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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야기 | 사랑초? Purple shamrock(사랑을 다시 정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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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11-28 14:42 조회7,2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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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다시 정의하다

사랑초? Purple shamrock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 가운데에는 단지 몇 마디 설명만으로는 도저히 그 뜻을 전달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아빠, ‘경제가 뭐야?” TV 뉴스를 보다가 아이가 묻습니다. “, 경제란 건 말이지.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재화를 획득, 이용하는 활동을 함. 또는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관계를 말한단다.”

 

만약 이렇게 사전에 적힌 대로만 아이에게 답을 해 준다면 어떨까요? 다시는 아빠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지 않을 겁니다.

경제뿐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몇 마디 문장만으로는 도저히 설명 불가능한 단어들이 넘쳐 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밉다라는 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엄마는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행동할 때 미워서혼내 주고 싶을 테고,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여학생은 마음에 안 드는 자신의 얼굴이 밉게보일 겁니다. 부부싸움을 하고 냉전 중인 부부는 자신을 이해 못하는 배우자의 뒷모습만 봐도 얄미운마음이 들겠지요.

 

이처럼 밉다는 단지 두 음절의 단어일 뿐이지만, 그 속에는 상황과 대상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단어에 정의를 내리고 설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실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스러워서 사랑초니?

저는 어머니의 아파트에서 사랑초를 처음 만났습니다. 언뜻 베란다 화분 위로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나비가 아니라 사랑초 잎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사랑초란 식물을 몰랐던 저는 어머니에게 사랑초란 이름을 듣고 매우 궁금했습니다.

잎 모양이 하트랑 비슷해서 사랑초란 이름이 붙었나?’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책을 뒤적여 봐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결국 궁금증만 남긴 채 사랑초는 저에게 서서히 잊혀져 갔지요. 그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어느 날 저는 집 근처 빵집 앞에서 우연히 사랑초와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사랑초를 보는 순간 갑자기 떠오른 어머니의 모습,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고 행복해졌습니다.

어느새 저와 사랑초, 그리고 어머니가 하나의 끈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어머니가 늘 보여 주시던 미소가 사랑초를 통해 저에게 전해져 왔습니다. ‘, 이래서 이름이 사랑초구나.’

 

사랑초,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 식물의 공식 명칭은 옥살리스Oxalis입니다. 명확하게 구분하자면 사랑초는 옥살리스 중에서도 보라색 잎의 품종만을 가리키는 이름이지요. Oxalis는 그리스어로 시다라는 뜻인데, 잎과 줄기를 깨물면 신맛이 나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예로부터 옥살리스의 이 신맛을 뱀처럼 독을 가진 동물들이 매우 싫어해서 사람들이 호신용으로 옥살리스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답니다.

 

옥살리스는 아열대 지방이 고향이며, 품종에 따라 잎의 색깔과 무늬가 약간씩 다릅니다. 우리에게는 잎 색깔이 보라색인 품종, 즉 사랑초가 가장 친숙하지만 이 외에도 잎 색깔이 녹색인 품종, 한 잎에 녹색과 보라색이 함께 있는 품종을 비롯해 다양한 품종이 있습니다.

 

사랑은 나로부터 너에게 가는 것

사랑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밤낮으로 달라지는 잎과 꽃의 모습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빛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우선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낮에 사랑초를 쳐다보세요. 조그만 꽃은 활짝 피어 있고, 잎 또한 나비 날개처럼 활짝 펼쳐져 있습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지요. 하지만 해가 지고 사방이 어스레해졌을 때 다시 한 번 사랑초를 쳐다보세요. 활짝 피어 있던 꽃은 몸을 움츠리고, 잎 또한 나비가 날개를 접듯 얌전히 포개고 있습니다.

밤이 되어 밀려오는 졸음에 꾸벅꾸벅 조는 아이의 모습이지요. 사랑초는 이런 행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반복합니다. 싫든 좋든 아침에 일어나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밤에 잠이 드는 사람들처럼 사랑초 또한 자신만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하루를 보내고 일생을 보냅니다.

 

사랑이란 단어는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요? 궁금한 마음에 사랑초에게 물어보지만 사랑초는 묵묵부답,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단 하나 힌트를 남길 뿐인데, 그 힌트는 바로 꽃말. ‘당신을 버리지 않아요.’입니다. 사랑은 너에게서 나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너로 간다는 것을 알려 주지요.

 

그러고 보니 사랑초의 꽃말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정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과연 오늘 누구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요? 평생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저는 사랑초를 보며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