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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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작은 지혜로는 알 수 없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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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11-29 16:05 조회2,4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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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며 철이 드나 싶으면서도 인생에는 이해하지 못할일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는 느낌이다. 그 중에 하나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오며 손을 씻지 않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아는 사이에 눈길을 마주쳐도 인사를 안 하는 일이다. 작은 일에 너무 소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지만 다들 왜 그러는지 정말 궁금하다.


 얼마 전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이해하지 못할 또 하나의 일을 경험해야 했다. 거의 모든 매체가 참사 소식을 톱뉴스로 다루는 상황인데 한 매체가 단독 보도를 내기 위해 후순위로 돌린 것이다. 물론 단독 기사를 톱으로 낼 수 있겠지만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이 경악할 사건 앞에서 그 단독 보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은 이념이나 종교를 넘어서는 최고의 가치라고 배웠고 그것이 옳다고 믿어온 필자로서는 충격이었다. 어떤 가치가 생명보다 우선일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그러한 잣대를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100% 확신하는 내 생각이 언제나 공감을 받는 것은 아니구나. 아니 꼭 맞지 않을 수 있구나. 아!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도 거부하기보다 수용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되는구나.


 세상에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일들로 가득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데서 인위적인 살상은 계속되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으며 악순환을 이루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폭력은 좋지 않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할 테지만 상황 탓을 내세우고 서로를 비난하며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한다. ‘어쩔 수 없어. 다 너 때문이야!’


 각종 사안을 두고 사람 간에, 집단 간에 관념과 시각의 차이는 너무도 크다. 정말 객관적인 사실, ‘팩트(fact)’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을까 의문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 불화는 계속된다. 그리고 도저히 상호 이해와 소통, 협력의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상대를 향해 연일 화살을 쏘아대는 여야 정치권의 현실도 그런 선에서 한 치의 변화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 말만의 협치, 말만의 상생, 헛구호만 난무한다.


 얼마 전 예상치 못한 설화舌禍를 겪었다. 그간 나누어왔던 상호간의 교분을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문자메시지로 문답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나 싶지만 따지고 보면 각자의 입장에 대한 확고한 믿음끼리 부딪혀 발생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잘못하면 인간관계까지 엇나가 버릴 상황에서 다행히 잘 풀렸지만 그래도 마음에 상처는 남는 것 같다.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늘 있다. 그러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순간순간 회광반조廻光返照,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수가 없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를 보낸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그래도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것은 믿고 의지할만한 성현의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노래’ 끝소절도 좋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불보살님의 가호가피로 큰 지혜를 이루옵고 널리 세상에 안녕을 이루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