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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성성취 | 영천 5일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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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8-27 12:09 조회4,9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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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5일장 가는 길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된 시대에 평범한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하고 소소한 행복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요즘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단음사 밖을 나가지 않는다. 팬데믹 시대에 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단음사 보살님들과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천 5일장이 있는 날이면 가끔씩 세상구경을 하러 단음사 문밖을 나선다. 영천 5일장은 영천공설시장과 그 주변 도로에서 끝자리가 2일과 7일에 장이 선다. 단음사 문밖을 나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걸어가면 영천시 교육 문화센터가 나온다. 교육 문화센터에서 우회전하여 50m 정도 지나면 차도가 나오고 그 차도를 따라 왼쪽으로 100m를 지나면 영천 숭렬공원과 숭렬당에 도착한다.

 

숭렬당은 조선 세종 때 무신으로 활동하며 일본 쓰시마 정벌에 나섰던 이순몽 장군이 살았던 집이다. 이순몽 장군은 세종 1년 우군절제사에 임명된 후 쓰시마 정벌에 참여하여 대마도주의 항복을 받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후에 세종의 총애가 두터워 복장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숭렬당 앞 도로를 건너 골목으로 내려가면 금호강과 금호강 산책로가 나온다. 금호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금호강 생태공원의 다양한 꽃들과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들이 줄을 지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천교를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조양공원과 조양각이 나온다.

 

조양각은 고려 공민왕 17년에 창건되어 임진왜란 등 여러 차례 시대의 변란에도 지금까지 우뚝 서있는 영천을 상징하는 유적이다. 조양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누각으로 손꼽히는 밀양의 영남루, 진주의 촉석루 등과 함께 영남 3루라고도 전하며, 안동의 영호루, 울산의 태화루, 양산의 쌍벽루, 김천의 연자루와 합쳐 영남 7루라고 기록하기도 한다. 영천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인 포은 정몽주를 비롯해 수많은 명현들이 조양각을 거쳐 갔으며 현재까지 그들의 시가 편액되어 남아있다.

 

조양각을 지나면 영동교가 나온다. 영동교를 건너면 영천 5일장이다. 영동교 다리 밑에는 장날이 되면 강아지, 고양이, 토끼, 오리, 닭 등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작은 반려동물을 판다. 더운 날씨에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데려가 키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좋은 주인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서원해 본다.

 

영동교를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도로가 좌판에서 국수를 판다. 양도 많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데 가격은 3천원으로 저렴하다. 인기도 많아 앉을 자리도 없다. 꼭 먹어보고 싶지만 코로나19가 끝날 때 까지 참아보기로 한다.

 

영천 5일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물건들을 사고판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으신 어르신, 남자와 여자, 큰 가게와 작은 가게, 점포와 좌판,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 살지 말지 고민하는 얼굴들,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큰 소리로 홍보하는 아저씨, 다 나름대로의 사연과 목적을 가지고 장날에 왔으나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 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물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적지만 부처님에게 행복을 빌어 줄 수 있는 일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