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 선정의 종류와 단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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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3 13:48 조회6,64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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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종류와 단계 3
불교의 선정에는 초선, 제2선, 제3선 그리고 사마타와 위빠사나가 균형을 이루는 제4선이 있습니다. 즉 지(止)와 관(觀)이
균형을 이루어 열반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색계사선입니다. 그래서 제4선을 가장 이상적인 선정의 상태라고 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입멸하실 때에도 이 색계 제4선의 상태에서 입멸하셨다고 합니다.
근본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색계사선을 얻기 위해서는 그 예비단계로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신의 통일과 집중을 얻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예비 단계의 선정을 욕계정이라고 합니다. 욕계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정신집중과 통일은 되지만 우리의 오관에 대한 욕구와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옆에 무슨 소리가 나면 귀가 기울여지고 그게 무슨 소리인가 분석도 하게 됩니다. 혹시 이쁜 여자가 날 부르는 소리는 아닌 가 귀가 쫑긋해지기도 합니다. 맛있는 냄새가 나면 먹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자기의 의식을 제어하려고 합니다.
욕계정은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의 선정이지만, 이러한 욕계정을 반복하여 열심히 수행하면 어느 한 순간 색계의 근본정이 얻어집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태는 지속되지 않고 곧 사라져 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반복하여 수행하면 점점 쉽게 색계초선에 이를 수가 있고 또 오랜 시간 이러한 경지에 머물 수가 있게 됩니다. 그리고 정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한결 쉽게 되어 자유자재로 색계정에 이를 수가 있습니다.
욕계정은 초선에 들어갈 때뿐만 아니라 초선에서 제이선에 들어갈 때에도 역시 욕계정을 거쳐야 합니다. 즉 초선의 근본정에서 제이선의 근본정에 들어갈 경우에 욕계정이라는 예비단계가 필요한데, 이것을 미지정未至定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제삼선, 제사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반드시 욕계정을 거쳐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단계의 선정이든 높은 단계의 선정에 곧바로 들어간다는 것은 실제로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욕계정을 거치는 시간이 극히 짧기는 하겠지만 형식상으로는 마음이 집중되기까지에는 욕계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이선 내지 제사선, 그리고 그 윗 단계인 사무색정에 들어가기 전의 욕계정을 특히 근분정近分定이라고 합니다.
미지정이든 근분정이든 모두 욕계정에 속하지만 이러한 예비정은 그 직후에 일어나는 근본정과 유사한 상태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초선의 예비정인 미지정은 초선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인기쁨과 육체적인 안락함이 있고, 제삼선의 근분정은 제삼선과 마찬가지로 고와 낙을 버린 편안함이 있으며, 제사선과 그 위의 무색정의 근분정은 그 근본정과 마찬가지로 불고불락의 사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구분은 부파불교에서 세밀하게 나누어 놓은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단계의 선정에 이르든지 반드시 기초단계라고 할 수 있는 욕계정의 상태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불완전한 선정인 욕계정이라도 반복하여 수련하면 더 높은 단계의 선정에 쉽게 이를 수가 있기 때문에 모든 선정의 기초가 되는 것이 욕계정입니다. 즉, 욕계정에서 색계초선으로, 그리고 색계초선에서 다시 제이선으로, 제이선에서 다시 제삼선으로 이렇게 점차 단계적으로 경지를 높여가는 것이 불교의 수행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정의 올바른 방법도 모르면서 화두 하나 들고 뭔가 단박에 깨쳐보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주위에 참선한다는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지혜가 뚫린 사람이 드문 것은 아마 선정의 방법이 체계적이지 못하거나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법에 매달려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제시하신 불교 본래의 선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무시하고 중국에서 전해진 여러 가지 비정통적인 참선방법에 매달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여러 가지 참선방법이 전혀 소용없다는 뜻이 아니라, 근본경전에 나타난 여러 가지 방법들과 비교해 볼 때 중국 선종의 참선 방법이 너무 비약적인 면이 있고, 또 비효율적이며 대중적이지 못한 면이 있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정의 종류와 단계에 대해 공부하고 선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하여 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깨달음을 열어가야 합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수행하지 않고 비정통적인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은 마치 지도도 없이 등산하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상과 같이 욕계정을 지나 색계정에 이르고 나서도 선정의 단계로는 더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즉, 마음을 고요히 멈추게 하는 지의 작용과 고요한 마음으로 관찰하는 관의 작용이 균형을 이루는 색계사선에서 더 나아가 적정심(寂靜心)의 더욱 깊은 경지를 바란다면 무색계정에 이르게 됩니다.
무색계정은 무념무상의 지의 작용에 치우친 선정입니다. 무색계라는 것은 색, 즉 물질에 대한 의식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로서 이 경지에서는 호흡만이 아니고 자기의 육체나 외계의 존재까지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경지입니다. 이것이 더욱 진전되어 물심의 일체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되는 무념무상이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무색계의 선정의경지에도 그 깊이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의 사무색정(四無色定)이 이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멸진정(滅盡定)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정의 단계는 이론적으로만 그렇게 설정되어있는 것으로서 역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지와 관이 균형을 이루는 색계사선이 가장 이상적인 선정의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