편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인구의 절반인 무종교 층의 불교에 대한 호감도가 이웃종교들에 비해 높다는 점도 호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교단의 건강성에 기초한 다양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소구소망에 부응해야 한다. 씨앗을 제대로 심고 가꾸지 않으면 소기의 열매를 거둘 것도 없다는 인과법에 따라 새로운 발심으로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