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기 | 티타임의 유래와 의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2-29 14:29 조회5,801회관련링크
본문
티타임의 유래와 의미
영어로 티타임(tea time)은 차를 마시는 시간이긴 하지만 지금은 휴식(tea break)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흔히 요즘 말하는 티타임의 기원은 영국의 홍차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과거 유럽에서의 티타임은 티파티(tea party)란 의미였었고 이는 포르투칼에서 영국으로 시집을 온 캐서린 공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영국에는 없던 차와 설탕을 이용한 티파티는 음주 파티에만 시달리던 상류층 부인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으며 이는 귀족들의 사교모임에서 시작되어 서민층으로까지 점차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샌드위치나 다과와 함께 홍차를 내어놓는 티타임 전용 음식점이 많으며 휴일이라도 초대받지 않았다면 그 시간대에 이웃을 방문하거나 하는 것은 결례가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티타임은 3종류가 있는데, 오전에 갖는 티타임 시간은 일레븐지스(elevenses)로 오전 11시를 말하고,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또는 로우 티(low tea)는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로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 함께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인 하이 티(high tea)는 저녁을 먹는 시간대로,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인데, 여전히 귀족과 왕실이 존재하는 영국에서는 귀족적인 시간대는 애프터눈 티, 노동자들이 식사를 겸해서 든든하게 먹는 티타임은 하이 티라고 한다고 합니다.
애프터눈 티의 유래는 베드포드 공작부인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당시 영국에서는 아침은 푸짐하게 먹고 점심은 간단히, 저녁 시간은 오후 8시였기에 오후가 되면 당연히 배가 고파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차와 다과를 준비시켰는데 공작부인은 오후에 마시는 차가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다과회에 친구들을 초대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모임은 런던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에프터눈 티에 초청되는 것은 우정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쓰이는 핑거푸드(finger food, 포크나 젓가락 따위의 도구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집어 먹는 음식들)란 말도 에프터눈 티와 함께 먹던 다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로우 티란 말의 유래도 로우(low)가 가볍다는 뜻으로 가벼운 간식을 곁들여 마시는 차란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티타임의 의미를 알기 위해 먼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차는 7세기 신라 선덕여왕 때부터인데 당나라에서 차 종자를 가져다 왕명으로 지리산에 심은 후 이를 중심으로 영남과 호남지방이 지금의 차의 본고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신라시대에 기초를 다진 차 문화는 고려로 이어져 불교의 성행과 함께 더욱 화려하게 피어났으며 특히 고려 때는 임금도 불타의 제자라 하여 손수 차를 다려 부처에게 공양하는 일이 흔했었다고 합니다. 차는 선비들에게는 끽다(喫茶, 차를 마심)로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한 가운데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는 것)하며 풍류로 즐겼으며 부인들의 모임에서는 관직에 따라 마시는 차의 종류가 달랐으며 귀족들은 송나라의 상인으로부터 중국차를 구입하거나 좋은 다구로 집을 꾸미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려시대에 귀족층에 속했던 승려들은 차를 즐겨 사원에 차를 진공하는 다촌茶村이 생겼을 정도였으며 궁중에서는 연등회, 팔관회 등의 국가적인 대제전이나 왕자·왕비 등의 책봉의식에 진다의식
(進茶儀式, 차를 올리는)이 행해졌으며 임금과 신하 사이에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차를 마시는 자리를 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억불숭유로 인해 불교와 더불어 쇠퇴하기 시작했으나 왕실에서의 차례茶禮는 행해졌으며 사원을 중심으로 그 명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세기에 와서 정약용, 신위, 김정희 등의 차를 즐기는 문인들로 인하여 다시 성행하면서 지금의 다도茶道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일제의 침략으로 동양문화의 줄기가 되는 다도를 오직 저희들 것으로 세우고자 그 모태격인 한국의 차 문화를 지우려 했고 지금은 자기들 것이라며 떠들고 있습니다. 차의 명맥을 이어온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지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혼자만의 여유와 휴식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과의 소통을 위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마실가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이웃사람을 만나기 위해 놀러가다.’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함께 하는 문화가 이어져서 지금의 ‘차 한 잔 하자.’라는 의미로 바뀐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마시는 차란, 차 밖에 있는 차가 아닌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것으로 차는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통의 매개체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티타임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바쁘고 힘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잠시 쉴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