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 기장 아홉산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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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8-27 12:10 조회5,66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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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아홉산 대나무숲
부산 기장군에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숲이 있습니다.
굵고 미끈한 소나무와 참나무 거목들이 곳곳에 서 있으며, 삼나무, 편백나무, 대나무가 어우러져 숲 전체를 뒤덮고 있는 도심 근교의 휴양지입니다. 아홉산 숲은 15만 7천여 평의 넓은 대지에 아홉 골짜기를 품고 있다는 뜻으로 400년 가까이 한 가문에 의해 유지되어온 사유지입니다.
남평 문씨 일파가 이곳 미동 마을에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은 400여 년 전 이들은 뒷산을 정성껏 가꾸며 벌채를 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살았으며 이 전통이 대대로 이어져 오늘의 아홉산 숲을 이뤘다고 합니다. 남평 문씨의 일파인 미동 문씨 집안에서 9대에 걸쳐 400여 년 동안 관리해온 덕분에 이 숲은 일제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피해를 입지 않고 비껴갈 수 있었던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수탈이 극에 달할 때에도 목재 공출을 피하기 위해 유기를 일부러 숨기는 척하다 붙잡혀 일본의 관심을 돌리기도 했고, 한국전쟁 땐 큰 지주였던 산주의 조부가 빨치산에 붙잡혀 가다 숲을 가꾸느라 거칠어진 손 덕분에 “노동하는 동무”라며 풀려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의 소나무들은 송진 채취를 당한 흔적이 없는 금강 소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9대째 산주가 사는 ‘관미헌’은 영남지역의 전통적인 ㄱ자 한옥으로 아홉산 숲의 나무로만 지어졌는데 집 마당엔 산주의 할머니가 시집올 때 기념으로 심은 약 100년 된 은행나무가 서 있으며 마당엔 마디가 거북 등껍질 모양이라 이름 지어진 구갑죽 이라는 대나무가 심어져 있어 또 한 번의 감동을 느꼈습니다.
아홉산 숲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군락 외에도 편백나무, 삼나무, 맹종죽, 왕대, 서어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고 있고 1950년대에 이미 우거진 숲을 관리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꾸어 온 대나무 등 거목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 멋진 숲길을 걸으며 생태체험을 하기에 추천할 만한 장소입니다.
서울 남산보다 조금 높은 아홉산(해발 360미터) 아래에는 아름드리 거목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200~300년 된 소나무가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아홉산 숲에는 다섯 가지 대나무(왕대, 솜대, 오죽, 맹종죽과 구갑죽)가 있는데 기장군의 특산물로 기록될 만큼 이 지역의 대표적 식물입니다.
죽순 채취용인 맹종죽의 분포가 가장 넓고 맹종죽은 가슴 높이의 지름이 최고 20센티미터에 이르며 키도 10~20미터인 큰 대나무들 입니다.
400년 이상 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아홉산 숲은 영화 '군도', '대호' 그리고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소나무가 잘 생길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진짜 잘 생긴 소나무들이 엄청나게 많은 이곳은 대나무길 또한 포토존으로도 유명한 곳으로 잘 알려져 산림체험을 하기에 너무 만족스러운 곳이라 생각합니다.
산주의 조부는 나무를 심을 때마다 자신에게 “너도 이 나무 덕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당장의 이익을 떠나 먼 미래를 바라보며 숲을 관리해온 것이 바로 아홉산 숲을 이룬 비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