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위드다르마 연재글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걸망에 담긴 이야기 | 여성의 출가와 계율(4)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8-27 12:06 조회4,714회

본문

여성의 출가와 계율(4)

 

 

사용처가 지정된 재물을 다른 곳에 쓰면 안 된다

신도들이 비구니 승가에 옷을 보시할 목적으로 모은 재물을 의복상衣服商에 맡겨두었는데, 비구니들이 그 재물을 식료를 구입하는 데 사용해버렸다. 이로 인해서 신도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었고, 급기야 부처님께서는 지정하여 보시받은 승가의 재물을 그와 다른 데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 계가 지시시이용계指示施異用戒이다.

 

이 계의 요점은 보시자가 보시한 물건의 사용 목적을 확실히 결정하여 위탁하였는데, 비구니들이 보시자의 목적에 위반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범하면 사타법捨墮法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

 

사타법捨墮法이란 비구·비구니가 소유가 금지되어있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 죄이다. 이 경우 그 비구·비구니는 죄에 저촉된 물건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사라고 하는 것이고, 떨어지다라는 뜻으로서 그 죄목에 저촉된다는 뜻이다. 즉 사타捨墮는 사라는 죄에 저촉된다는 말이다.

 

사타법을 범하면, 죄에 저촉된 물건을 내놓고 청정 비구·비구니 앞에서 참회해야 한다. 즉 사타는 참회의 벌칙을 받는 죄이다. 따라서 멸빈滅擯되는 바라이죄나 격리생활해야 하는 승잔죄 보다는 아주 약한 죄이다.

지시시이용계指示施異用戒의 조문條文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지정하여 보시받은 승가의 자재資材를 가지고 그것과 다른 데에 쓰면 니살기바일제[사타법]이니라.

 

승가의 자재資材는 승가가 소유하는 공유재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승가 안의 일부 비구나 비구니가 마음대로 처분해서는 안 되며, 시주로부터 승가의 옷을 위하여라고 하여 보시받은 자재는 승가의 옷을 사는 데에만 사용해야 하고, 설령 승가에서 결의하였다 하더라도 시주의 의향에 위반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유상보시有相布施, 유상희사有相喜捨라고도 하는데, 반드시 그 용도와 목적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특히 승가의 것이 되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정해진 대로 사용되어야 한다. 설령 현전승가의 전원일치로 결의하였더라도 사용 용도를 절대 변경할 수 없다. 반드시 원래의 목적대로 써야 한다.

 

왜 그렇게도 철저하다 여겨질 정도로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예외를 두게 되면 원칙이 없어지고, 불법不法과 임의任意가 판을 쳐서 승가의 질서와 규범이 바로 서지 않기 때문이다. 무릇 오늘날의 승가도 유념해야 할 계율의 조문條文이다.

 

그런데 이 조문은 비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구들은 이러한 일을 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하지 않은 것은 계율로 정해지지 않았다.

 

비구니들이 이러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비구니들에게만 적용되는 계율이다. 남녀 차별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계는 수범제계隨犯制戒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범한 것에 따라 계가 제정되었던 것이다.

 

 

사용처가 지정된 보시금을 자신들이 구한 재물과 합해서 다른 곳에 쓰면 안 된다

비구니 승가를 위하여 보시한 자재資材를 가지고 다른 곳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 자기들이 직접 구한 자재를 포함시켜 다른 곳에 사용해서도 안 된다. 과 사를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것과 모두의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 쌈짓돈 쓰듯 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주물施主物이라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이러한 계를 자걸승지이물이용계自乞僧祗利物異用戒라 한다. 이 계율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그것이라고 지정하여 보시되었는데, 그것을 위한 승가의 자재와 스스로 구한 자재로써 그것과 다른 것을 사면 니살기바일제[사타법]이니라.

 

이 조문은 앞의 조문과 달리 스스로 구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스로 구하였다는 것은 비구니 자신이 구한 것이다. 하지만 비구니로서 구한 것이므로 이마저도 승가의 것이며, 또한 사용처가 이미 정해진 것이므로 자기가 구한 것이라도 동일한 목적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이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승가의 옷을 만들기 위해 보시받은 것이든 자신이 직접 구한 자재이든 그것은 모두 승가의 것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자기가 구한 것이면 자기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쉽고, 또 자기가 보시받으면 자기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자기가 보시받은 것이든 자기가 직접 구한 것이든 모두 승가의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공유재산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자재를 구했다고 해서 자신의 소유물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반드시 그 목적에만 사용해야 한다. 자기가 구한 것이 자기 소유가 아니므로 다른 곳에도 임의로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그것이 이미 지정되어 있는데, 개인에게 보시된 자재와 스스로 구한 것과 함께 그것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 니살기바일제[사타법]이니라.

 

인연담에 의하면, 투란난타라는 비구니가 있었는데, 자신의 방사房舍가 무너졌을 때 많은 자재가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방사를 수선하기 위한 자재는 엉뚱한 곳에 쓰였다. 을 구입하는 데 쓰고 자재는 모두 탕진되었다.

 

그래서 수선하지 못한 그녀의 방사는 결국 무너져 버렸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투란난타의 행위를 비난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 계를 제정하셨다.

 

다른 용도로 쓰기 시작하면, 정법正法은 무너지고 유용流用과 전용轉用의 불법不法은 결국 판을 치게 된다.

 

마치 강둑에 조그마한 틈이 생기면 어느 순간 강둑이 무너져 버리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