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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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방랑자와 마음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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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8-02 13:01 조회2,5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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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도 가능하고 주위에 도반 인연도 가득한 법”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 길은 서산에 해가 지면 멈추지만 마음의 님을 따라 걷고 있는 나의 길은 꿈으로 이어지는 영원한 길. 방랑자여 방랑자여…” 필자도 젊은 시절 많이 부르곤 했던 박인희 가수의 노래 ‘방랑자’는 뚜렷한 길을 찾은 듯 못 찾은듯 그렇게 방황하던 이들에게 상당한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갈 길 몰라 헤매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확신이 들어 내달리기도 한다. 그런데 스스로 결정한 길, 그 길이 흔들림 없고 늘 행복한 길이라면 좋겠지만 세상에 그런 경우란 드물 것이다.


 필자에게 마음의 님은 부처님이었기에 가르침을 받은 그 길을 따라 나름 부단히 걸어왔다고 자부한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가 방향을 불교철학으로 바꾸었고 지금까지 불교 관련 직장에서 매진해 왔다. 의지할 것은 자신과 진리뿐이라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의 말씀에 기대며 스스로의 정당성을 삼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그 길’이 어떻게 생겼으며 또 얼마나 잘 걸어왔는지 돌아보니 불확실함을 깨닫게 되었다. 불교를 화두로 매진해온 삶이기에 참으로 행운아라고 생각되지만 때로 후회스런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같은 것인가.


 그러한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는 이유는 그래도 이것이 최선을 다해 찾은 최선의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주위 의견은 참고로 듣는 것이고 어떤 것이든 최종 결정은 결국 본인이 한 것이니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길 위에 놓인 우리 인생은 일단은 방랑자처럼 홀로 걷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인생이기도 하지만 홀로 왔다가 홀로 가고, 두 발로 홀로 설 수 있어야만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 길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길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흔히 인생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부처님께서도 우리가 공부하는데 도반道伴이 전부라는 말씀까지 하셨으니 도반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좋은 도반을 찾지 못하면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하셨으니 이 무슨 뜻인가. 의지할만한 도반이 없다면 홀로서기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


 주위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심입명을 이룬 많은 미담사례들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80살이 가까운 한 보살님은 젊어서 남편을 잃고 중병까지 앓았지만 부처님 공부를 열심히 하며 살다보니 병도 낫고 가정도 편안해졌다. 보시도 하고 권선도 하고 50살 넘어 시작한 서예도 마침내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무슨 성과를 바란 게 아니라 붓만 잡으면 그저 행복했기에 부단히 정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생애 처음 개최한 개인전에서 보여주신 보살님의 곱디고운 흰머리에 얼굴 가득 환한 함박웃음을 잊을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따로 또 같이’라는 말처럼 인생은 홀로 가는 외로운 길만은 아니요, 선하거나 선하지 못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공동체의 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꼭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거나 자기가 원하는 친구나 도반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야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인연마다 반가이 맞이하고 범사에 감사하면 홀로서기는 자동일 뿐 아니라 좋은 도반도 다가오고 스스로 좋은 도반도 될 것을 믿는다. 만사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될 마음의 님은 소중한 내면의 보물이라 밖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