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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오늘 하루도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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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0-06 15:28 조회4,0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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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기적입니다.

 

조금은 잠잠해지나 싶었던 코로나가 다시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 보이지 않는 적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 지 벌써 반년이 훌쩍 넘게 지나갔다. 확진자, 완치자는 물론 사망자도 어마어마한 수에 이른다. 미국에서만 사망자 수가 50개월 남북 전쟁 동안 전사한 14만 명보다 많은 17만 명 이상이라고 공식 보도될 정도이니 그야말로 총만 안 들었을 뿐, 가히 전쟁이라 할 수 있겠다.

같은 바이러스가 출몰을 했는데도 어떤 이는 죽고, 어떤 이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감기처럼 가볍게 앓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이는 증상도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확진자와 한 공간에 있었어도 몸으로 바이러스가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몸에서 바이러스를 밀쳐내는 사람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면역력이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오히려 면역력이 너무 좋아서 과 반응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생명을 잃은 청년도 있으니, 그것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미지의 힘이 우리의 명을 좌우하는 것 같기도 하다.

 

뉴스를 보면 매일매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어처구니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멀쩡히 인도를 걷다가 급발진 한 자동차에 받혀서, 운전 중에 신호를 기다리다 마주 달려오던 레미콘이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지면서 차를 덮쳐서, 고층 아파트에서 자살하려고 뛰어내린 사람이랑 부딪히면서 밑을 지나가던 사람이 사망했던 사고가 그랬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말도 안 되는 큰 사고들도 많았는데,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그 커다란 다리가 동강 잘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었고, 삼풍백화점이 와르르 내려앉아 많은 사람이 그 아래에 깔려 들어갔을 때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엄청난 충격이었으며, 몇 해 전 뉴스 속보로 바닷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학생들을 비롯한 그 많은 사람들이 설마 구조가 안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은 이 무시무시한 사고들 속에도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또 여럿 있었으니, 잘린 성수 대교 끝 맨 마지막 차와 맨 앞차는 1초 차이로 생명을 구했고, 삼풍백화점 붕괴 때는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에서 십 며칠 만에 구조된 이들이 있었으며, 세월호 사고 때도 갑판 위에 나와 있던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어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같은 사고를 당했는데도 살아남은 자들은 어찌 살아남았으며, 죽은 자들은 또 왜 하필이면 그날, 그 시간, 그 자리에 거기에 있어서 명을 달리하게 된 것일까... 우리들 누구나 그렇듯이 이들 역시, 죽음의 문턱 불과 몇 분 전까지 자신들은 별 탈 없이 무사히 늙어 평안히 생을 마감하리라 믿었을 것이다. 자기 인생의 한 치 앞도, 몇 초 뒤의 일도 알지 못하면서 먼 훗날 미래만 내다보며 아등바등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은 모두 얼마나 어리석고 무기력한가! 이렇게 생각하니 아무 일 없이 지나가고 있는 매 순간순간이, 또 매일매일이 어찌 보면 기적의 연속인 것 같다. 그 기적의 시간들이 모여 지금까지 나의 생이 이어져 온 것 같다. 그러기에, 살아가면서 나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심각한 일들도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모두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마음이 힘들 때나 울적할 때 자주 찾아 듣는 두 분의 강연이 있다. 바로, 법륜 스님과 김 창옥 교수님의 강연이다. 법륜 스님의 말씀이 삶의 스승으로서 중생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시는 가르침이라면, 김 창옥 교수님의 강의는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이 주는 인간으로서의 위로여서 지친 마음을 편안히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특히 얼마 전에 봤던 영상 중에, “무엇을 이루어내지 않아도,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은 모두 소중하다라는 말씀에 가슴 깊이 커다란 위로를 받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으로 심신이 지쳐가고 있었던 때라 더욱 큰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흔히 회자되는 라틴어에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가 무심히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도 바라던 내일이므로 현재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내는 일, 우리는 매일 기적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