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성성취 | 가마우지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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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22 조회5,24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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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 낚시
3년 전 중국 계림에 갔을 때 처음으로 가마우지를 이용한 물고기 낚시를 보게 되었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지만, 예전부터 중국의 어부들이 생계를 위해 가마우지를 이용해 낚시를 해왔다.
가마우지 낚시는 가마우지의 목에 줄을 묶어서 강에 풀어 놓으면 이 새들이 물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다.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며 물고기를 물고 나오는데 목에 줄이 묶여 있어서 물고기를 삼키지 못한다. 목이 긴 이 새가 많은 물고기를 잡아도 제 목구멍으로 삼키지 못하고 그저 주인에게 물고기를 바치게 된다.
위의 사진은 사진작가 줄리아 윔머린이 촬영한 중국 계림 이강의 가마우지 낚시 모습으로 (중국 계림 이강에서) 대나무 뗏목에 앉아 있다 먹이를 잡기 위해 잔잔한 물속으로 뛰어드는 가마우지들을 찍었다.
이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 사진은 저녁 무렵 강가에서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긴 막대로 강바닥을 밀며 배를 타고 강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참 평화롭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 속에는 여러 가닥의 고달픈 삶의 끈이 숨어 있다.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잡는 낚시법은 자못 잔혹한 면이 있다. 어부가 가마우지의 목에 거의 꽉 끼는 끈을 묶은 채 강에 풀어 주면 가마우지는 평소의 사냥 습성대로 물고기를 잡아 머리부터 통째로 삼킨다. 하지만 목에 끈이 묶여있기 때문에 삼킬 수가 없다.
그때 어부는 그 물고기를 가로채고, 다시 가마우지를 풀어주면 배가 고픈 가마우지는 다시 물고기 사냥을 한다. 물고기 잡이 도중이나 끝난 후 작게 자른 물고기로 가마우지를 달래 가면서.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도 가마우지 낚시와 연관이 있다. 1980년대 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는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가마우지 경제라는 말을 처음 언급했다.
가마우지 경제란 수출품의 원자재를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의 수출구조상 문제점 즉, 우리나라가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완성품 수출을 많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소재와 부품을 수입하게 돼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일본으로 돌아가 수출로 얻은 실익을 일본에 빼앗기는 상황을 가마우지 낚시에 비유한 말이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몽골 초원의 매사냥과 함께 이 가마우지 낚시는 자못 인간의 영리함이 빚어내는 아픔이 있다. 그림에서 뱃전에 조용히 앉아 있는 가마우지들도 조금씩 얻어먹는 먹이에 길들여진 사냥용인 것이다.
그렇다고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저 어부의 삶이 그다지 편안하고 풍요롭게 보이지도 않는다. 저렇게까지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절박함에 묶여 있는 것이다. 가마우지가 목에 감고 있는 줄 만큼이나 잔혹한 끈이 저 어부의 목에도 감겨 있는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누가 저 어부의 목에 어떤 끈을 매어놓았을까? 우리의 목에는 누가 어떤 끈을 매어놓았을까? 나의 목에는 어떤 끈이 매여 있을까? 그 끈은 누가 매였을까? 아니면, 나 스스로 옭아매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버지라는 이름의 끈, 어머니라는 이름의 끈, 가족이라는 이름의 끈, 그리고 이 사회, 이 세상이라는 이름의 끈에 매여 살고 있다. 나의 부모님도 다섯 명의 자식을 키우기 위해 다섯 개의 끈을 목에 매고 평생을 사셨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자식들 공부시키기 위해, 자식들이 자신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자식들을 위해서, 부모님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이 사회, 이 세상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