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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 기장 아홉산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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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8-27 12:10 조회5,6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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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아홉산 대나무숲

 

부산 기장군에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숲이 있습니다.

 

굵고 미끈한 소나무와 참나무 거목들이 곳곳에 서 있으며, 삼나무, 편백나무, 대나무가 어우러져 숲 전체를 뒤덮고 있는 도심 근교의 휴양지입니다. 아홉산 숲은 157천여 평의 넓은 대지에 아홉 골짜기를 품고 있다는 뜻으로 400년 가까이 한 가문에 의해 유지되어온 사유지입니다.

 

남평 문씨 일파가 이곳 미동 마을에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은 400여 년 전 이들은 뒷산을 정성껏 가꾸며 벌채를 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살았으며 이 전통이 대대로 이어져 오늘의 아홉산 숲을 이뤘다고 합니다. 남평 문씨의 일파인 미동 문씨 집안에서 9대에 걸쳐 400여 년 동안 관리해온 덕분에 이 숲은 일제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피해를 입지 않고 비껴갈 수 있었던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수탈이 극에 달할 때에도 목재 공출을 피하기 위해 유기를 일부러 숨기는 척하다 붙잡혀 일본의 관심을 돌리기도 했고, 한국전쟁 땐 큰 지주였던 산주의 조부가 빨치산에 붙잡혀 가다 숲을 가꾸느라 거칠어진 손 덕분에 노동하는 동무라며 풀려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의 소나무들은 송진 채취를 당한 흔적이 없는 금강 소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9대째 산주가 사는 관미헌은 영남지역의 전통적인 자 한옥으로 아홉산 숲의 나무로만 지어졌는데 집 마당엔 산주의 할머니가 시집올 때 기념으로 심은 약 100년 된 은행나무가 서 있으며 마당엔 마디가 거북 등껍질 모양이라 이름 지어진 구갑죽 이라는 대나무가 심어져 있어 또 한 번의 감동을 느꼈습니다.

 

아홉산 숲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군락 외에도 편백나무, 삼나무, 맹종죽, 왕대, 서어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고 있고 1950년대에 이미 우거진 숲을 관리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꾸어 온 대나무 등 거목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 멋진 숲길을 걸으며 생태체험을 하기에 추천할 만한 장소입니다.

 

서울 남산보다 조금 높은 아홉산(해발 360미터) 아래에는 아름드리 거목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200~300년 된 소나무가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아홉산 숲에는 다섯 가지 대나무(왕대, 솜대, 오죽, 맹종죽과 구갑죽)가 있는데 기장군의 특산물로 기록될 만큼 이 지역의 대표적 식물입니다.

죽순 채취용인 맹종죽의 분포가 가장 넓고 맹종죽은 가슴 높이의 지름이 최고 20센티미터에 이르며 키도 10~20미터인 큰 대나무들 입니다.

 

400년 이상 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아홉산 숲은 영화 '군도', '대호' 그리고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소나무가 잘 생길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진짜 잘 생긴 소나무들이 엄청나게 많은 이곳은 대나무길 또한 포토존으로도 유명한 곳으로 잘 알려져 산림체험을 하기에 너무 만족스러운 곳이라 생각합니다.

 

산주의 조부는 나무를 심을 때마다 자신에게 너도 이 나무 덕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당장의 이익을 떠나 먼 미래를 바라보며 숲을 관리해온 것이 바로 아홉산 숲을 이룬 비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