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 나를 버려 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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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11-01 15:37 조회1,86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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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딜 가든 본인이 주인이 되고, 자신에게 나타나는 모든 것이 진리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밀교와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는 늘 자성불에 의지하며, 진리의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이 곧 진리인 것입니다. 당상즉도當相卽道가 바로 이것입니다.
요즘 세상은 참 좋아졌습니다. 들고 다니는 작은 휴대폰 안에온갖 세계가 들어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휴대폰에 물어볼 수 있습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밥은 밥솥이 합니다. 또 요즘 사람들은 떨어진 옷을 입지 않죠.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구멍 난 바지에 다른 천을 덧대어 꿰매서 입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입기 싫어 안입는 것이지 옷이 헤져 못입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현재는 물자가 풍부한 가운데에 이것들이 평등하게 나눠지지 않는 문제는 아직 남아있지만, 적어도 예전보다 먹고 입는 걱정을 하는 사람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분명 기본적인 생활이 다 편리해졌는데, 왜 예전보다 더 살기 어려울까요? 왜 아무리 가져도 우리는 행복할 수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요?
바로 스스로의 주인의식이 결핍되어 타인과 비교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가져도 욕심은 커지기만 하고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전철 속에 끼어 출퇴근을 하는 사람은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어느날 그 사람이 작은 차를 한 대 샀다고 가정합시다. 처음엔 행복하겠죠. 에어컨도 나오고, 옷이 구겨질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그 사람은 영원히 행복할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큰 차를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게 될 겁니다. 그런 사람은 타인과 집 크기를 비교하고, 연봉을 비교하고 외모를 비교하겠죠.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무엇을 가져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사실 행복은 그런 것과 크게 연관이 없습니다. 지하철을 타는 다른 사람은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두 다리가 튼튼한 것에 감사하며 행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자전거가 아닌 지하철로 출퇴근함에 감사할 수도 있습니다. 왜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불행한 것일까요? 바로 주인의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 누구와도 비교당하지 않는 단단한 자아를 가져야 합니다. 사회적 기준,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을 만들어 주체적인 자세를 지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은 결국 욕망의 충족인데, 그 욕망을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갑니다. 타인이 나의 세계를 존중하길 바란다면 나부터 먼저 타인의 세계를 존중해야 합니다.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사실 남 때문에 화가 난다고 생각하지만 화가 나는 것은 결국 나의 일입니다. 그러니 모든 문제가 나에게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등산을 하여 정상에 올랐을 때, ‘경치 좋다. 기분 좋다’ 그런 말을 합니다. 산이 좋다고 하는 것은 내 자신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진리를 깨달아야 합니다. 남이 해주는 선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기대하는 마음과 집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타인을 볼 때, 산을 보는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자신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남이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을 비울 때 우리는 비로소 괴로운 인간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지니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집착하고 욕심내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을 때에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실현할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