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이야기 | 하늘의 제왕, 검독수리(Golden Ea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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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3-01 15:11 조회5,60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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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제왕, 검독수리(Golden Eagle)
누구나 알다시피 신촌에 위치한 한 사립대학의 상징은 독수리이다. 교내엔 독수리 상도 자리하고 처음 학교를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꼭 그 독수리 상 앞에서 사진 한 컷은 빼먹지 않는다. 학교를 소개해주는 사람도 패키지여행의 현지 가이드처럼 꼭 그곳은 들른다. 그리고 예전엔 학교 앞에 '독다방(독수리다방)'도 있었다. ‘독수리’라고 부르던 그 독수리 상(像)의 주인공은 과연 독수리가 맞을까?
독수리는 사냥을 하지 않고 동물의 사체를 먹는 생태계의 청소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카리스마를 지닌, 그 독수리는 독수리가 아니다. 실제 독수리는 빠른 속도를 내기 보다는 긴 시간동안 하늘에서 머물거나 이동할 수 있도록 넓고 긴 형태의 날개를 지녔다. 이들을 'Vulture'라 부른다.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힘세고 용맹스러운 독수리의 실체는 'Eagle'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검독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 흰죽지수리 등이 이 무리에 속한다. 이들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지녔으며 빠른 날개짓으로 들짐승이나 날짐승을 직접 사냥해서 먹어치운다.
일반인들은 맹금류(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육식 조류)를 형태나 행동 등에 따라 크게 구분 짓지는 않지만 실제 분류학에서는 Vulture(독수리류), Eagle(수리류), Falcon(매류), Buzzard(말똥가리류) 등등 여러 무리로 나뉜다. 이들 중 일반인들에 가장 많이 알려지고, 많은 팬을 지닌 무리는 단연 Eagle(수리류-흔히 그냥 독수리라 부름)이다. 그중에서도 카리스마 계의 지존이자 일반인들이 떠올리는 독수리 이미지의 대상은 바로 검독수리다. 향간에는 검(劍)수리, 금(金)수리로도 불렀다. 용맹성과 형태에서 비롯한 이름이지만 그 속에는 '검독수리'라는 이름 속에 들어 있는 썩은 고기만을 먹는 무기력해 보이는 독수리와 차별을 두기위한 의도도 담겨있다.
검독수리의 용맹함과 힘은 그가 사냥하는 먹이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토끼나 사슴, 꿩 뿐 만 아니라 여우, 늑대 등을 포식한다. 실제 검독수리가 번식하는 둥지에 올라보면 매를 비롯하여 수리부엉이 그 외 수리과의 다른 맹금류(猛禽類)들의 사체를 확인할 수 있다. 제 아무리 날쌔고 강인한 맹금류일지라도 검독수리에겐 먹이 감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곰의 새끼도 포식한 기록이 있어 가히 하늘의 제왕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검독수리는 조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물계 먹이 사슬에서 최고 정점에 있는 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몽골 서부 등 알타이산맥 주변의 국가들에서는 검독수리를 이용한 사냥이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검독수리의 용맹은 과거 여러 민족들에게 우상의 대상이었으며 황제의 상징, 군대의 상징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북미 인디언들에게 검독수리는 신성시되었으며 추장들의 머리 장식깃도 검독수리의 것이라고 한다.
현재 검독수리는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대륙, 아프리카 등 극지방을 제외한 북반구 전역에 걸쳐 분포한다. 한 곳에서 사계절동안 정주하며 번식과 월동을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번식만하고 겨울철에는 먹이를 찾아 이주하는 경우도 있다. 형태를 보면 전체적으로 짙은 암갈색이며 머리와 목은 황금색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금(金)수리 그리고 영명이 'Golden Eagle'로 명명된다. 날개를 편 길이는 2m에 달하며 몸길이는 1m, 몸무게는 최대 7~9kg 정도까지 나간다. 육중한 몸과 큰 날개 짓으로 만드는 속력은 시속 240km에 달한다. 특히 하늘에서 먹이를 목표로 내려 꽂을 때의 순간 속력은 이를 상회한다.
둥지는 산악지대의 가파른 암벽이나 혹은 나무에 짓고 산란은 주로 3월부터 시작된다. 알의 크기는 대략 7.5cm 정도이며 대체로 하나에서 많게는 4개까지 낳는다.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으며 40일 전후로 알은 부화한다. 새끼는 3개월 정도 둥지에서 어미의 보살핌 속에 자란 후 둥지를 떠나게 된다. 일부일처제이며 한번 맺은 짝이 몇 년 혹은 영구히 지속된다.
현재 검독수리의 전 세계 생존 개체 수는 170,000여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증가하는 곳도 있지만 국내에서 번식하는 무리는 사라졌다. 서식지 파괴와 밀엽, 먹이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양구나 화천 등 민통선 지역 부근과 동강 인근 산악지대에서 번식행동에 대한 목격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얘기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해마다 겨울이 되면 러시아나 몽골 등지에서 번식한 무리들 중 일부가 우리나라를 찾아와 월동을 한다. 국내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과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지만 월동지 마저 서식지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 겨울에는 검독수리의 월동 소식마저 듣지 못했다. 검독수리가 사라진 탓이라 그런지 올 겨울 하늘은 유독 허전하기만 했다.
이제 다시 싹이 트고 새들이 지저귀는 봄이 다시 오고 있다. 동강과 양구에서 들려올 소식을 기대해 본다. 검독수리의 날개로 가득 채워질 푸른 하늘을 기대해 본다.