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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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15 조회5,51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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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의 경계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2월 20일 09시 현재 중국을 비롯한 29개 국가에서 75,710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고 사망자도 2,124명(중국 확진 환자 74,576명/사망 2,118명)으로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82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확진 환자와 사망자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이려니와, 보양과 보신이라는 명분으로 막행막식(莫行莫食)을 일삼아온 우리 인간에 대한 자연의 응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무서운 것이 전쟁과 전염병이라고 한다.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전쟁을 치러보지 못했으니 그 두려움이야 상상 속 막연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까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전염병과 맞닥뜨리다 보니 그 공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흑사병(페스트)으로 인해 중세 유럽 인구 3분의 1이 줄었고, 백년전쟁이 중단되기도 했다는 사실이 역사 속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듯하다.
어두운 바다에 희망의 불빛을 밝히는 등대처럼, 이렇듯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어려움이 닥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세상을 밝히는 것이 있다. 때로는 온몸으로, 때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른 이를 돌보거나 자기가 얻은 공덕과 이익을 다른 이에게 베풀어 주며 중생을 구제하는 이타利他의 삶을 실천하는 많은 이들의 희생정신이 그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아름답고 따뜻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그렇다. 전염병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펼쳐진 의료진과 그들을 돕는 봉사자들의 헌신은 투쟁과도 같은 것이었다. 인적이 끊기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고립된 도시에서 밀려드는 환자를 수용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바로 이타의 삶이고 희망이었다.
우한에 있는 우리나라 국민 701명을 두 차례에 걸쳐 전세기에 실어 보내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정다운(38세) 영사의 후일담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 2차 전세기를 띄우기까지,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총영사관 관계자들과 현지 교민들이 보여 준 노력도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후베이성 전체가 봉쇄돼 도시 간, 도시 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 우한 외곽의 봉쇄 도시에 있는 교민들을 안전하게 전세기가 출발하는 우한까지 오게 하는 일이었다.
어렵사리 차를 구해 우한으로 향한 교민들은 주요 길목에 있는 공안의 검문소나 지역 주민들이 우한 사람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에 발이 묶였다. 교민들은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길이 막힌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우회로를 신속히 공유했다. 그래도 길이 막히면 한인회는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한 총영사관에서는 후베이성 정부에 우리 교민들의 이동을 위한 통행증 발급을 요청했고, 이런 상황을 제대로 통보받지 못해 길을 막고 있는 도시의 외사판공실이나 공안에 직접 연락해 길을 열어주도록 조처했다. 이렇게 뚫은 길이 최소 20여 곳으로, 다른 지역에서 온 교민이 70여 명에 달했다. 우한에 거주하는 일부 교민들은 다른 도시에서 온 교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전세기 탑승을 돕기 위해 자기 차를 끌고 다니며 교민들을 실어 날랐다.
우리 국민 333명을 태운 마지막 전세기가 우한 텐허 공항을 이륙한 후, 교민 철수 업무 실무를 책임졌던 정다운 영사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한인회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동료 영사들과 현지인 직원들, 교민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남긴 까닭이다.
넓은 마음으로 우한 교민들을 감싸 안은 아산과 진천 주민들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들 역시 처음에는 우한 교민들의 격리 수용을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급속히 확산하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의견수렴 없이 진행된 정부의 일방적 결정과 통보에 분노가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우한 교민이 귀국하자 아산과 진천 주민들은 반대 현수막과 농성 천막을 자진 철거하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공포에 떨던 우리 국민 우한 교민들에게 따뜻한 품을 내줬다.
잘 계시다가 무탈하게 돌아가시라는 아산ㆍ진천 주민들의 응원에,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속속 답지하는 구호물품과 격려에 우한 교민들은 우리에게 조국이 있다고, 조국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위대한 대한민국 나의 조국에 감사한다는 말로 화답한다.
하지만 이런 감동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포를 조장하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각종 커뮤니티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넘쳐난다.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 매점매석에,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도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빗발친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 확진 환자가 늘었다, 기침 한 번에 십여 명이 동시에 감염된다, 사망자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이 밝히지 않은 환자가 더 있다 등등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통계, 합성사진까지 담긴 가짜 뉴스는 많은 사람들을 혼란과 불안 속으로 몰아넣는다.
생명과 직접 연관된 문제라 자극적인 내용은 확산 속도가 더욱 빠르고 사실 확인이 어려우니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해당 음식점이나 가게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고 접촉자를 찾거나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도 혼선이 빚어진다.
확진 환자와 접촉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공문서가 유출되기도 했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불필요한 차별이나 과도한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신고를 꺼리게 되므로 역학 조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정부의 방역 대책에도 지장이 생긴다.
인간의 삼업(三業)은 몸과 입과 생각이 ‘선을 행하였느냐, 악을 행하였느냐’에 따라 십선업(十善業)과 십악업(十惡業)으로 나뉜다. 나쁜 업을 짓는 열 가지의 과보 가운데 몸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은 살생(殺生)과 투도(偸盜), 사음(邪淫)이고, 입이 짓는 네 가지 업은 망어(妄語),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이며, 생각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은 탐심(貪心), 진심(瞋心), 치심(癡心)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하여 누군가의 불행을 즐기는 행위는 악업을 짓는 일이다.
“악업을 행하는 사람들은 평안을 얻기 힘들다.”라는 『잡아함경』의 말씀이 어찌 불자들에만 국한된 것이겠는가.
모두가 힘들 때, 모두가 고통받을 때 서로 돕고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십악업을 행하지 않는 것이 곧 심선업인 바, 거짓말이나 이간질하는 말, 험담, 함부로 내뱉는 말-입으로 짓는 이 네 가지 악업의 무게를 깊이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