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기 | 차茶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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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11-30 12:48 조회2,41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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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의 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찻잎이 푸르고 따뜻한 계절에만 차밭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차꽃은 푸르름이 한풀 꺾이는 9월에 피기 시작하여 11월에는 절정을 이루고 추위가 심하지 않은 12월까지 핀다고 합니다.
차꽃은 올해 새로 자라난 가지의 끝부분이나 줄기의 잎과 가지 사이에서 1~3송이가 피어나고 하얀 꽃잎에 노오란 꽃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백의 꽃을 피우는 차꽃이 절정일 시기에는 그 향이 천리까지 진동한다고 하며 꽃술에 눈을 못 뜰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특히 차 꽃은 꽃과 열매가 서로 같이 열려 있는 유일한 식물로서, 올해 핀 꽃과 지난해에 피었던 꽃의 열매가 함께 공존하는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이기도 합니다.
차꽃은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흰색의 차 꽃잎을 두고 옛 사람들은 백의민족을, 다섯 개의 꽃잎 한장 한장마다 고苦, 감甘, 산酸, 함鹹, 삽澁 또는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떫은맛 등의 오미五味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또한 한 주머니에 여러 개의 씨앗을 지닌 특성 때문에 다산을 의미하여 차밭이 있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신부가 혼인 할 때 예물과 함께 차 씨를 예단으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서운 찬바람을 뚫고 피어나는 그 강인함과 차나무의 뿌리가 한 줄기로만 땅속 수직으로 자라는 특성 탓에 옮겨 심으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는다하여 군자의 지조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면을 지닌 꽃이기 때문일까요? 차꽃은 말려서 차로 만들어 마시면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맛을 내어 매력적인 차로 불리고, 또는 오미의 다섯 가지 맛을 가지기에 인생의 맛이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에 간단하게 생활 속 차꽃 차를 만드는 법을 알아볼까 합니다.
1) 차꽃을 따서 그늘진 곳에서 한송이씩 펼쳐 말립니다. 건조기도 좋으나, 낮은 온도에서 말리는 시간을 짧게 해야 꽃의 아름다운 색깔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2) 말린 차꽃은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합니다.
3) 말린 차꽃을 찻잔에 2∼3송이 정도 넣고 80∼90도의 뜨거운 물을 부운 뒤 1∼2분간 우려 마십니다.
차꽃 차에는 이뇨 작용, 두통, 숙취 해소에 좋은 성분이 있고 심하지 않은 냉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녹차 잎의 그늘에만 가려져 차꽃의 아름다움과 효능에 대해 지나쳐버렸던 우리들, 그러나 차꽃은 실제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차꽃을 꿀이나 설탕 1:1 비율로 효소로 담아 한 송이씩 찻잔에 띄워 마셔도 좋으며 어린 꽃의 경우 생으로 따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고 밀전병 속 재료로 쓰거나 차꽃에 소주를 부어 한 달 정도 숙성시킨 뒤 차꽃술로 마시기도 합니다.
끝으로 우리 주변에 차꽃과 함께 하기 좋은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경남 하동의 화개골, 하동 쌍계사, 보성의 차밭, 그리고 전남 순천의 선암사 일대에서는 차밭과 야생화와 차꽃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남 순천 송광사 부근 대나무 숲 속은 푸른빛을 띠며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대나무들 사이로 불어 오는 바람소리와 어우러지는 차나무에 핀 꽃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차밭이 차꽃으로 가득 채워지는 이 계절, 더 늦기전에 차꽃보러 떠나거나 차꽃으로 꽃차를 만들어 겨울 내 꽃향기와 찻잔 속 순백의 미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