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뜨락 | 바다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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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9 12:13 조회4,63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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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되자
시인 칼릴 지브란이 이런 말을 했어요.
“사람은 바다처럼 말은 하지만 자신의 삶은 늪처럼 정체돼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늪이 아닌가 한번 살펴보세요. 늪은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정지돼 있기 마련인데요. 만약 자신이 정지되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거든요. 우리 모두 바다가 되었으면 합니다.”
난 바다를 좋아한다. 막힘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으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다. 여름 바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탁 트인 시원함이 덜하다. 그래서 겨울 바다를 찾으면 여름 바다와는 다른 도도함이 있어 좋다.
바다는 늘 그곳에 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 같지만 바다야말로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바다는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고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바다는 그렇게 흘러가면서 온갖 더러움을 씻어낸다. 욕심을 털어내는 것이다.
난 바다가 되고 싶다. 막힘이 없는 넓은 가슴을 갖고 싶고, 변함없는 듯하면서도 늘 새로운 모습을 갖고 싶다. 온갖 욕심을 움켜쥐고 있어서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
왕년에 유명한 사회자로 이름을 날리던 분께 장애인 행사 사회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사례비가 너무 적어 부끄러울 정도였지만 장애인 행사인데 봉사하는 마음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그녀가 바다처럼 보였다. 실제 행사장에 와서 사회를 보는 그녀를 보면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화사한 무대 의상으로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밝게 해주었고, 사회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여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었다. 어떤 자리이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그래야 그 자리가 빛나고 그래야 자신도 빛이 나는데 자리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에게 유리한 자리에서는 밝은 얼굴로 친절을 보이지만 자기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자리에서는 굳은 표정으로 불친절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참 작아 보인다. 유불리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은 큰 인물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과거 속에 머물러있는 사람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과거의 지위를 현재에도 활용하려는 것은 남용이다. 과거는 경험으로 쌓이는 것이지 다시 돌아갈 수 없는데 과거 회기적 성향으로 현재를 낭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남부러울 것 없이 살면서도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본인은 멋있는 줄 알지만 결코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 가지 형태로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함정에 빠져든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그렇게 정지된 늪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버릴 것은 빨리 버리고 변화를 하지 못한다면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쉬지 않고 흐르는 바다가 되어야 한다.
부처님을 생각하면 바다를 넘어 우주가 생각난다. 불교에서는 범아일여梵我一如 즉 우주와 내가 하나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우리 존재가 우주만큼 크다는 뜻이다. 우주는 무한한 공간으로 한계가 없는데 이는 모든 것을 다 포용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모습은 좁은 공간 안에 갇혀서 자기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타인을 경쟁자 더 나아가 공격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여 자기 늪 속에 점점 깊게 빠져들어가고 있다. 시인이 말했듯이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런 위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우리는 쉬지 않고 흘러가는 바다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주가 되어 부처님이 원하시는 정토 세상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