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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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 나는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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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10-29 13:16 조회5,8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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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립니다

 

한 편의 시처럼 짧으면서 그림과 같이 감상해야 그 느낌이 오롯이 전달되는, 짧지만 여운이 긴 글~ 이 책의 특징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랄까. 작은 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 권의 책 속에는 생명의 줄인 듯 빨간 실이 사람의 일생을 기다림의 연속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장마다 이어지는 빨간 실을 따라 가다 보면 너무도 빨리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하지만 그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의 먹먹해진 가슴과 목에 뭔가 걸린 듯 애써 삼켜야 하는 호흡을 가다듬다 보면 그새 제법 많은 상념들이 스쳐간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늙어가고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삶의 과정이 결국 수많은 기다림의 연속이란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는..... 글 속에 등장하는, 어쩌면 현실에서 각자 삶의 마디라고도 여겨질 장면에선 잠시 머뭇거리며 이 시기에 난 무엇을 기다렸던가~’하며 떨림과 설레는 감정을 소환해 지나 온 시간을 돌아보고, 아직은 당도하지 않았지만 나 역시 머지않아 맞게 될 시간에 또 어떤 기다림을 할 것인지 막연히 기대도 하게 되는.....

 

한편으론, 이렇게 단 몇 줄로 요약정리 될 수 있는 인생인데 영원할 것처럼 서로 상처주고 상처 받으며 욕심을 내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이르러 잠시나마 깊은 반성도 하였다.

여백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림과 글은 모두 정말 간단명료하지만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더 많은 기다림과 의미가 여백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감상이 들 정도로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인생길에서 그럼에도 여유로이 살아보라는 무언의 토닥거림을 여백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기다림은 마침표가 없다. ‘이 아닌 으로 책이 마무리 되며 풀어진 실타래가 하나로 묶였지만 어느 인생에선가 실타래는 다시 풀어져 또 다른 삶의 여정을 이어가리란 것을 안다.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알기에....

 

뜨거운 여름을 지내면서 어쩌면 우린 부단히 가을을 기다렸을지 모른다. 그렇게 기다리던 가을이 성큼 다가와 벌써부터 마음을 흔들어댄다. 이 즈음에 나와 당신,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기다림이 기다려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