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이야기 | 여성의 출가와 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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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3 13:49 조회5,65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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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출가와 계율
여성의 출가
여성의 출가는 부처님 당시 처음에는 허락받지 못했다. 여성 출가를 허용해달라는 간청이 수차례 있었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기득권을 가졌던 남성 출가자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부처님께서도 승단의 앞날을 걱정하고 정법(正法)의 훼손에 대한 염려가 컸기에 쉽게 결정되지 못했다. 여성 출가로 인하여 승단의 질서가 혼탁해질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출가를 가로막는 것은 석존의 걱정도 있었지만 실제는 기득권을 지녔던 기존의 승단 구성원들의 반대가 더 크게 작용되었다.
여성 출가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승단에서는 여성 출가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특히 여성 출가의 차법(遮法)은 더 엄격했고, 규율의 가지 수도 훨씬 더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비구계가 250계인데 반해서 비구니계는 348계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여성 출가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율법이 따로 정해져 있었으니 그것이 팔경법(八敬法)이다. 아무리 오래된 여성 출가자라고 하더라도 금방 들어온 남성 출가자에게 먼저 예를 갖추어야 했고, 자리도 뒤에서 앉도록 정해졌다. 여성 출가자에 대한 차별임은 분명해 보인다.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사고는 인도 또한 북방불교의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바라이죄에서부터 승잔죄(僧殘罪)나 바일제에 이르기 까지 여성 출가자가 지켜야 할 계율은 훨씬 더 많았다. 그 가운데 몇 몇 계율을 살펴보기로 하자.
바라이죄는 중죄(重罪)라 하여 네 가지가 일반적이다. 이를 사바라이죄, 사중죄(四重罪)라고 한다. 그런데 여성 출가자인 비구니에게는 4가지가 더해져서 8바라이다. 앞의 넷은 비구, 비구니 모두에게 적용되는 계이므로 공계(共戒)라고 부른다. 그 공계는 사음하지 말라, 도둑질 하지 말라, 살생하지 말라. 거짓말 하지 말라는 네 가지의 계다.
그러나 비구니에게 적용되는 계는 불공계(不共戒)라고 부른다. 불공계의 나머지 넷은 마촉수락계(摩觸受樂戒), 복타중죄계(覆他重罪戒), 수순빈비구계(隨順擯比丘戒), 팔사성죄계(八事成罪戒)이다.
신체 접촉을 하지 말라 - 마촉수락계摩觸受樂戒
마촉수락계摩觸受樂戒는 애욕심이 있는 비구니가 애욕심 있는 남자와 목덜미 아래, 무릎 위의 몸을 서로 접촉하거나 비비거나 혹은 서로 누르거나 껴안는 등의 행위를 하여 성적인 쾌락을 얻으면 그 비구니는 바라이죄가 된다는 계이다.
비구니가 신체를 서로 접촉하거나 비비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마촉수락계를 범하면, 승단에서 추방된다. 그런데 비구니는 추방되지만 만약 비구가 이러한 행위를 하게 되면, 추방되지 않고 잠시 승단을 떠났다가 일정기간이 되어 다시 돌아 올 수 있다. 승잔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는 남녀의 차별이라 할 수 있다. 비구의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비구니에 대해서는 엄격하기 때문이다.
다른 비구니의 죄를 숨기지 말라 - 복타중죄계覆他重罪戒
복타중죄계覆他重罪戒는 다른 비구니의 중죄(重罪-바라이죄)를 숨겨서는 안 된다는 계이다. 숨기고 있으면 그 비구니는 바라이죄가 된다.
이 계는 어떤 비구니가 자기 제자가 바라이를 범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겨두는 경우로서, 자기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을 은폐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그래서 그 행위를 아주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인연담에 의하면, 투란난다 비구니가 자신의 제자인 순다라난다 비구니가 남자와 교제하여 임신하고 애기를 낳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를 알면서도 자기 제자의 중죄를 숨기고 있었다. 그것이 탄로날까봐 숨긴 것이다. 탄로가 났을 때 그 비구니는 이와 같이 말했다.
“그 비구니의 불명예는 나의 불명예이다. 그녀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곧 나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다. 그녀의 치욕은 나의 치욕이다. 그녀의 불이익은 나의 불이익이다. 그러므로 내가 나의 불명예, 이름을 더럽히는 일, 나의 치욕, 내게 불이익이 되는 일을 어찌 타인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즉 자기의 명예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제자의 중죄를 고의로 숨기고 있었다. 다른 이유로 숨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숨겼다는 점에서 엄한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비구의 경우는 다른 비구가 바라이죄를 범한 것을 알면서 숨기고 있었다 해도 바라이죄가 되지 않는다. 아주 가벼운 바일제에만 해당된다. 이 역시 남녀 출가자의 차별이라 할 수 있다.
빈척 당한 비구를 비구니가 따르면 중죄가 된다 - 수순빈비구계隨順擯比丘戒
수순빈비구계隨順擯比丘戒는 승가로부터 올바른 절차에 의해 빈척 당한 비구를 비구니가 따르거나 지도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계이다. 비구가 빈척을 당한 사유는 악견惡見이나 사견邪見을 주장한 경우이다. 즉 악견이나 사견을 주장하여 승가로부터 그것을 버릴 것을 충고 받고서도 따르지 않고 고치지 않을 때 빈척을 당한다.
인연담에 의하면, 아릿타라는 비구가 ‘음욕을 누려도 불도佛道의 수행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사견邪見을 주장하여 승가로부터 빈척을 당하였다고 한다. 빈척을 당하면 승가에 머물 수 없고 승가 공동생활에서도 배제된다. 43가지의 권익마저도 정지된다.
그런데 이러한 비구를 비구니가 따르면 이 비구니는 완전히 추방되는데, 비구는 그렇지 않다. 겨우 바일제에 적용될 뿐이다. 참회하면 그것으로 면죄 되는 죄이다. 역시 남녀 출가자의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비구니에게만 적용되는 이 수순빈비구계隨順擯比丘戒는 빈척당한 비구를 비구니가 따르거나 지도 받아서 안 되며, 음식이나 의복 등을 공양하거나 왕래를 할 수 없고 얘기도 나눌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비구니는 추방된다. 이 점에서도 비구니에 대한 처벌은 엄하다.
비구니가 염심染心을 가지고 여덟 가지 일을 모두 범하면 바라이죄가 된다
- 팔사성죄계八事成罪戒
팔사성죄계(八事成罪戒)는 8사(事) 가운데 하나하나를 범하는 것은 바라이가 되지 않지만 팔사(八事)를 모두 행하면 바라이가 된다는 계이다. 그 팔사(八事)란 염심이 있는 비구니가 염심(染心)이 있는 남자와 다음의 여덟 가지의 일을 모두 저지르는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