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기 |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른 차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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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3 13:52 조회7,59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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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른 차 종류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녹차를 작설차라고 합니다. 작설차란 말은 송나라때 어린 찻잎의 모양이 참새의 혓바닥과 닮은 것에서 유래되었고 조선 중기 이후에 작설이 보통 명사화 되어 잎차라는 말로 함께 불리게 되었습니다.
차나무는 크게 소엽종과 대엽종으로 나뉘는데 소엽종은 중국과 일본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고 대엽종은 중국 운남 지방에서 자생하며 홍차용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재래종은 소엽종으로, 대표적으로 하동과 보성지역의 차나무가 여기에 속합니다.
원래 차나무는 크게 자라지만 찻잎을 따기 수월하게 하고 수확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지를 해주어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근처 일본은 지역적 특성으로 소엽종과 다른 종을 교배한 개량종을 많이 재배하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나라의 재래종이 일본의 개량종에 비해 찻잎을 수확하는 기간이 비교적 짧고 잎이 작은 것입니다.
차는 24절기와 연관되어 나뉘어지는데 청명淸明과 곡우穀雨를 중심으로 청명이전에 채엽한 잎으로 만든 차를 화전차火前茶, 청명 이후 곡우 전에 채엽한 잎으로 만든 차를 화후차火後茶라고 합니다. 화전차는 땅이 가장 기름진 시기에 봄을 준비한 새순만을 수확한 것으로 맛과 향이 웅축되어 있어 최고급차로 여겨지나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화전차를 생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연간 3~4회의 차를 수확하며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네물차로 나눕니다. 봄에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첫물차는 감칠맛이 좋아 최고급차로 인정받고 있으며, 찻잎을 따는 시기가 빠를수록 차의 맛이 부드럽고 향이 좋습니다. 반면 채엽시기가 늦어질수록 찻잎이 커지면서 떫은 맛이 더해지나 수확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첫물차는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청명淸明전에 수확한 차는 명전차明前茶, 봄비가 내려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를 전후하여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 곡우 이후에 만들어지는 차는 세작細雀(4월 중.하순), 중작中雀, 대작大雀이라고 불립니다. 명전차는 찻잎이 매우 어려 채엽량이 적고 잎이 약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여린 녹차의 맑고 순수한 감칠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맛과 향은 차 중에서 최고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우전차를 만드는 찻잎은 새끼 손톱 정도의 크기로 맛과 향이 응축되어 있는 새순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해가 뜰 때까지 채엽하고 맛이 순하면서도 끝맛이 달고 구수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 세물차용을 우전차로 속여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차를 물에 불려 찻잎의 크기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작은 곡우와 입하 사이에 채엽한 찻잎으로 어린 새잎만을 따서 만들어 구수하면서도 쌉쌀한감칠맛과 찻물색이 가장 맑은 푸른빛을 띠며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녹차라고 합니다. 또한 세작은 앞에서 언급 했듯이 찻잎의 모양이 참새雀의 혀舌를 닮았다고 하여 작설차雀舌茶라고도 불리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작설차를 두고 기를 내리게 하고, 뱃속의 오래된 음식을 소화시키며, 머리를 맑게 해주고 이뇨 작용을 해 당뇨를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세작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그 품질이 우수하여 전 세계적으로도 각종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고 여러 페스티발에 소개되어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찻잎의 크기에 따라 입하부터 5월 중순까지 채엽한 잎으로 만든 중작과 그 이후에 채엽한 잎으로 만든 대작은 떫은 맛을 내고 값이 떨어지는 특성상 현미등과 혼합하여 현미녹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첫물차를 끝낸 6월 하순부터 7월 상순까지 채엽한 찻잎으로 ‘두물차’를 만들고 8월 상순부터 8월 중순까지 채엽하여 ‘세물차’를, 9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채엽하여 ‘네물차’를 만듭니다. 차를 수확하는 시기가 뒤로 갈수록 차의 질은 떨어지고 아린맛과 떫은맛이 강해 세물차나 네물차를 생산하지 않는 농가도 있습니다. 첫물차를 선호하는 이유가 두물차나 세물차보다 맛과 향에서 뿐만 아니라 영양소 면에서도 비타민 C와 아미노산이 2배정도 높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커피를 마실 때 원두의 품종과 원산지를 묻거나 따지며 개개인이 좋아하는 원두를 선택하게 됩니다. 녹차를 마실 때도 자신에게 맞는 맛과 향을 찾게 된다면 어느 지역에서 재배하는 차인지 어느 시기에 따는 찻잎인지를 알아가며 자신의 녹차 취향도 가져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녹차의 우수성이 점점 알려지고 있는 지금, 다인으로서의 자세가 이런 것이지 않을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