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망에 담긴 이야기 | 삶과 죽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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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11-28 14:25 조회5,96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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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
언젠가 한 스님이 바다 여행을 하기 위해 배를 탔다. 승객들은 배를 타면서 습관적으로 스님을 향해 합장하고 바다 여행의 안전을 기원했다.이에 스님은 “죽음을 알도록 하라. 죽음이 무엇인지 알 때까지.”라며 계속하여 외우고 있었다. 마치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 같았다.
얼마 후에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소리 지르고 몸부림치며 구원해 줄 것을 신에게 기원했다. 그런데 스님은 조용히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폭풍이 멈추고 하늘과 바다가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폭풍우 속에서도 내내 평온했던 스님에게 물었다. “그 사나운 폭풍이 몰아칠 때, 우리와 죽음 사이엔 이 배의 나무 널빤지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오. 알고 있었소.” 라며 스님이 대답했다. 스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바다에선 언제나 그렇소. 우리와 죽음 사이엔 널빤지 하나밖에 없지요. 그러나 육지에서는 우리와 죽음 사이에 그만한 널빤지조차도 없다오.”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 말고 더 무엇이 있는가.
이 숨도 들이쉬기만 한다거나 내쉬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삶과 죽음을 둘로 나누어 생각한다.
숨 쉬는 것을 나눌 수 없듯이 삶과 죽음 또한 나눌 수 없다.
‘삶과 죽음을 붙여라. 하나가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