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 지관쌍운과 오정심관 3 / 수식관 – 아나빠나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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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0-06 15:21 조회4,75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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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관 – 아나빠나사띠
이상적인 선정에 이르는 방법인 오정심관五停心觀에는 부정관, 자비관, 인연관, 계차별관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정심관의 마지막으로 수식관數息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의 호흡을 관찰하여 정신을 통일시키는 것인데, 산란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관법입니다. 이 관법은 자기의 날숨과 들숨을 관찰하여 숫자를 세는 것으로서, 이것에 의해 점차로 잡념을 제거하고 마음이 가라앉게 되며 따라서 정신이 통일됩니다. 사람이 화가 나거나 흥분하게 되면 우선 호흡이 거칠어집니다. 그럴 때는 자기의 숨이 들락거리는 것을 관찰하여 세고 있으면 화가 나거나 들뜬 마음이 잠잠하게 가라앉게 됩니다. 보통은 열 번 이내를 단위로 하여 호흡을 셉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한 번으로 하여 보통 7번에서 10번 정도를 셉니다. 그리고는 다시 ‘하나, 둘, 셋...’ 이렇게 세어 나갑니다. 10번이 넘으면 호흡을 관찰하는 데에 도리어 집중이 흐트러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호흡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조정함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잡념과 망상을 제거하는 방법이 수식관입니다.
수식관을 경전에서는 안나반나염(安那般那念;ānapāna sati)이라고도 합니다. ‘안나’는 날숨을 가리키고 ‘반나’는 들숨을 가리킵니다. ‘사띠’는 마음을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경전 가운데에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이라는 경전이 있는데, 이것은 안나와 반나, 즉 안반을 중심으로 한 관법에 대해 설한 경전입니다. 수식관에 해당하는 이 안나반나염의 효과에 대해서 《잡아함경》에서는 이렇게 설하고 있습니다.
비구들이여, 안나반나염을 닦아라. 안나반나염을 몸에 익을 때까지 닦으면 몸이 피로하지 않고, 눈으로 보아 근심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게 되어, 관하는 것을 따라 즐거움에 안주하게 되고, 집착하지 않는 즐거움을 깨달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수식관을 잘 닦으면 몸이 피곤하지 않고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이 가라앉게 되며, 호흡과 몸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이루어져서 그 자체로서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호흡을 통한 안락한 상태에서는 자연히 마음이 고요하게 되어 욕탐이 가라앉으며, 욕탐으로 인한 집착이 놓아져 버립니다. 이어서 부처님께서는 수식관을 닦는 방법에 대해서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안나반나염은 어떻게 닦는가? 비구는 마을이나 도시에 의지하여 살면서 아침 일찍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들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되, 그 몸을 잘 보호하고 여섯 감각 기관의 문을 잘 지키며, 마음을 잘 매어 둔다. 걸식을 마치면 자기 거처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 숲속이나 조용한 방이나 나무 아래 또는 수행하기 적합한 한적한 곳으로 가 몸을 단정히 하고 바로 앉아 생각을 앞에 매어 둔다. 그리고는 세속의 탐욕을 끊고 욕망을 버려 청정하게 하며, 성냄과 수면, 도거, 의심을 끊고 모든 의혹을 건너, 모든 옳은 가르침에 대해 확실한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하여 지혜의 힘을 약하게 하고 장애가 되어 열반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오개의 번뇌를 멀리 여읜다.
부처님의 이러한 말씀을 통해 볼 때, 수식관을 닦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가짐이 바르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이․비․설․신․의의 육근을 잘 제어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수식관을 닦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하지만 육근이 잘 제어되지 않으면 보이고 들리고 생각나는 것이 모두 마음을 산란하게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탐욕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육근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먼저 몸과 마음이 단정하게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걸식을 마치고 거처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 수행하기 적합한 곳으로 가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매어두라고 하신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입니다.
계율을 수록해 놓은 《마하박가(Mahāvagga)》에 보면, 가사를 입고 벗는 법, 그리고 그것을 개어 놓는 법, 또 발우를 씻어 보관 해 놓고 침구를 정돈하는 법 등등이 매우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주변부터 깨끗하게 정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주위 환경이 어지러운 상태에서 마음공부한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자기의 몸가짐은 물론,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라야 마음도 바르게 됩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제대로 된 가정이나 상점은 정리정돈과 청결이 잘되어 있습니다. 자기의 몸과 주변 환경을 바르게 가꾸지 못하고 정돈이 되지 않은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바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한 사람이 설혹 일시적 성공을 거두고 발전하는 것 같지만, 잘 관찰해 보면 모래위에 집을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주변도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 사업을 하든 정치를 하든 제대로 할 리가 없습니다. 자기 주변도 정리 못하는 사람은 삐딱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사람이 무슨 일을 해 봐야 이웃에 해만 끼치지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는 일은 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마음공부를 하겠다는 사람의 경우에는 자기 몸을 청결히 하고 단정하게 가꾸며 주변 환경을 깨끗이 정리 정돈하는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이것이 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