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새로운 불교중흥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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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12-27 11:54 조회2,31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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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로서는 환갑이 되는 해이기에 앞날을 그리기에 앞서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었고, 꿈같이 아무 한 일이 없는 듯 허허롭다. 어느 새 귀밑털이 하얘진 세월 앞에 공수래공수거, 인생무상이 절로 머릿 속을 스쳐간다.
우리가 스스로 그려온 삶의 궤적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아니 한 치의 오차 없이 우주법계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불자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고 또 살아 가리라 다짐하건만 이렇게나 허허로운 느낌이 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때가 되면 알거요’ 하던 선배님들의 말씀이 귓전을 스친다.
돌아보면 부처님과 가르침에 대한 이해도 있었지만 오해도 많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용케 이만치라도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하면 지나친 자평일까. 단박에 깨달아 부처를 이루는 것이 어렵다면 이렇게 흔들리면서도 방향을 잡아 나아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고 위안해본다.
우리는 각자의 자화상을 가지는 동시에 타자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물론 그 잣대가 같을 수는 없다. 자기를 과대하게 포장해 남에 대한 우월감을 갖기도 하고 반대로 남을 높여 지나친 열등감을 갖기도 한다. 둘 다 불교의 중도적인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하겠지만 그것이 보통 우리들 중생의 마음인 것을 어쩌랴.
주의할 것은 다른 이의 평가를 자기보다 못한 이들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대중의 평가는 언제나 냉엄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러저런 일을 했고 이런저런 사람이야’ 하는 평가는 본인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던 엄연한 현실이고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평가는 때론 봄 햇살처럼 따스하지만 때론 가을 서릿발처럼 차갑다.
필자는 왠지 대기만성大器晩成 이라는 말이 좋았다. 어떤 일이든 한 날 한 시에 한꺼번에 급하게 이루기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성취하자 는 생각 덕분에 느긋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남보다 노력을 게을리 하는 면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 때 그 때 최선의 일을 찾아서 하자’ 하는 자세와 연결되는지도 모르겠다.
정년을 목전에 두고 올해는 부처님 나라인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오려 한다. 부처님께 그간의 삶에 감사드리고 새로운 발심을 하고 싶어서다. 입사 5년차에 처음 나간 해외 취재로 인도 성지순례를 했던 인연을 떠올려 본다. 순례단에 끼어 성지를 돌아보고 방송할 계획으로 현장 인터뷰와 스케치도 해야 해서 다른 이들보다 좀 더 바빴던 것 같다.
인도 성지여행은 교통 등 상황이 열악하기에 녹록지 않다. 젊은 시절임에도 차를 타고 하루 10시간씩 강행군하는 일정에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한 번은 더 와야지’ 하는 마음의 씨앗을 심은 덕분에 또 한 번의 인연을 맞이한 것은 아닌가싶어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과거의 궤적 위에서 펼쳐진다. 과거가 현재로 이어지고 현재가 미래로 이어지는 점에서 우리는 늘 삼세三世를 통하여 사는 셈이다. 인도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덕분에 세계종교로 발전한 불교, 그리고 다시 찾게 된 부처님 나라를 그리며 새로운 불교중흥의 꿈을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