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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보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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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8-27 12:09 조회4,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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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법칙

 

 

기쁨은 슬픔을 극복했을 때 진정한 내 것이 된다고 하죠.

지금의 슬픔은 기쁨을 위해 그리고 지금의 고통은 행복을 위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책상 서랍에 샤프펜슬과 전자계산기 하나쯤은 다 있을 텐데 전자업체 샤프를 창업한 하야가와 도쿠지는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생가가 몰락하는 바람에 두 살 때 입양을 갔는데 그 집도 가난해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8살 때부터 금은세공 공장에서 일을 했다.

 

도쿠지는 22살 때 샤프펜슬을 만들어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었고 그 후에도 라디오, 텔레비전 등을 생산하면서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성공을 한 후에도 8살 때 일하던 공장 주인을 평생 모셨고, 어린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이웃집 시각장애인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해 일본 최초로 장애인 전용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도쿠지가 이렇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고통이 무엇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완전한 성공을 거둘 수가 없다. 성공은 늘 불안한 줄타기와 같은데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고통으로 다져지는 것이다.

 

요즘 재벌 2, 3세들이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을 보면서 아버지 세대에 피땀 흘려 세운 기업을 한 순간에 무너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힘들여서 돈을 벌지 않으면 그 돈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잘 모른다. 나도 부모님이 돈을 주실 때는 돈이 귀한 줄 몰랐다. 그저 더 풍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한자 한자 글을 써서 내 손으로 번 돈은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 돈을 주고 산 책은 끝까지 읽고, 내가 산 빵은 맛이 없어도 알뜰히 먹는다. 사람은 자기가 힘들여서 해봐야 그것이 귀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난 부모 덕에 잘 사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자기가 벌어서 쓰는 돈 맛이 얼마나 재미있고 또 힘들게 일해 얻는 보람이 얼마나 뿌듯한가를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또 사람들은 조금 높아지면 힘들었을 때 알았던 인연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도쿠지는 8살 때 일하던 공장의 주인을 평생 모셨고 어린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시각장애인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가슴에 새기며 할머니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일터를 마련해준 것은 아주 훌륭한 보은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보은을 할 줄 몰라서이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세를 할 때는 유권자에게 머리를 숙여 경청하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국민이 투표를 통해 허락해준 것이라고 하며 밀어붙인다. 선거 후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 표의 가치를 망각한 탈선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반드시 갚아야 한다.

불교에서는 보은報恩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 진리이다. 자기를 도와주는 은혜를 알아 갚아야 한다는 실천 덕목인 것이다. 그래서 보은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항목인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보은을 선택하는 선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불만과 불평등은 바로 이 보은을 실천하지 않아서 생긴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작은 고마움이라도 잊지 말고 반드시 고마움을 갚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사람을 얻기는 어려워도 사람을 잃기는 쉬운 일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면 수없이 공을 들여야 하지만 그동안 쌓았던 마음을 뺏기는 것은 한순간이다. 보은을 할 줄 모르면 신뢰를 잃게 된다. 신뢰를 잃으면 사람을 잃고, 사람을 잃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