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 잔소리는 싫어! 산세비에리아 - Snake p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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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9 12:24 조회5,17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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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는 싫어! 산세비에리아 - Snake plant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명확하고도 재미있게 보여 보여 준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복잡 미묘한 차이를 각각 다른 별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 지구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만 대립 관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크게는 생물과 무생물, 사람과 동물, 동물과 식물이 대립 관계로 존재하며, 또한 그 속에는 수많은 관계가 서로 얽히고설키어 복잡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 이 두 ‘종족’ 또한 씨줄 날줄처럼 엮어 있는 관계의 정글 속에서 한 축을 차지합니다. 두 종족은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각각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한쪽에서 아무리 크게 말을 해도 다른 쪽에는 전혀 안 들리기도 하고, 설사 들린다 해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두 종족은 늘 전쟁 중입니다. 언뜻 어른이 힘도 세고 아는 것도 많아 보이지만, 승리는 늘 아이에게 돌아갑니다. 변화무쌍한 전략을 가진 아이 앞에서 어른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맙니다.
물론 저 또한 이런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어른 둘에 아이 둘이니 해 볼 만한 싸움 같은데 저희 집도 승리는 언제나 아이들의 몫입니다. 아이들의 페이스에 말리다 보면 어느새 제 가슴은 쿵쾅대고 얼굴은 붉어져 있습니다. 최대한 참으려고 하지만,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이 옵니다.
“텔레비전을 왜 누워서 보니!”
“지금까지 숙제도 안 하고 어쩜 그리 천하태평이니!”
“먹을 것도 없는 냉장고를 왜 그리 자주 여니!”
“그렇게 뛰어다니면 아랫집에서 올라오잖니!”
쉴 새 없이 잔소리 폭탄을 쏟아 내지만, 아이들은 요지부동. 눈도 깜짝하지 않습니다. 잔소리가 계속되면 그제야 마지못해 몸을 움직이지만, 이 또한 작전상 후퇴일 뿐 진정한 패배는 아닙니다.
받는 거 없이 주기만 하는 식물
한적한 시골 읍내의 식당에서 번잡한 도심지의 사무실까지 식물이 있을 만한 실내라면 어디서든 눈에 띄는 식물이 바로 산세비에리아입니다. 산세비에리아가 지금 같은 큰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2000년대 들어서 일본의 매스컴에 이 식물의 공기 정화 능력이 소개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에까지 알려지면서 일약 스타 식물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사회 트렌드였던 ‘웰빙’과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해 준다는 산세비에리아의 ‘기능’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지요. 게다가 최근 몇 해 전부터는 ‘스투키(Sansevieria stuckyi)’라는 이름을 가진 품종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세비에리아의 인기 비결이 단지 공기 정화 능력만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관엽식물 가운데에는 아레카야자나 관음죽, 고무나무처럼 산세비에리아보다 공기 정화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난 식물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산세비에리아는 어떤 비밀스러운 능력이 있기에 최고의 스타 식물이 된 것일까요? 그 비결은 바로 산세비에리아의 튼튼한 성질 때문입니다. 키우는 사람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 자라기 때문이지요. 산세비에리아는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햇빛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 다른 식물들이 잎을 태우고 시들할 때도 단 한마디 투정 없이 잘 자라 줍니다.
최소한의 빛과 물만 있으면 자신의 생명력을 최대한 끌어내 싱싱한 모습을 유지합니다. 신경을 못 써 줘도 알아서 잘 자라고, 실내 공기까지 정화시켜 주는 산세비에리아. 우리 인간은 산세비에리아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산세비에리아는 받은 것 없이 인간에게 주기만 할 뿐이니 그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