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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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망에 담긴 이야기 |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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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36 조회5,2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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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위대한 학자가 있었다. 그는 만 명이 넘는 제자를 거느린 학계의 거목이었다. 그는 언제나 제자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의 집은 수많은 경전들과 귀한 책으로 가득하였다.

 

어느 날 깜빡 잠이 든 그는 꿈에 뭔가를 보았는데 너무 생생하여 꿈같지가 않았다.

꿈에 아주 추한 한 노파를 만났다. 너무나 추한 모습이라 몸서리가 쳐졌다. 추한 노파는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대, 뭘 하고 있소?”

그는 덜덜 떨면서 말했다.

공부하고 있소.”

추한 노파가 물었다.

뭔 공부를 하오?”

철학, 종교, 논리학, 어학, 인식론 등등이요

그대, 그걸 죄다 이해하시오?”

“ -- 그렇소, 모두 이해합니다만 --”

낱말을 이해한다는 건가, 뜻을 이해한다는 건가?”

추한 노파의 눈빛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발가벗겨지는 걸 느꼈다.

 

낱말을 이해한다는 겁니다.”

그러자 갑자기 추한 노파가 춤을 추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고 징그럽고 추한 모습은 점점 아리따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본 학자는 얼른 생각했다.

 

그녀를 더욱 행복하게 해줘야지.’ 하며 재빨리 덧붙여 얘기했다. “그리고 또 그 뜻도 다 이해합니다.”

아리따운 모습으로 변해가던 그녀가 다시 추하게 일그러져갔고, 마침내 전보다 더 추한 모습이 되었다.

위대한 학자는 당황했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그대가 거짓말을 안 하는 학자라 행복했는데, 그대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지 않은가. 이제 거짓말을 했으니 슬퍼서 다시 추한 모습이 되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