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새로운 희망을 일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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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10-31 13:56 조회2,39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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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되는 탈종교화로 종교계에 비상등이 켜진지 제법 되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제도권 종교에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보고 대책을 잘 강구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예전 같은 권위주의나 ‘불신 지옥’ 같은 선동에 굴하지 않는다. 납득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가치관에는 곁눈을 주지 않고, 개성과 자유를 숭상하며 자기존재가 존중받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불교계도 맹목적 신앙을 요구하거나 자유로운 소통을 제한하지는 않는지 돌아보고, 더 친절하고 낮은 자세와 선교방편善巧方便으로 소통해야 한다.
불교계 안팎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작으나마 희망을 가지게 한다. 진실을 알고 알리는 수행 포교를 위한 다양한 방편이 등장하고 있는 바 그 핵심은 폐쇄적인 데서 개방적인 데로의 변화다. 수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통적인 수행 외에 남방불교와 티벳불교 등의 다양한 수행방법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디지털 시대, 비대면 시대를 맞아 무료 공개강좌가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예전 같으면 사찰에 나가야만 들을 수 있던 법문을 사이버 상에서 원할 때 원하는 내용을 찾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에는 전통 미디어인 불교 언론사 뿐 아니라 스님 등 개인이 탑재한 강의나 법문들로 가득하다. 이웃종교에 비해 적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다.
40주년을 맞이한 동산불교대학의 경우 강좌를 유튜브에 올려 누구나 공부할 수 있게 개방했다. 주된 수입원의 하나인 수업료를 포기하기로 용단을 내린 것이다. 오프라인 강좌에 참여하지 못해 온라인에 들어온 이들은 강좌를 반복해 듣다 보면 귀가 뚫린다며 주위에 권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출판시장의 어려움에도 좋은 불서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필자가 공부를 본격 시작하던 1980년대에 비해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많다. 어떤 책이라도 일단 읽기 시작하면 납득이 되고 읽은 만큼 도움이 될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불교계 잡지들도 특색 있고 심도 있는 내용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대장경 한글화 이후에도 다양한 경전 번역과 해설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놓칠 수 없다. 이제는 한역 경전만이 아닌 산스크리트, 팔리, 티벳어 등 다양한 원전을 번역 해설한 책들과 그밖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저작의 번역물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도권 불교 밖의 성과도 주목된다. 필자가 최근 접한 정용선 박사의 <장자, 붓다를 만나다>는 모순되는 듯 느껴지는 불교교리들을 장자와의 비교를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시대에 따라 왜 다른 교리들이 나왔는가 하는 화두도 당대의 의문을 당대의 언어로 풀어냈다는 나름의 교상판석敎相判釋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얼마 전 벼락같은 깨침을 받았다. 지난 10년 간 불교방송에서 방송포교를 해온 성진 스님이 방송을 떠나며 불교권 밖으로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그동안 안정된 곳에서 포교했다면 이제 그 자리를 양보하고 한 걸음 더 내딛겠다는 말씀이다. 불교가 우리 인구의 절반 이상인 무종교인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느끼던 차에 번갯불이 스치는 것 같았다. 상호 의존이 커지는 문명의 흐름상 어디나 개방화는 필연적이다. 우리 불교권도 다른 학문과의 통섭 혹은 이웃종교와의 교류 등 불교권이라는 우물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확대해야 한다. 불교가 폭과 깊이를 더하여 널리 소통하고, 특히 대중을 위해서 보다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