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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불교와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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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1-27 13:32 조회4,0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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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메멘토 모리

 

자기 마음 돌아보는 자심반조로 생사 넘는 열반의 삶 지향

우리는 평소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9천여만 명에 희생자만 백 90여만 명을 넘는 등 공포를 몰고 오고 있다. 이처럼 삶이라지만 죽음이 늘 함께 하고 있음을 잊지 않는 자세를 일깨우는 말이 메멘토 모리일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형언도를 받고 집행날짜를 기다리는 사형수에 비견되기도 한다.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는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는다. 다행히 망각 내지는 회피 본능이 이른바 정상적인삶을 지탱해 준다.

 

죽음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적극 대면하는 게 낫다. 한 가지 방법은 언제 죽더라도 후회없이 죽겠다는 자세일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후회 없는 삶이 되고 죽음의 두려움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죽음이 무엇인지,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다는 적극적 자세라기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자세이다.

 

죽음이 뭔지 관찰하고 따져보는 죽음명상을 해보자. 죽음을 대면할 때 그 실상을 알 수 있고 그에 대한 공포도 극복할 수 있고 그에 매이지 않게 된다고 불교는 가르친다. 생과 사가 다르지 않다는 생사불이(生死不二)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늘 죽음에 대해서만 생각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로병사라고 하는 인생의 큰 흐름을 조망하자는 것이다. 삶에 맹목적으로 집착하여 허덕일 때 한번쯤 죽음을 생각해보고 지금 이 순간 어떤 자세로 살아나갈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좋겠다.

 

불교에서는 모든 게 태어남()이 있으니 벌어진 일들로 본다. 그래서 삶의 네 가지 측면인 생로병사를 두루 조망하여 바른 인식과 생활을 이끌도록 유도한다. 불교가 불사(不死)를 지향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불생(不生)을 지향한다고도 할 수 있다. 태어나고 죽는 흐름, 즉 윤회를 하지 않는 일 말이다.

 

대승적인 입장에서는 윤회마저도 원생(願生)으로 바꾸어 버린다. 사실 불교는 처음부터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생구제를 위한 원력으로 얼마든지 사바세계에도 나고 지옥행도 불사한다. 이런 데서 지장보살과 같은 원력 보살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보살까지는 아니어도 만일 사랑하는 부모형제가 지옥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혼자서 천당 간다고 기쁠 사람이 있을까.

 

우리에게는 만사가 화두요 명상 재료가 될 수 있다. 언제 어떤 일이건 새로운 자세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탄력성이 요구된다. 내가 파악한 것이 진실인가? 그것이 진실인지 확실히 알 수 있나? 그것을 믿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 그 생각이 없다면 나는 어떤 존재인가?

 

미국의 명상지도자 바이런 케이티는 위 네 가지 질문와 뒤바꾸기에 의해 사람들을 바른 견해와 힐링으로 이끌었다. 어떤 분별심도 붙이지 않고 오롯이 이 뭣고?’ 하는 방법과 달리 분별심을 활용한 질문과 생각 훈련으로 자기를 돌아보게 한다. 새로운 자심반조(自心反照) 방법이다.

 

우리는 집착 없고 머무름 없는 무주처열반(無住處涅槃)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삶의 순간순간 경험 속에서 실현될 수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해탈의 맛을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