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뜨락 | 품격 있는 국회 대정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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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3-07-31 14:45 조회2,03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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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을 주제로 대정부 질문을 하겠습니다. 먼저 법무부 장관님, 발언대로 나와주실 수 있을까요?”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 있습니다.”
이 대화는 지난 6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 질문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화이다. 한동훈 장관은 김예지 의원이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자신이 연단에 나와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의원님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마이크 앞에 서있음을 알렸다. 그러자 김예지 의원도 “네, 장관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두 번째로 나온 한덕수 총리도 “국무총리 발언대에 나와 있습니다.” 라고 한동훈 장관처럼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자기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에티켓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번 김예지 의원의 대정부 질문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아무리 열심히 설명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에티켓에 관해 선명하게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항상 고성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던 여야의 국회의원들이 한 마음으로 대정부 질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김예지 의원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면서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모습은 한국 의회정치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는 변화하면서 발전한다. 18년 전 정화원 의원은 안내견이 국회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여 비서관의 팔을 잡고 대정부 질문 연단에 섰다. 그런데 오늘날 김예지 의원은 안내견 조이의 목줄을 잡고 독립보행을 하였다. 당당한 그 모습은 보는 이에게 신뢰심을 심어주었다.
이를 위해 김예지 의원은 그날 오전 안내견 조이와 함께 미리 본회의장을 찾아 단상까지 가는 동선을 체크했다. 몇 걸음 이동한 뒤 인사해야 하는지, 몇 걸음 더 걸으면 단상이 나오는지를 확인했다. 남은 발언 시간 확인은 스마트워치를 활용했다. 발언 시간 종료 5분 전, 1분 전에 의원실 직원이 알람을 보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의정 활동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 학대 사건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무부의 적극적 역할을 부탁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는 “장애인 예산을 모두를 위한 예산으로 생각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의 현실적인 문제를 정확히 짚으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보통 국회의원들은 권위를 세우기 위해 명령어로 주문을 하지만 김의원은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겸손하게 말했고, 상대도 최선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한 김예지 의원은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을 언급하며, ‘코이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고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며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 연설을 했다. 이것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시킨 명연설이었다.
이처럼 큰 화제를 모은 김예지 의원의 대정부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장애인 비례대표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불어 장애인을 불편하고 무능하게 만든 것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아닌, 우리 사회 환경이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