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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 [속담으로 보는 불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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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4-28 12:11 조회2,3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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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담 중에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합하는 것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지침으로 삼을지 몰라도, 부처님 가르침과 어긋나는 대표적인 속담이다.


 유교 경전 가운데 『효경』에서도 “내 몸뚱이와 머리털과 피부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니 다치거나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고, 출세하여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떨침으로써 부모님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끝이다.”라고 가르친다. 이 역시 위의 속담과 그 취지가 다르지 않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이 열흘 붉지 않다.”는 뜻이다. 아무리 높은 권력에 올라가도 언젠가 내려오게 된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듯이, 아무리 재산을 많이 모아도 죽은 후에는 그 모두가 남의 것이 된다. 자식에게 유산을 남길 순 있겠지만, 자식도 남은 남이다. 이렇게 권력과 재산은 언젠가 반드시 나의 손을 떠난다. 그러나 명예의 경우, 내가 죽은 후에도 그 명예가 내 이름 석 자를 장식하기에, 돈이나 권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돈이나 권력은 물론이고 명예도 나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내가 죽은 후 내가 생전에 누렸던 명예 역시 무의미해진다. 살아 있는 그들이 아니라 죽은 나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 민요 ‘성주풀이’에서는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번 가면~ 저기 저 모양이 될 터이니~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여 …”라고 권력과 명예와 미모의 무상함을 노래한다. 살아생전에 내가 아무리 명예를 드날렸더라도 죽은 나에게 그 명예는 무의미하다. 내가 죽으면 나에게서 이 세상 모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저 북두칠성 성좌에 이르기까지 온 우주가 사라진다. 나와 함께 온 우주가 폭발하는 것이다.


 티베트불교 겔룩파의 교과서 격인 『보리도차제론菩提道次第論』에서는 불교 초심자가 삼귀의의 다짐을 하기 전에 먼저 익혀야 되는 수행으로 ‘죽음에 대한 명상’을 제시한다. 염사(念死, maraṇasati)라고 쓴다. 여기서 말하는 죽음은 ‘자신의 죽음’이다. ‘명상’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별 게 아니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나는 반드시 죽는다. 그런 죽음이 나에게 언제 닥칠지 모른다. 내가 죽을 때 아무도 나와 함께 할 수 없다. 내가 죽으면 돈, 재산, 명예, 가족, 친지 등 모든 것과 이별한다.…” 이런 염사의 수행이 완성되어야 비로소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에 대한 믿을 다짐하는 삼귀의 의례에 진심으로 임할 수 있다. ‘죽음에 대한 명상’, 즉 염사의 수행이 완성되었는지 알려면, 나에게 재물욕, 권력욕, 명예욕이 남아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꿈에서도 이런 욕망이 없다면, 염사의 수행이 완성된 것이다. 죽은 나에게 재물이나 권력은 물론이고 생전에 날렸던 그 어떤 명예도 모두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생에 내가 추구한 명예가 아니라, 다만 내가 지킨 지계의 정화淨化가 중요하고, 내가 지은 선업의 공덕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다시는 먹이와 섹스와 권력과 재산과 명예의 세계에 들어오지 않는 열반, 해탈을 희구하는 마음이 중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