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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야기 | 점이 이어져 선이 되다 (네프롤레피스–Sword f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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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18 조회5,6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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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이어져 선이 되다 (네프롤레피스Sword fern)

 

순간이 모여 인생

인생은 정말 빨리 지나갑니다. 브레이크라도 있으면 틈틈이 밟으며 쉬어 가기라도 할 텐데 인생이란 자동차에는 브레이크도 없습니다. 그냥 몸을 맡긴 채 지나가는 경치를 바라볼 뿐입니다.

, 멋있다!”

때로는 감탄하며 다시 보고 싶은 경치도 있지만, 고개를 돌려 보면 이미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추억, 또는 과거라는 이름을 단 채로 말이죠.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현재란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현재라고 느끼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금세 과거로 바뀌니까요.

바로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생겨나는 이 순간의 들이 이어져 하나의 을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 생각에 제법 길어 보이는 선도 시공을 초월한 광대한 역사 속에서 보면 실은 하나의 점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마도 세상을 만든 창조주의 눈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티끌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공룡보다 더 오래된 옛날 옛적 식물

고사리과 식물이 지구에 등장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고사리로 대표되는 양치식물이 지구에 등장한 게 고생대 석탄기이고, 공룡으로 대표되는 거대 파충류가 등장한 것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이니 고사리의 조상은 공룡보다 최소한 4천만 년은 먼저 지구에 등장한 셈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도 알 수 없는 지구의 비밀들, 화분 속 조그만 고사리는 그 비밀들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먼 옛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들었을지도 모르니까요.

 

우리가 흔히 네프롤레피스Nephrolepis’라고 부르는 식물은 엄밀히 따지자면 양치식물 고사리목 넉줄고사리과 줄고사리속에 포함된 식물 전부를 뜻합니다. 꽃시장에서 볼 수 있는 네프롤레피스에는 여러 품종이 있습니다. 그 중 보스톤고사리와 테디주니어, 그리고 더피 정도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 다 대칭으로 자리 잡은 잎의 배열이나 방사상으로 뻗은 줄기의 모습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네프롤레피스는 줄기가 위로 뻗지 않고 옆으로 퍼지며 자랍니다. 대개 이런 모양으로 자라는 식물을 로제트형 식물이라고 부르지요.

길가에서 흔히 민들레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줄기의 아랫부분에 나 있는 편평하게 생긴 잎들이 땅바닥에 바싹 붙어서 자랍니다. 네프롤레피스를 키우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놓는 화분에만 심기보다는 공중이나 벽에 걸어 놓는 화분에 심어도 꽤 예쁩니다.

 

티끌이 모여 이루어 내는 이야기

꽃시장에 가면 사시사철 언제나 네프롤레피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을 때나 아이에게 무언가 삶에 대한 조언을 해 주고 싶을 때 마음에 드는 네프롤레피스 화분을 하나 골라 보세요. 그리고 집에 데려와서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을 걸어 보는 겁니다.

 

네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들은 옛날이야기 하나만 해 줄래?”

옛날에 너희랑 같이 살았던 동물들 이야기 좀 해 줄래?”

그러고는 네프롤레피스가 말을 꺼낼 때까지 끈기를 갖고 기다립니다. 기다리다 보면 혹시 아나요? 몇 천만 년 전 원시시대의 하늘과 땅은 어떤 빛깔이었는지, 숲속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공룡들을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실타래의 실이 풀리듯 네프롤레피스의 입에서 나올지도 모릅니다. 밤새도록 이야기 보따리를 푸느라 정신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을 안 열 수도 있겠지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갑자기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럴때는 꿩 대신 닭, 바로 우리 가족의 사진첩을 보는 겁니다.

옛날부터 지금 모습까지 찬찬히 아주 찬찬히, 어느 새 그 속에서 하나둘씩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 우리가 살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까지도요. 비록 우리 인생은 티끌처럼 작은 점일 뿐이지만, 그래도 이 작은 점이 있기에 인류 역사가 이어지고 지구의 역사도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먼 옛날 우리의 수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 오셨듯, 우리 어른들도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새 우리 아이들도 그 삶을 닮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네 인생살이도 꽤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